아이 입가에 뭔가가 묻어있다.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하얀 빛줄기가 레이저 빔처럼 가리키는 그것을,
‘괜찮아,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쓱 닦아내
려고 했지만, 덜 닦였네. 다시.
그러나 완전히 닦이지 않는다.
입꼬리에 묻은 그대로 말라 붙어버린 모양.
내 손에 들린 작은 티슈가 발동걸린 것처럼 움찔거린다.
아이는 좀 전보다 고개를 더 창가 쪽으로 휙 돌리고
바깥 풍경을 보고 있다. 당돌한 녀석의 볼때기.
'아.. 한번 더 문지르면 분명 싫어할 텐데..'
할까 말까, 햇살에 선명한 얼룩이 깐족깐족 영 맘에 걸린다.
나는 더 은밀하게 다가가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성공하리라..!
조심조심 목표 지점으로 여직 가는 중인 내 손목을
똑 부러지게 잡아 밀쳐내 버리는 아이.
‘아, 역시 눈이 더 빠르구나..‘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더니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 마. 내 입은 내 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