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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 Jul 09. 2020

그러고 보니 냥이 코가 가만있잖아?


"엄마! 어디서 츄르 냄새가 나지?"


칼질에 집중하기 시작한 나의 옹벽 같은 집중력을 뚫고 들어 온 단어는 '츄르'였다.

움찔거리던 아랫입술이 얼떨결에 그 단어를 따라 읊었다.

"츄... 르..."


"츄르?!"

순간, 거실 어딘가에서 옆꾸리가 터진 채 내용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그것이 떠올랐다.

'안돼 안돼.....'

들고 있던 칼을 도마 위에 내려놓고 꼬마에게 갔다.


"어디에서 츄르 냄새가 난다는 거야?"

"몰라, 근데 어디선가 츄르 냄새가 나잖아? 맡아봐."


그래..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

나는 코를 앞으로 빼고 거실을 책임진 로봇청소기처럼 구석과 구석을 찍고 다녔다.


'아.. 이상하네. 어디서 나는 거지?'

하지만 한참 그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던 칼질을 끝내고 이제 얼른 굽고 끓여야 하니까.

나는 나중에 나중에.. 웅얼거리면서 엉거주춤 주방으로 다시 들어섰다.


식칼 옆으로 윤기 흐르는 두꺼운 스팸 덩어리가 모르쇠의 자태을 품고 누워있었다.




*츄르: 제 아무리 입맛 없는 고양이라도 벌떡 일어난다는 기호성 100%의 액상형 고양이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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