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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관리―몰입의 지속은 정서적 회복에서 비롯된다

조직은 기자처럼 구성원을 관리하라 Part.4 | EP.5

결국 기자처럼 관리한다는 것은,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순환시키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일이다.
감정이 흘러야 신뢰가 흐르고, 신뢰가 순환해야 몰입이 지속된다.
조직이 지속된다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복귀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Part 1. 기자처럼 일하는 사람들(6회)

Part 2. 기자조직의 수평문화(4회)

Part 3. 기자의 경력철학(6회)

Part 4. 조직은 기자처럼 구성원을 관리하라(5/6회차)

Part 5. 기자형 조직의 경영철학(6회)




22화. 감정노동 관리 ― 몰입의 지속은 정서적 회복에서 비롯된다








Ⅰ. “기자에게 감정은 도구이자 위험이다”





기자는 매일 인간의 감정이 폭발하는 현장을 마주한다.
사고, 갈등, 정치, 인물, 죽음, 슬픔, 분노 — 세상의 모든 정서가 기자의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진다.

기자는 타인의 감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감정의 무게를 온몸으로 흡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자에게 감정은 ‘도구’이자 ‘위험’이라는 점이다.
감정이 없으면 진심을 읽을 수 없고, 감정에 휩쓸리면 냉정한 판단을 잃는다.

공감해야 하지만, 동시에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

진실을 다루지만,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직업.

바로 이 이중 구속(double bind) 속에서 기자의 정서 에너지는 매일 소모되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감정노동의 대표 직군으로 꼽힌다.
그는 누군가의 눈물을 기사로 옮기며, 자신은 눈물을 삼킨다.
타인의 분노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억눌러야 한다.
사건의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인간적이어야 하지만, 원고를 쓸 때는 누구보다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 감정의 간극이 바로 기자의 피로를 만든다.



정서적 피로감(emotional fatigue)은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신체적 노동만큼이나 크고,

장기적으로는 몰입의 지속력을 약화시킨다.

기자가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이 회복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복귀시키는 시스템’이다.
기자가 감정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감정은 공감의 연료이며,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나침반이다.

다만, 그 감정을 무한히 사용하면서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리더의 역할은 바로 이 정서적 균형을 설계하는 일이다.
현장의 감정을 다루는 조직일수록, 감정의 순환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뉴커리어 시대의 리더십은 이제 단순한 성과 관리가 아니라,

정서 회복 구조(Emotional Recovery System)의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기자처럼 일한다는 것은,
감정을 피하지 않고 다루는 사람,
몰입과 회복의 균형을 아는 사람,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 조직의 힘이 될 수 있음을 아는 리더가 되는 일이다.

“감정은 기자의 적이 아니라, 다뤄야 할 소재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Ⅱ. 감정노동의 구조 ― 공감과 거리두기의 균형





기자의 감정노동은 다른 직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인 서비스 직군이 ‘고객의 감정’에 반응하는 역할이라면,

기자는 ‘사회 전체의 감정’을 관찰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다루되, 자신의 감정을 제어해야 한다.

타인의 분노를 기사로 옮기며 자신은 냉정을 유지하고,

피해자의 슬픔을 기록하면서도 눈물을 감춘다.

이 모순된 구조가 바로 기자라는 직업의 정체성을 이룬다.



기자는 공감 능력이 강할수록 더 좋은 글을 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감이 깊을수록 더 빨리 정서적 방전(emotional drain)에 이른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반대로 지나치게 차단하면 인간에 대한 감수성이 둔해진다.

그래서 기자들은 일종의 ‘감정의 근육’을 훈련한다.
냉정하게 질문하되, 따뜻하게 기록하는 법.
사실을 보고하되, 인간을 놓치지 않는 법.
공감하되, 거리를 유지하는 법.



이 감정 균형이 깨지는 순간, 기자는 흔히 “감정 소진의 사이클”에 빠진다.

공감 과잉 → 정서적 과몰입 → 냉소화 → 소진 → 회피.

공감이 깊을수록 피로는 빠르게 누적되고,

결국 무감각으로 방어하려는 본능이 작동한다.

냉소는 피로의 결과이자 자기 보호의 표현이다.

기자가 ‘사건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는 사람’으로 변할 때,

그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감정의 탈진 신호다.



감정노동의 구조는 ‘이입(empathy)’과 ‘거리두기(detachment)’의 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입이 없다면 기사는 공감력을 잃고, 거리두기가 없으면 기자는 자신을 잃는다.

즉, 기자의 감정노동은 단순히 감정을 숨기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조율하고 사용할 줄 아는 기술’이다.

이는 피로를 줄이는 동시에, 감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훈련이기도 하다.



리더의 역할은 바로 이 균형을 조직 차원에서 감지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많은 리더가 ‘업무량’은 관리하지만, ‘감정의 체력’은 관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서적 에너지는 생산성과 직결된다.

피로한 구성원에게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말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회피 신호를 강화하는 말이 된다.

기자조직의 리더라면, 구성원의 감정 상태를 피드백보다 먼저 점검해야 한다.

“기사는 어떻게 돼가?”보다 “당신은 괜찮아?”가 먼저 나와야 한다.



뉴커리어 시대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기자처럼 공감의 현장에 서 있는 조직일수록,

리더는 감정의 흐름을 감지하는 ‘정서 센서’가 되어야 한다.

성과의 높낮이를 보기 전에, 감정의 리듬을 읽어야 한다.

공감의 온도를 잃은 조직은 방향을 잃는다.



결국 감정노동의 본질은 억제나 인내가 아니라, ‘감정의 해석력’이다.
리더는 구성원이 겪는 피로를 감정적 약점으로 보지 말고,

일의 부하(load)로 인식해야 한다.

감정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일이 곧 몰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감정을 통제하는 사람보다, 감정을 이해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리더십의 언어로 다뤄야 할 자원이다.










Ⅲ. 몰입과 소진의 경계 ― ‘밤샘의 미학’의 그늘





기자들에게 ‘밤샘’은 일종의 훈장이다.
새벽까지 기사를 수정하고, 마감 직전까지 문장을 다듬으며,

편집국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은 기자정신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오늘도 마감까지 버텼다”는 말은 고됨이 아니라 자부심이다.
그들에게 밤샘은 열정의 증거이자, ‘헌신의 언어’다.



그러나 이 문화 뒤에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구조가 숨어 있다.
밤샘은 단기적 성과를 가능하게 하지만, 장기적 몰입은 서서히 갉아먹는다.
이것은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탈진(emotional exhaustion)의 구조적 문제다.
몰입이 반복될수록 감정은 고갈되고, 결국 일의 의미마저 퇴색된다.
‘의미의 상실’은 소진의 마지막 단계다.
기자는 여전히 기사를 쓰지만, 마음속에서는 더 이상 ‘왜 써야 하는가’를 느끼지 못한다.



리더는 이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해야 한다.
많은 리더가 ‘열정의 과잉’을 성과로 오해한다.
밤을 새운 사람, 휴일에도 메신저를 확인하는 사람, 즉시 응답하는 사람을 “헌신적이다”라고 칭찬하지만, 그것은 에너지 관리 실패의 신호일 수 있다.
지속적인 몰입은 회복을 전제로 해야 한다.
휴식이 없는 몰입은 불꽃처럼 강렬하지만, 오래 타오르지 못한다.



기자조직의 리더십은 단순한 ‘열정 관리’가 아니라, 에너지 순환의 설계(Energy Management)다.
몰입과 회복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기자는 강한 몰입으로 세상의 진실을 좇지만, 회복의 시간 없이 이 몰입은 자기소진(self-burnout)으로 전이된다.
이것이 바로 ‘밤샘의 미학’이 품고 있는 그늘이다.



뉴커리어 시대의 리더십은 몰입의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리더십이다.
몰입을 독려하기보다, 회복의 리듬을 조율해야 한다.
하루의 몰입이 끝나면 감정이 복귀할 수 있는 루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자조직에서는 마감 후 ‘리뷰 회의’나 ‘데일리 브리핑’을 통해 감정적 긴장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정서적 리셋(emotional reset)의 기능을 한다.



리더는 “지속 가능한 몰입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몰입의 순간을 강화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그 몰입이 끝난 후 회복의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몰입이 에너지의 폭발이라면, 회복은 그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과정이다.
이 주기를 설계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스스로의 열정에 타버린다.



결국 리더의 과제는 단순히 ‘더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오래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몰입은 정서적 회복을 전제로 한 구조적 열정에서만 가능하다.
‘밤샘의 미학’을 넘어, 이제는 ‘회복의 미학’이 필요하다.

“리더는 열정을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Ⅳ. 감정의 편집 ― 리더의 정서 조율 기술





기자조직의 리더는 단순히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구성원의 감정을 읽고 다루는 ‘감정의 편집자(Emotional Editor)’다.
편집자는 원고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재구성하는 사람이다.
리더 역시 구성원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대신,
그 감정이 조직 안에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편집해야 한다.



감정을 편집한다는 것은,
①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② 그것이 일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기술이다.
기자조직은 사건과 인간의 감정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사건 현장에서 분노와 슬픔을 경험한 기자가
그 감정의 에너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글로 승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데스크(리더)의 정서 조율 역할이다.



이때 리더가 사용할 수 있는 감정 편집의 3단계 기술은 다음과 같다.


① 인지(Recognition) –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인식하게 한다.
“괜찮아, 그런 감정이 드는 게 당연해.”
이 한마디가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감정의 존재를 인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감정을 억제시키면 분노나 피로는 내면으로 잠식되고, 결국 냉소로 변한다.
감정을 인정하는 리더는 구성원이 ‘나의 감정이 안전하게 다뤄진다’는 신뢰를 느끼게 한다.


② 거리두기(Distance) – 감정과 사건을 분리해 객관화하게 한다.
기자는 사건의 중심에 설수록 감정이 휘몰아친다.
리더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사실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감정과 사건의 경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는 “너의 감정은 소중하지만, 그 감정이 모든 것을 규정하진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감정에서 한 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지고, 판단의 정확도가 복원된다.


③ 재구성(Reframing) – 감정을 새로운 의미로 전환한다.
감정은 그 자체로 에너지다.
분노는 정의감으로, 슬픔은 공감으로, 피로는 성찰로 전환될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이 자신의 감정을 단순히 ‘소모된 에너지’로 여기지 않고,
‘다음 일을 위한 의미 있는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취재 과정의 좌절을 “현장의 어려움”이 아니라 “현실의 진실을 마주한 경험”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이 세 단계를 통해 리더는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편집’한다.
감정을 다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미학이다.
기자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면 글이 메마르고, 감정에 휩쓸리면 사실을 잃는다.
리더는 이 두 극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게 만드는 정서 조율자(Emotional Conductor)다.



뉴커리어형 조직의 리더는 이제 더 이상 ‘감정 관리자’가 아니다.
그는 ‘감정의 의미 해석자(Interpreter of Emotion)’로 진화해야 한다.
감정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것을 공동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이런 리더십이 있을 때, 구성원은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감정이 부정의 언어에서 협력의 언어로 전환되는 순간, 조직의 신뢰는 깊어진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감정은 지워야 할 문장이 아니라, 다시 써야 할 문장이다.











Ⅴ. 회복의 루틴 ― 감정적 에너지를 복귀시키는 시스템





기자는 매일 감정의 전장을 다녀온다.
사건 현장의 절규, 인터뷰 속의 눈물, 마감의 압박 —
그 모든 감정의 흔적이 기사와 함께 남는다.
하지만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감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마음속에는 트라우마, 피로, 무력감이 늦게 찾아온다.
때로는 “다음 기사로 잊자”는 식의 회피가 잠시 진통제 역할을 하지만,
누적된 감정의 피로는 결국 정서적 탈진(emotional burnout)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기자조직은 오래전부터 감정 회복을 위한
‘정서 회복 루틴(Emotional Recovery Routine)’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왔다.
이 루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즉, 감정을 ‘소모품’이 아니라 ‘복원 가능한 자원’으로 다루는 구조다.



회복 루틴은 보통 세 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① 심리 디브리핑(Psychological Debriefing) – 사건 후 감정 해소 미팅
사건 취재가 끝나면 기자들은 ‘디브리핑 회의’를 연다.
단순히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느낀 감정의 흔적을 해소하는 시간이다.
“그때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했다” 같은 말이 오간다.
리더는 이 시간을 통해 구성원의 감정을 ‘업무 밖의 언어’로 표현하도록 돕는다.
감정을 말로 꺼내는 행위 자체가 회복의 첫걸음이다.


② 순환 휴식제(Cyclical Rest System) – 재충전 시간 확보
기자조직의 휴식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다.
‘순환 휴식제’는 마감과 취재 일정 사이에 의도적으로 회복 시간을 끼워 넣는 시스템이다.
한 기자가 휴식할 때 다른 기자가 현장을 맡고, 일정 주기마다 역할이 순환된다.
이 구조는 “휴식이 죄책감이 되지 않는 문화”를 만든다.
뉴커리어형 조직도 마찬가지다.
몰입과 회복이 병행되어야 장기적 성과가 유지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일하라’보다 ‘제때 쉬어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③ 동료 상담 네트워크(Peer Counseling Network) – 내부 감정 공유 채널
기자조직의 회복 시스템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 회복 모델이다.
감정은 혼자 다루면 무겁지만, 함께 나누면 가벼워진다.
그래서 많은 언론사에는 ‘동료 상담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이 네트워크는 공식적인 멘토링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비난 없이 들을 수 있는 안전한 채널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이 조직의 정서적 복원력을 높인다.



이러한 회복 루틴은 개인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조직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동시에 강화한다.
감정적 피로를 관리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이직률’로 대가를 치른다.
반면, 회복 루틴이 자리 잡은 조직은 위기 후 더 강해진다.
감정이 고갈되지 않으니 창의성(creativity)과 집중력(focus)이 다시 회복된다.


뉴커리어형 조직은 이제 ‘정서적 리소스 관리(Emotional Energy Resource Management)’
생산성 관리만큼 중요한 전략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조직 경쟁력의 핵심 지표다.
감정의 회복 루틴이 있는 조직만이, 몰입을 지속시킬 수 있다.

“좋은 리더는 일을 분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의 복귀점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Ⅵ. 감정노동 관리의 리더십 ― ‘심리적 안전감’의 설계





감정노동이 많은 조직일수록, 구성원은 감정의 긴장선 위에서 일한다.
끊임없이 감정을 조율하고, 공감과 거리두기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정서를 숨기거나 다듬는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가 만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반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기자조직에서 심리적 안전감이란,
“비판받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공간”,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실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조직적 관용”을 의미한다.
기자는 매일 오류 가능성과 감정 소모의 경계에서 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전한 편집국’은 단순히 따뜻한 조직을 넘어,
지속 가능한 몰입의 전제 조건이 된다.






리더는 이 심리적 안전감을 세 가지 축으로 설계해야 한다.


① 정서적 허용(Emotional Permission) –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신호
기자는 감정을 억누르는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억제된 감정은 어느 순간 폭발하거나 냉소로 변한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신호를 명확히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그 상황이 힘들었겠어요”라는 한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감정 표현을 허락하는 ‘문화적 문장’이다.
이 작은 허용이 조직 전체의 정서 리듬을 안정시킨다.


② 비난 없는 복귀(No-blame Return) – 실수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
기자의 일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오보, 부정확한 인용, 취재 누락 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수 이후 어떻게 복귀하느냐”이다.
비난의 조직은 실수를 숨기게 만들고, 복귀의 조직은 신뢰를 쌓게 만든다.
리더는 실수 이후 ‘징계’보다 ‘복귀의 통로’를 설계해야 한다.
정정 기사, 피드백 미팅, 후속 취재 등
실수를 다시 의미로 전환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할 때,
조직은 감정의 회복력을 갖게 된다.


③ 공감적 피드백(Empathic Feedback) – 감정 중심 피드백 언어
기자조직의 피드백은 날카롭다.
그러나 공감 없는 피드백은 ‘비판’으로만 남는다.
리더는 “왜 이렇게 했어요?” 대신,
“그 상황에서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듣고 싶어요”라고 묻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공감적 피드백은 판단이 아니라 대화의 초대다.
이런 피드백은 구성원이 감정을 방어하지 않도록 만들며,
결국 피드백의 질을 높인다.






감정노동 관리의 핵심은 ‘심리적 피로를 관리 가능한 상태로 환원시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감정은 통제할 수 없지만, 감정이 안전하게 순환되는 구조는 만들 수 있다.
리더가 “감정을 표현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면,
조직은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생산성을 되찾는다.
이것이 기자조직이 수십 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시스템 속에 흡수시켜왔기 때문이다.


뉴커리어 시대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성과 중심의 리더십이 한계를 맞은 지금,
조직은 정서 중심의 관리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일의 결과보다, 감정의 회복력을 관리하는 리더가 결국 몰입의 지속성을 이끈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은 아무리 자율적이어도 무너진다.”
자유는 신뢰의 기반 위에서만 작동하고,
신뢰는 안전한 감정의 공간에서만 자란다.











Ⅶ. 정리 ― “감정의 복귀점이 있는 조직만이 지속된다”





기자들은 감정의 소모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사건 현장에서 마주한 비극, 인터뷰 중 느낀 무력감, 마감의 긴장과 피로 ―
이 모든 것이 기자의 일상이자 직업의 일부다.
그러나 이 감정의 피로를 “개인의 인내력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조직은 서서히 무너진다.
감정노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감정 소진을 ‘능력의 한계’로 보지 말고,
‘회복 구조의 부재’로 이해해야 한다.
기자조직은 감정이 반복적으로 소모되는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오래 버텨온 이유는 단 하나 ― 감정의 복귀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편집회의, 디브리핑, 동료 간의 짧은 대화,
이 모든 것은 감정을 다시 순환시키는 회복의 장치였다.



감정노동은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그러나 회복은 설계할 수 있다.
조직이 감정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
몰입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힘이 된다.
감정을 회복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란,
“감정을 통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감정을 순환시키는 편집자”의 리더십이다.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일의 일부로 통합시키는 감수성이야말로
뉴커리어 시대의 핵심 리더십이다.



기자의 세계에서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감정을 다루며 성장하고, 감정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을 피로로만 보지 않고, 인간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바라볼 때
조직은 정서적 회복력(emotional resilience)을 얻게 된다.
그때 비로소 구성원은 ‘소진되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



결국 기자처럼 관리한다는 것은,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순환시키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일이다.
감정이 흘러야 신뢰가 흐르고, 신뢰가 순환해야 몰입이 지속된다.
조직이 지속된다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복귀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감정은 일의 부산물이 아니라,
리더십이 다뤄야 할 가장 인간적인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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