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온의 옥중 서신 #2, #3 — 감옥에서 재발견한 화폐와 시장의 본질
지난 번에 우리는 비트코인 프라이버시 개발자 키온 로드리게스가 스스로 감옥에 걸어 들어가는 과정을 목격했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이제 차가운 철창 안에서 적응을 마쳤고 그곳의 생태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감옥을 단순한 수용소가 아니라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기어코 시장(Market)을 만들어냈다.
달러도, 비트코인도 없는 그곳에서 그들이 선택한 화폐는 놀랍게도 고등어 팩(Mackerel Pouch)이었다. 가장 통제된 사회에서 피어난 가장 원시적인 시장 경제. 그 기묘한 이야기를 전한다.
"먹지 마세요, 지갑에 양보하세요"
이곳 모건타운 교도소의 지하 경제는 '고등어 파우치'로 돌아간다. 그렇다. 여러분이 아는 그 생선이다. 단, 캔이나 생물이 아니라 두꺼운 비닐 팩에 밀봉된 가공식품이다.
바깥세상의 금이나 달러가 그렇듯, 이곳의 고등어 화폐는 실질적인 소비 가치가 거의 없다. 여러분은 "배고프면 뜯어서 먹을 수 있으니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겠지만. 천만에.
유통되는 고등어 팩 대부분은 너무 오래되어서 먹었다가는 의무실에 실려 가거나 끔찍한 설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100명이 함께 쓰는 공용 화장실에서 설사를 하는 건 이곳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니 고등어, 일명 맥(Macks)은 절대 식용이 아니다. 철저히 화폐다.
"왜 하필 고등어인가?"
우표는 훌륭한 화폐 대체재가 될 뻔했다. 액면가도 다양하고 가볍고 썩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세탁실에서 만난 한 신사분의 말에 따르면, "우표는 냄새가 나서" 탈락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적나라하다. 감옥에는 지갑이 없다. 도둑과 검문을 피하기 위해 죄수들은 우표를 가장 깊숙한 곳—양말 밑바닥, 신발 안창, 심지어 속옷 안쪽—에 숨긴다. 종이 재질인 우표는 땀과 체취를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남의 속옷 속에 있던 냄새 나는 종이를 화폐로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 고등어 팩은 튼튼한 비닐 재질이라 냄새가 배지 않고, 더러워지면 씻을 수도 있다. 이 완벽한 위생과 내구성이 고등어를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부피가 큰데도 화폐가 된 이유"
고등어 팩은 스마트폰만 한 크기라 주머니에 많이 넣을 수 없다. 그런데도 화폐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합법성 때문이다.
매점에서 참치는 10개, 우표는 20장으로 구매 개수 제한이 걸려 있다. 이를 초과해서 가지고 있으면 불법 거래용으로 간주되어 교도관에게 압수당한다. 우표는 몰래 숨겨야 했고, 냄새가 났다.
고등어 팩은 유일하게 무제한 구매가 가능하다. 즉, 사물함에 100개를 쌓아두어도 교도관에게 "나중에 먹으려고 샀다"고 하면 그만이다.
숨길 필요 없이 당당하게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 이것이 고등어 본위제를 탄생시켰다.
현재 고등어 1팩의 시세는 약 1.4달러다. 원래 1달러였는데 이곳에도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감옥에도 시장은 열린다"
감옥에는 매점이 존재하지만 한 달 구매 한도와 물품 개수 제한이라는 인위적 규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강한 가격 통제와 배급이 시행된 사회에서 그랬듯, 상부의 인위적인 통제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우회로를 찾는 지하 시장이 형성된다.
이건 범죄가 아니다. 허가된 시스템에서 밀려난 정직한 참여자들의 생존 본능이다.
이곳에선 고등어를 지불하고 빨래를 맡기고, 고등어를 내고 셰프(요리 잘하는 죄수)가 만든 따뜻한 사제 음식을 사 먹는다. 어떤 화폐를 쓰든 결국 돈이란 "이것이 가치가 있다"고 우리 모두가 동의한 공동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 다시 배운다.
"유일한 도박, 식사 시간"
감옥 생활은 지독하게 단조롭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고 통제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일기장에 온통 '밥' 이야기만 쓰고 있었다. 왜 그럴까?
하루 세 번의 배식 시간만이 이 단조로운 삶에서 유일하게 '예측 불가능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는 건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다.
어떤 날은 '치킨 볶음밥'이라 불리는 꽤 괜찮은 칠면조 요리가 나오지만 어떤 날은 가죽 구두를 재활용한 것 같은 햄버거 패티가 나온다. 아침 6시에 나오는 '찬 아침(Cold Breakfast)' 메뉴인 눅눅한 브랜 플레이크(Bran flakes, 시리얼)는 정말 최악이다.
오죽하면 이곳 연못에 사는 야생 오리와 거위들도 죄수들이 몰래 던져주는 빵은 받아 먹어도 이 시리얼만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짐승도 거부하는 맛이다.
"죽어가는 건강, 살아있는 정신"
많은 식재료 박스에 "인간 섭취 불가(Not For Human Consumption)"라고 적혀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곰팡이 핀 감자, 유통기한 지난 우유... 실제로 이곳 의사 출신 죄수들의 말에 따르면 건강했던 사람도 여기서 몇 년을 보내면 고혈압과 당뇨를 얻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매점에서 산 참치, 밥, 핫소스(맛을 중화시키기 위한 필수품)로 끼니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냉장고도, 조리 도구도 없이 뜨거운 물만으로 요리하는 건 쉽지 않다.
불평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이것이 나의 현실이고 수많은 수감자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외부의 피드백도, 트위터의 댓글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홀로 쓰고 또 쓴다.
키온의 편지를 읽으며 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는지 깨닫는다.
정부는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고, 물건 구매를 제한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다.
그들은 '고등어 팩'이라는 그들만의 비트코인을 만들어냈고 빨래와 요리를 거래하는 그들만의 경제를 구축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고등어가 화폐로 선택된 이유다. 사람들이 좋아해서 금방 소비해 버리는(내재 가치가 높은) 참치나 치킨은 화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맛이 없어서 아무도 먹지 않는(가치 저장이 되는) 고등어가 화폐가 되었다. 또한 숨길 필요 없이 합법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물품이었기에 화폐가 되었다.
이것은 "화폐는 결국 가장 유동적이고, 가장 덜 통제되는 자산으로 수렴한다"는 경제학의 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체 없는 숫자를 믿으며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종이돈에 일희일비하는 바깥세상의 우리와 비린내 나지 않는 고등어 팩을 주고받는 그들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돈은 공동의 환상일 뿐이라는 그의 통찰이 1.4달러짜리 고등어 팩 너머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그는
짐승도 거부하는 시리얼을 바라보며 이 세상의 경제학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 이 글은 Bitcoin Magazine에 실린 'Samourai Letter #2, #3'를 통합하여 발췌 번역 및 해설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문 보기: https://bitcoinmagazine.com/culture/samourai-letter-2-notes-from-the-inside
https://bitcoinmagazine.com/culture/samourai-letter-3-notes-from-the-in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