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군집 행동의 이해

by NT

요즘 같은 폭락장이 오면 투자자들은 차트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커뮤니티와 단톡방이다.


"지금 다들 팔아요?", "아직 들고 계신 분?"


자신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 혹은 나만 틀릴 수 있다는 불안감. 이 감정들이 모여 '군집 행동(Herding Behavior)'을 만든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부화뇌동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행동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생각보다 훨씬 기계적이고 맹목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1. 뇌를 거치지 않는 '반사 작용'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행동을 멈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놀랍게도 군집 행동은 개인의 리스크를 알아차리는 것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즉, 머리로는 "지금 파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이건 과도한 공포야"라고 냉철하게 위험을 분석하고 있더라도 남들이 우르르 팔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매수/매도 버튼을 눌러야하나?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군집 행동이 이성적 사고의 영역이 아닌 생존 본능의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에는 남들이 뛸 때 같이 뛰지 않으면 사자에게 잡아먹혔다. 이 오래된 DNA가 투자 시장에서는 매도 버튼으로 오작동한다. 남들을 따르는 행위는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판단을 포기한 결과다.



2. 폭포수처럼 밀려드는 정보: 지성이 마비되는 과정


행동경제학에서는 이 현상을 정보 폭포라고 부른다. 앞선 사람의 행동이 뒷사람의 판단을 압도해버리는 현상이다.


가상자산 시장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고 불확실한 곳에서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사적 정보(개인적 분석)를 무시하고 타인의 행동을 더 우월한 정보로 착각한다. "저렇게 많이 파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 정보 폭포가 시작되면 시장의 자정 작용은 멈춘다. 가격이 가치보다 낮아지면 매수세가 들어와야 하는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매도 행렬 앞에서는 누구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바닥 밑의 지하실까지 뚫고 내려간다.


3. 고립만이 답이다


그렇다면 이 본능적인 알고리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의지로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군집 행동은 리스크 판단 자체를 우회한다.


유일한 해법은 물리적 차단, 즉 자발적 고립뿐이다. 시장이 요동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단톡방 알림을 끄고 커뮤니티 접속을 끊는 것이다. 타인의 소음이 내 뇌의 판단 회로에 침투하는 것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군집에서 떨어져 나와야 비로소 나의 생각이 시작된다. 대중과 반대로 가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대중의 등 뒤만 보고 따라가다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투자든 투자는, 100명이 같이 걷는 행진이 아니라 혼자서 걷는 외줄 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