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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강주 Mar 18. 2023

베를린에서

<6>


*


어쩐지 10월 31일이라는 날은 아득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 이상으로 – 전혀 꿈꿀 수 없는 미래 같다. 차라리 2020년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내가 10월 31일에 한국에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계속된다. 아직도, 270일 정도가 남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왔나? 나는 무엇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그때의 나는 행복할까?

 

*

 

어딘가 한 박자씩 밀려 움직이는 너의 발걸음과 입에 맞지 않는 목소리 나는 이래서 술이 싫다고 되뇌고 있었어 화장실 밖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너 괜찮니? 난 괜찮아. 담배를 피우러 나가 만난 취한 사람들 취한 사람들은 싸움을 겨뤄보자고 말하고 너는 내 어깨를 감싸 도망갔어 너네들은 계속 말하고 있어 여기 사람들은 미쳤다고 내 눈에 보이는 미친 사람들은 너네야 또 너네는 말해 너 조금은 이상해 보여, 그 사람 너 처음에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대, 아무래도 상관없어. 죄다 미친 사람들뿐인 곳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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