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들이 CS(Customer Service; 고객 대응) 관련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워낙 여기저기서 사용자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탓에 일단 해보지만, 그 효용이 불명확해서 우선순위에서 밀어둔 회사들을 여럿 보았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정말 이 업무의 중요성이 피부에 와 닿으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즉, CS가 제품의 개선 혹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지표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수밖에 없다.
(딜라이트룸 역시 CS가 루틴이 되지 않고, 제품의 성장 혹은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딜라이트룸이 서비스하고 있는 알라미(Alarmy)의 경우 “Customer-driven”이 핵심 전략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사용자 피드백을 잘 활용하며 성장했다. 여전히 사용자 의견에 대해 구성원 모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처럼 그것을 활용하기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알라미 서비스가 성장한 만큼, 하루에 쏟아지는 사용자 피드백도 엄청나게 늘었고,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개발자가 하나하나 보면서 감과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딜라이트룸에도 CS 전담 팀이 만들어졌고,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해졌다.
업무를 맡은 후 초반에는 쏟아지는 고객 피드백(이하 티켓)을 일일이 대응하는 데만 하루를 다 써도 모자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CS를 왜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활동이 팀에 도움이 되는 거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할 수 없을 만큼 맹목적인 상태였다. 요즘 핫 하다는 머신러닝을 쓰면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으려나.. 하는 등의 순진한 고민 끝에, 결국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화된 방법 찾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딜라이트룸의 CS 업무는 크게 2가지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객 피드백에 댓글 등 직접 대응하는 일과, 티켓 처리 활동을 통해 수집한 내용을 기반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활동 모두가 직 간접적으로 제품 개선에 대한 방향이나 성장 지표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매일 티켓 처리를 끝내면, 그 날의 결과를 한 장에 요약한 “데일리 리포트”를 팀에 공유하고 있다. 리포트 내용 중, 제품 개선을 위한 인사이트들은 따로 모아 매주 팀 미팅(딜라이트룸은 매주 회사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한 회의를 한다)에서 고정적으로 팀원 들과 공유 및 토론하며 기획 백로그로 이관할 내용을 선별한다.
앞서 이야기한 3가지 목표 중, ‘제품 개선에 대한 인사이트 도출’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용자 피드백은 고객이 직접 자신의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주는 고 관여 데이터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핵심적으로 하고자 하는 내용과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런 특성 탓에, 사용자 피드백은 우리 서비스를 사용자의 시각으로 바라 볼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공감하려는 시도는, 제품 개선 측면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면, 한 명 한 명의 피드백이 정규분포상의 어디쯤에 위치하는 의견일지,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은 아닌지 늘 경계도 해야 한다!)
사용자 피드백은, 수집하기 위한 파이프라인과 사용자들의 행동을 유도할 유도장치(trigger)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피드백을 수집할 컨텍스트가 이미 상당 부분 정해져 있으며, 이런 맥락 정보를 이용해서 사용자의 입장을 훨씬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고, ‘공감'을 통해 제품을 관통하는 통찰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팀 내에 적절한 형태로 공유되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CS를 통한 제품 개선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알라미 사용자 피드백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져 들어온다. 약 6개의 서로 다른 피드백 수집 채널로부터, 각각의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데이터가 쌓이는데, 다행히 훌륭하신 개발자느님들의 도움으로 수집 및 처리 과정이 쉬워졌고, 다양한 부가 정보들을 같이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그 날의 할당된 티켓을 처리하며, 동시에 ‘인사이트 찾기’를 위한 두뇌 풀가동에 들어간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이 티켓 처리 담당자의 주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담당자는 누구보다 제품과 친한 사람이고, 따라서 민감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배경에 있다)
수 천 개의 동일한 주제를 담은 티켓들을, 사용자들과 공감하려는 노력과 함께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바로 그 순간이, 그간 공들인 노력이 ‘인사이트(Insight)’라는 싹을 틔우는 시점이다. 그리고 이 새싹들은 추후 제품 개선을 위한 기획 백로그(Backlog)에 저장되어, 꽃을 피우기 위한 인큐베이팅을 거친다.
일례로, 알라미의 ‘비상해제 모드’는 팀원들 사이에서도 항상 의견이 갈리는 기능이었다. (비상해제 모드는 미션 알람을 모종의 이유로 해제하지 못하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제공하는 기능이다) 기획에서 정해지는 정책에 따라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극명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이 고객의 피드백에서도 명확하게 갈렸다. ‘비상해제 모드’ 관련 의견들을 사용자 입장에서 공감하려는 노력이, 상자 밖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찾게 해주었고 그동안 헤매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찾아주었다. 현재 관련 내용은, 기획 백로그에서 개선된 ‘새로운 비상해제 모드’로 탄생을 기다리며 쿠킹 되고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정성적인 분석 만으로는, 담당자가 아무리 ‘사용자들은 이렇게 생각해요!’라고 외쳐도 ‘고요 속 외침’으로 끝날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늘 숫자로 근거를 뒷받침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특히,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는 제품 관련 이슈는 전체 티켓 대비 해당 이슈 관련 티켓 수 등을 지표 화 하여 관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품 개선을 위한 사용자 조사에서 인류학적 접근 방법에 관심이 있다. 특히 Internet을 통해 수집되는 사용자 데이터에, 이러한 접근 방법을 접목한 Digital Ethnography(혹은 Netnography)를 활용하는 방식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CS는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Help people wake up, Effectively”라는 딜라이트룸의 궁극적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더 적극적이고, 실험적인 동시에 제품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되는 CS팀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고민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관심 있는 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