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시간

#6 늙어버린 아이

by 온정선

선배의 편지는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한 느낌이었고, 나는 합정역까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쨌거나 다음 달이면 그녀는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할 것이고

내가 선배를 만나러 미국으로 갈 일도 주소나 전화번호를 먼저 물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세계에 동시에 존재하지만

다시는 만나지도 서로의 안부도 묻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편지를 그전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느린 속도의 성장.

마치 성장이 멈춰버린 채로 늙어버린 아이처럼


너무나도 느리게 아주 천천히 그녀의 글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때쯤부터였을까? 어쩐지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왔다.


20대치곤 특별할 것도 없었던 내 청춘이었지만, 그날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가끔씩은 그리웠다.

아니면 그녀가 그리웠던 걸까? 편지는 아마도 너무 늦게 도착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성장 하면서 알게 된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판단도 유보하는 편.


그래서 K는 나에게 마음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라고 했던 것일까?

슬프게도 그랬기 때문에 그런 편지로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마음을 쏟아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 어느 날 새벽 3시 전화.


깊은 잠을 자다 벨소리에 놀라 잠결에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잘 지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내 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왜 새벽 3시였을까.


잠 못 이루는 어느 날 밤, 나의 잠을 방해하고 인사를 남기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많은 것을 참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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