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덕분에 천사를 만났어요

by 온리

엄마

오늘은 토요일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니 7시가 넘었더라고요.

평소에 6시쯤 일어나는데 주말이라고 저도 늦잠을 잤네요. 새벽에 천둥번개에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긴 했는데 그래도 푹 잤어요.


엄마도 잘 잤어요? 밤사이 비도 많이 오고 아빠의 상처가 어떤지 계속 신경 쓰이실 것 같아요.

아빠는 좀 회복되었나요? 아빠의 손가락도 걱정이지만, 멘털이 더 걱정돼요. 자꾸 넘어지는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고 그럴까 봐서요. 어릴 적, 아빠가 오십견이 왔을 때 팔이 목 뒤로 안 올라간다고 이런 몸으로 살아서 뭐 하느냐고 했던 말씀이 생각나요.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는 거 무척 힘들고 슬픈 일인 거 잘 알지만 그 말이 참 무서웠었어요.


오늘은 큰언니와 큰손자까지 함께 있으니 아빠가 조금만 더 기운 차리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엄마도요. 시골집에 도착한 큰언니를 보고 분명 "아이고, 바쁜데 뭐 하러 왔어."라고 말씀하셨을 테지만 속으로는 든든하고 고마웠지요? 우리가 같이 할 테니 엄마도 조금 더 힘 내주세요. 그러고 보니 저는 지금껏 다쳐서 살을 꿰매본 적도 없고,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한 적도 없네요. 다 엄마 아빠 덕분이에요.


엄마

첫째 아이에게 잠자리 독서를 해주러 9시에 들어갔는데 11시에 나왔네요. 책은 5분 정도 읽어준 게 다예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유치원 다닐 때 썼던 그림일기도 보여주고, 작년에 썼던 배움 공책도 보여주는데 저도 다시 보니 새롭더라고요. 아마 그때 당시에는 틀린 맞춤법을 지적했을 텐데 지금 보니 '와, 일곱 살에 이것밖에 안 틀렸네'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이런 자료들을 보면서 첫째 아이도 스스로를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자료가 그 자체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렇게 뭐라도 남겨놓으면 그 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고,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고요. 그리고 나중에 혹시라도 첫째 아이의 박물관을 짓는다면 자료로 제공할 수도 있겠지요. 이건 너무 갔나요? 어떤 책에서 본 건데 아이의 작품을 버리지 말고 남겨놓으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네 박물관이 생길 수도 있으니 잘 보관하자.' 이런 말을 해주면서요. 그럼 아이도 자신의 작품이 소중한 것이라 느끼고, 나중에 무언가를 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라고요.

첫째가 그러네요. 유치원도 엄마가 보내줬고, 공책도 엄마가 사줬고, 명상캠프도 엄마가 보내줬고, 상담도 엄마가 시켜줬고, 그러니 모두 엄마 덕분이라고요. 매일 플래너 쓰고, 매일 명상을 하고 그런 건 어른도 하기 힘든 건데 지금 엄청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저도 화답해 주었어요. 언제 이렇게 큰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정말 초등학생이 아니라 그냥 한 명의 어른과 대화한 느낌이에요. 철이 너무 빨리 든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요. 어떤 책에다 '엄마가 없을 때는 내가 동생의 엄마다'라고 써놨는데 내가 천사를 낳았구나 싶었어요. 동생에 대해 너무 많은 책임감을 갖지 않도록 잘 얘기해주고 있어요.

엄마 고마워요. 천사를 만날 수 있게 나를 낳아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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