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 되면 블랙프라이데이가 폭풍처럼 지나간다. 물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블랙프라이데이는 한 해 동안 가장 높은 할인율로 물건을 파는 기간이다. 사실 연말에도, 연초에도, 계절별로 세일은 계속된다. 명절과 새 학기를 앞두고도 특가행사가 있다. 각종 할인축제가 일 년 내내 벌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빅스마일데이, 무진장세일, 쓱데이 등등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고 핫딜이 뜰 때마다 정신없이 검색에 나선다.
나는 홈쇼핑을 보면서 매진임박이라는 문구가 떠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할인판매도 어김없이 또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던 가족은 홈쇼핑을 보고 ‘저거 살까?’ 하고 묻곤 한다. 필요도 없고 사려고 생각한 적도 없는 물건의 광고를 보고 한순간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견물생심이라 했다. 실물을 보면 사고 싶어 진다. 예쁜 조명아래에서 상냥한 판매원의 서비스를 받거나 화려한 모델의 광고를 보면 같은 물건이라도 더 좋아 보인다. 고가의 물건이나 사이즈가 애매한 경우에는 직접 백화점에 가거나 마트에 가서 확인해 보지만 그 외에는 아이쇼핑을 하는 것을 피한다. 특히 가족과 함께 가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들과 함께 마트에 갔다가 수십 만 원을 쓰고 오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세일기간에 물건을 하나라도 사지 않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무언가를 계속 사고 싶어 한다. 우리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오랫동안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는 나도 집에 여러 개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 세일기간에 맞춰 사는 생필품도 있다. 내가 쟁여놓고 쓰더라도 거부감이 없는 제품이 있다면 그것은 휴지일 것이다. 휴지는 두 팩씩 사더라도 스트레스가 없는데 다른 물건들은 대부분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면 소진하느라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니 각종 세일에도 휘둘리지 않는 곧은 마음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기업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직접 돈을 내고 그 재고들을 기꺼이 내 집에 쌓아 놓을 필요가 없다.
올해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내년엔 또 새 기회가 있다. 심지어 빅세일을 한다고 해 놓고 원가격을 올려놓고 세일폭이 큰 것처럼 속이지만 세일 전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심지어 가격이 더 비싼 경우도 있으니 소비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따져봐야 한다.
대가족이 함께 살거나 어차피 사 두면 금방 소진할 것들은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소비자들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필요하지 않고 단순히 사고 싶어서 구매한 물건들이 문제다. 한순간의 욕망에 의해 구입한 물건들은 꼭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잠깐 사용하고 애물단지가 되어 집안 구석에 모셔두게 된다. 유행이라서 사 봤던 과자, 핫한 스타일의 옷 등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모두 따라가기는 버겁다. 유행한다고 해도 나와는 맞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기본스타일을 좋아한다. 치킨 신메뉴가 등장해도 그냥 오리지널이 좋다. 이것저것 추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옷, 가방, 신발 등 꾸밈에 있어서도 단순하고 근본에 충실한 스타일이 좋다. 가구, 가전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것이 오래 보고 함께 하기에 편안하다.
그러니까 나는 유행하는 새로운 것을 안 산다. 핫딜이 떠도 안 산다. 패키지 할인 상품은 더더욱 안 산다. 과거에는 사려고 하지 않았던 제품을 끼워 파는 것을 샀다가 후회한 적이 많다. 연말결산, 메가브랜드위크, 릴레이 특가, 마지막 세일에도 안 산다. 이미 많이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 써 갈 때쯤 새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따져보고 구입한다. 그때도 늦지 않다.
광고는 쇼핑알고리즘을 따라 끊임없이 상품을 노출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각종 매체를 동원한다. 블로그 체험단과 리뷰 알바를 동원하고 유명인들에게 협찬을 제공하며 관심을 끈다.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은근슬쩍 내 주변에 침투해 있는 광고들은 오히려 반감을 산다. 방송을 보다가 PPL이 나오면 흐름이 끊겨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뒷광고가 문제가 되고, 연예인들이 가방 하나 들고 사진을 찍는데 천문학적인 광고비용을 받는다고 하니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살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사고 후회한 적이 많다면 다 따져봐야 한다. 잘 알아보고 살 필요가 없으면 아예 안 사면 된다. 내가 소유한 물건들을 잘 살펴보면 기본적인 식품이 아닌 이상 없어도 되는 물건이 더 많을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거나 기업윤리가 부당한 회사의 제품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물건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순간의 감정에 혹해서 사지 않기를 희망한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따져보고 사야 한다. 신경을 써서 물건을 들이지 않으면 비울 때 또 고생한다. 이제는 대부분의 물건을 사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꼭 필요한 식품정도를 제하면 꼭 필요한 물건들이 이미 다 갖추어져 있다. 오늘도 세일품목을 외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