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소비가 많이 줄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장만한 사람들이 막상 집을 사고 보니 허무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미친 듯이 갖고 싶었던 물건을 택배 받은 후 신이 나서 택배상자를 열어 물건을 취하고 하루 혹은 단 몇 시간 후 설레는 마음이 사라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인가 물질적인 것을 얻고 나서 오는 허무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욕심은 더 커진다. 인간이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청렴한 종교인이 아니라면 갖고 싶은 것이 끊임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은 무턱대고 소비하지 않는다.
향수를 사고 싶은데 집에 향수가 하나 있다. 예전에는 향수 여러 개를 늘어놓고 기분에 따라 뿌리다가 전부 다 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버린 적이 있다. 인공향을 내는 모든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가끔 향수를 뿌리고 싶은 날이 있어서 완전히 비워내지는 못했다. 이 향수를 다 쓰고 새로운 향수를 살 지 그냥 바로 하나를 더 살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쓰던 것을 다 쓰고 사자고 판단해서 소비를 멈추었다. 아직도 쓰던 향수를 다 쓰지 못한 채 몇 개월이 흘렸다.
수분크림을 하나 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화장대 서랍을 열었더니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에도 없는 크림 샘플들이 가득 나온다. 역시 당장은 살 필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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