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삶을 사는 것.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는 순간은 많다.
하지만 때로는 가까움보다 거리가 더 많은 것을 지켜준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고,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게 우리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드러난다.
깊은 속마음을 감추려 애써도,
사소한 행동 하나가 의도치 않게 진심을 비춘다.
가끔은 누른 손가락 하나로,
또 가끔은 지운 흔적 하나로.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 기록이
오히려 그 사람의 마음을 낱낱이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그 흔적들을 애써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가만히 바라본다.
누군가의 손길이 스쳐 갔다 사라진 자리,
그 자리에 남겨진 아주 작은 파동을.
물결은 금세 잦아들지만,
내 안의 물결은 조금 더 오래 남는다.
누가 누구를 따라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비교는 늘 마음을 가볍게 만들지 못하니까.
결국 중요한 건 단 하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그 머무름이, 그 흔적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대신 말해주니까.
나는 그저 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불편해하는 건 그 쪽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흔들리는 건 언제나 그 사람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끄러운 건 늘 당신의 마음이었다.
나는 따라간 적 없는데,
뒤돌아보는 건 오늘도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