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인사라도 하면 안 될까요?
회사에서 대체로 인사를 먼저 하는 편이다. 업무를 같이 했느냐를 떠나 얼굴을 알기만 하면 일단 목례부터 나가고 본다. 또 타 부서의 관리자라면 그 사람이 나를 모르더라도 그냥 인사부터 하고 본다.
그런데, 이 회사는 젊은 회사여서 그런지 몰라도 안 받아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인사를 안 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첫 회사는 전통적인 대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로 공채가 있는 곳이었다. 신입으로 입사하면 무조건 막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얼굴 모른다고 인사를 안 했다는 옆 동기가 선배들의 뒷담화 대상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다행히도 나는 그냥 사람 마주치면 고개 숙이는 게 버릇처럼 되어 있긴 했었다.
이 회사는 공채가 없다. 경력직이 거의 100%다. 대부분 모른다. 선-후배 개념도 없다. 이전 회사와 지금 회사의 차이를 느끼다가 아래처럼 생각이 이어진다.
- 선후배는 아니어도 동료는 아닌가
- 다른 부서 사람들도 아니고 게다가 같은 부서라면 저 사람이 나랑 같은 팀이구나 라는 인식은 있을 텐데 오며 가며 목례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 꼭 업무를 같이 해봤거나 밥을 한번 먹어봤어야만 인사가 가능할까
- 먼저 나한테 인사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인사를 하면 목례로 응답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원칙을 세워 본다.
[한다]
1. 먼저 인사하는 사람에게만 한다
2. 나랑 업무 연관이 있는 사람에게만 한다
3. 잘 아는 사람에게만 한다
[안 한다]
1. 왜 자기한테 인사하냐는 표정 짓는 사람에겐 먼저 안 한다
2.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먼저 안 한다
3. 여하튼 내가 먼저 인사하고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한테는 먼저 안 한다
또르르. 저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인사 여부를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나는 그 사람의 태도를 보고, 판단하고, 원칙도 세워보고, 마음이 꽁해서 먼저 인사 안 하기로 마음먹는다. 또 졌다.
예민한 놈은 연전연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