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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Sep 21. 2020

제3의 어른이
공기같은 존재가 된다면?

유쓰망고X창덕여중 | 전문가 연계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


창덕여중과 함께하는 전문가 연계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가 3회차 수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외부 전문가 연결을 앞두고 있다. 1~3차시의 핵심은 학습자가 스스로 탐구, 또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주제로 정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는 것으로 2~4명씩 같은 관심 주제로 팀을 이뤄 활동 계획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보유한 인적 자원과 필요한 인적 자원을 분류하고, 앞으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외부 전문가를 찾기 시작했다. 


외부 전문가를 찾는 과정에는 망고 멘토 풀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기꺼이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공유하기 위해 멘토 풀에 이름을 올린 3의 어른들을 살펴보며 각자 자신의 프로젝트와 관련지어 본다. 리스트에 마땅한 전문가가 없을 때는 교내 교사의 인맥을 활용하거나 직접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창덕여중은 1차시 수업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부터 교장 선생님과 원어민 영어 교사를 수업에 초대해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나의 필요에 꼭 맞는 사람이 당장은 주변에 없더라도 함께 수소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연결의 확장성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통해 아일랜드에 있는 누군가와 글로벌 인맥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차시별 수업 내용


3차시 수업 중에는 이메일 쓰는 법도 배우며 전문가와의 만남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모든 만남은 온라인 미팅으로 진행된다. 다음 시간까지의 과제는 교내 전문가(교사)의 피드백을 통해 탐구 계획서를 완성하고, 외부 전문가에게 필요한 내용을 요청하는 것이다. 마음이 앞서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모아 전문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가, 너무 급히 준비 없이 보내 죄송하다는 사과 이메일을 보낸 팀도 있다. 좌충우돌하는 이 과정 자체가 리얼 월드 러닝이지 않을까. 


이렇게 때에 따라 필요한 외부 인적 자원을 찾고, 연결해 보는 게 ‘당연한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교사가 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창덕여자중학교에서 사회 교과 담당 이은상 선생님이다.

온라인 인터뷰 화면 (좌: 김하늬, 우: 이은상)

Q. 은상쌤안녕하세요! 3차시까지 수업이 진행됐는데요자기 주도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하는 만큼 초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어떤 주안점을 두고 진행하셨나요현재까지 수업 소감을 들려주세요~

A. 학생의 행위 주체성을 신장시키는 것 그리고 학생-동료-교사-전문가의 협력적 행위 주체성을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과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주로 전체 과정에 대한 이해와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위한 기초 활동을 진행했어요. 중요한 활동이지만 중1 학생들에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는 점이 아쉽기는 해요. 그런데도, 학생들의 기대감과 열정으로 그러한 어려움이 다소 상쇄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동료 멘토 선생님들의 세심한 피드백과 촉진을 통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학생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멘토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 그만큼 선생님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활동입니다.


4회차 수업까지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전문가를 연결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이런 기초활동이 마무리된 후 학생들은 실제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가진 기대감이 배가 되겠죠!



Q. 은상쌤이 생각하는 리얼 월드 러닝(Real World Learning)이 궁금해요.

A. 리얼 월드 러닝이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교육 혁신의 관점에서 봤을 때, ‘리얼(Real)’은 실제화된 학습(Authentic Learning)을 의미합니다.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는 교육인 거죠. 현재 한국 교육은 삶과 앎이 분리된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는’ 것을 넘어 실제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해내고 적용해보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해 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음을 알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죠. 여러 자원 중 하나로 ‘인적 자원(전문가)’가 있는데, 청소년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활용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갖춰야 할 능력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마을, 국가, 세계 차원으로 넓힐 수 있는데, 그러한 구호로써 리얼월드러닝이 하나의 키워드이자 방향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교직 생활을 하시며 형성된 은상쌤의 교육 철학이 있나요? 

A. 사회 교과는 사회현상과 그와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가르쳐요. 그런데 교과서에서 접하는 건 너무 단편적이죠. 물론 교사가 생생한 언어로 풀어주면서 간접 경험까지 나아갈 수 있지만, 학생의 탐구욕을 자극하거나 꿈, 자아실현과 같이 각자의 삶에 적용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회 변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까지 연결되는 것도 어려웠고요. 자기 삶과 관련 지어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관심을 증폭시키고 본인의 진로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밖 현장으로 직접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직접 갈 수 없으면 교육 공학(테크놀로지)적으로 해결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두 가지 형태로 교육계도 방향을 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리얼 월드 러닝 실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으로 전문가를 만나기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교육적으로 구조화된 기술 기반 환경을 체험해보고, 내가 학교에서 배우는 게 삶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현장 전문가를 통해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기술과 교육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 가능한 일입니다.



Q. 학교를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중요한가요? 위에서 청소년이 갖춰야 하는 능력과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문가를 활용하고 도움을 받을  있는 능력’을 언급하셨는데,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A. 학생들이 외부 자원을 만나는 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탐구하고 싶은 문제나 해결해보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때, 문제와 연관된 사람들한테 연락하고 도움을 받는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혼자의 생각으로 모든 걸 해결해 가는 게 좋은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기 때문에,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받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그러면서 다양한 능력들을 발휘해 보기도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갔으면 해요. 


어떤 특정한 경험을 해서 그 경험 하나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리얼 월드 러닝을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연습해보면 앞으로 어떤 문제에 닥치더라도 그 문제가 아주 작더라도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내용을 마주했을 때, 질문하는 게 당연해지지 않을까요? 현장 전문가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어려운 일이 돼버리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해주니까 가능한 연결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손 뻗을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청소년들이 주변에 있다고 했을 때, 당연히 도움을 주는 게 우리 어른들의 기본값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인센티브를 바라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돕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거죠. 우리의 이런 시도들이 청소년 차원의 당연함과 어른 차원의 당연함을 만들어 나가는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진짜 세상에서 서로에게 함께 배우는 리얼 월드 러닝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학교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학교는 학생들을 사회화 시키는 기관이잖아요. 사회적 자아로 불리는 또 다른 나를 형성하는 데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죠. 동시에 학습기관이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습관을 기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생활의 문제와 본인이 학습한 것을 연결해 보고 과정에서 도움을   있는 전문가와 연결해 보는 게 자연스러운 학습 습관이라는 걸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게 바로 OECD에서 말하는 행위 주체로서의 성장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학교의 자원과 학교 밖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학생들이 주체적인 학습 경험과 습관을 만들도록 돕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들을 어떤 관점에서 학습자와 연결해야 하는지 알고, 배움을 촉진하는 게 교사의 역할입니다. 단순히 연결만 해주는 것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활용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연결해 주는 가운데 학생의 지적 호기심이든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욕구이든 그것을 어떻게 촉진하고 해결하게 하는가까지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교사가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달하고 싶은 지식이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고 네트워킹하고 매칭해주는 역할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창덕여중은 대한민국 1호 미래 학교이기도 한데요. 미래 학교의 역할도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미래 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죠. 시간적, 공간적 경계가 사라지는 것. 학교와 학교 밖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지금까지는 ‘마을 교육공동체’, ‘마을 학교’처럼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체계를 가져가는 게 혁신 교육과 미래 교육의 상황이었는데, 진짜 경계가 사라진다면 그냥 하나인 거죠. 마을이 곧 학교인 거예요. 


그렇게 보면 지금보다는 학생들이 더 외부 자원을 잘 활용해야 교육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걸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움 자체를 개인의 평생교육적인 차원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학교에 나오면 언제든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만족하지 말고, 개인의 미래에 필요한 배움으로 시야를 확장해보면 ‘연결을 통한 배움’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져요. 모르는 게 있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알아내려고 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잖아요. 평생교육적인 차원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고 필요한 학습 태도인 거죠. 


기본교육과정을 졸업한 순간 우리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배움의 전략을 짜야 하잖아요. 이 과정에서 외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요. 인적 자원을 포함한 수많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학생들이 길러야 하는 마인드 셋이 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인적 자원은 새로운 자원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물리적 자원과 연결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창덕여중이 미래학교로서 전문가와의 연계를 주목한 이유입니다. 더해서 이번 실험은 동료 교사 그리고 외부 조직인 유쓰망고와 긴밀한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문헌 분석부터 실행 및 성찰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함께 진행한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문가 연계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를 운동에 비유하자면 어떤 운동일까요?

A. 수영!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기도 하고, 자녀들과 수영을 함께 해보니 알게 된 점이기도 한데요. 처음엔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선생님과 어른의 도움을 받아 물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나에게 부족한 것을 누군가에게 요청하거나 협업하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으나 우리의 교육은 그렇지 못하죠. 물에 들어가기 전에 갖고 있던 두려움처럼 배움의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하거나 힘든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이 활동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유쓰망고 대표 김하늬

편집. 씨프로그램 러닝펀드 매니저 문숙희



창덕여중 '전문가 연계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살펴보고 싶다면

https://brunch.co.kr/@ontherecord/244


리얼 월드 러닝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에 학생들과 연결될 수 있는 어른으로서 참여하고 싶다면

https://bit.ly/Mango_Men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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