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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Feb 12. 2022

우동택시와 관광 모빌리티

일본 가가와 현의 옛 지명은 사누키이다. 사누키 우동의 그 사누키이다. 현 내에 700개 이상의 우동 가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동네에는 ‘우동택시’라는 게 있다. 택시 캡 대신 우동 한 그릇이 올라가 있는 우동택시는 별도의 자격을 갖춘 택시 기사들이 탑승객에게 우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원하는 우동집으로 직접 이동도 해주는 택시다. 1-2 곳의 우동 가게로 이동시켜 주고, 한화로 5만 원 수준(¥4,800, US$46). 가격은 꽤 비싼 편인데, 4명이 함께 이동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다.


100년이 넘은 유명 우동집은 대중교통 방문이 어렵기도 해서 방문객이 많은 시기에는 꽤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2006년도부터 운행하고 있다는데 요새는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고, 영어가 완벽한 청년들이 우동택시의 기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우동 택시는 최근 업무 때문에 리서치를 하던 중에 동료가 말해줘서 알았다.  


가가와 현이 운영하는 우동 택시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관광지에서는 ‘우동처럼 특성화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택시 관광이  활발했다. 2002 제주에서 1 동안 택시 관광을 었다. 원하는 여행 컨셉(?) 말하면 기사님 데이터에 따라 관광지 이동, 맛집 소개와 스팟 설명, 더불어 제주 설화까지 와장창 이야기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서브로 사진기사 역할까지! 이제는 렌터카와 스마트폰에 밀려 관광 택시는 레어한 아이템으로 남았겠지만... 문득 우동 택시를 보며 (다른 방향이지만) KTX 달라진 국내 이동 패턴에서 지역 택시와 연계된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간 이동은 KTX로,
지역 내 이동은 택시로


KTX가 생긴 이후 나는 군산이나 강릉, 경주, 목포 등을 당일(또는 1박 2일)로 여행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역에 도착해서는 (로컬 대중 교통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이동 시간을 아끼려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 특히 지역 내 관광지나 유명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경우가 많아 한 스팟에 도착한 후에는 걸어서 이동하고, 다른 스팟으로 이동 시에 다시 택시를 이용하는 패턴이다. 군산이나 경주 같은 곳은 스팟 간 이동 거리도 비교적 짧아 비용에 부담이 적다. 아주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이런 이동 패턴을 모빌리티 서비스에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제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기차-택시 연계다. 카카오T에 기차 서비스가 추가되었는데, MaaS까지 꺼내지는 않더라도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택시도 예약(개런티)할 수 있다면 편리하지 않을까. 역에 도착해 긴 택시 승차 줄에 서 있는 경험이 별로이기도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심야 또는 새벽에 도착했을 때 택시 호출 서비스는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카카오T 앱 소중)


여기서 나아가 ‘지역 패스’ 같은 상품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코레일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라는 패스가 있다. 여름과 겨울 5일권, 7일권으로 기차 입석과 자유석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이다. (KTX도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25세 이하로 연령 제한과 기차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유형으로 군산시처럼 전체 이동 거리가 짧은 지역은 기차와 연계해 여러 번 택시를 탈 수 있는 1일이나 2일 패스 상품은 어떨지. 강릉시는 바다 코스가 결합되어 있어도 될 것 같고. 기차 이용 관광객들 대부분이 역으로 다시 돌아오므로 평균 왕복 거리 기준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평일로 패스 발행을 제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면 괘... 괜찮지 않을까. (안일하다...) 경주 같은 곳은 카카오T 바이크 이용도 가능해 보이고.


타다와 피크닉이 함께 한 프로모션처럼 지자체에서 밀고 있는 핵심 관광지의 쿠폰과 연계한 지역 택시 아이디어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관광지 렌터카들의 번들 내비게이션처럼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브랜드를 망치는 사례가 되겠지만.


타다 택시와 전시장 Piknic 프로모션


이렇게 적다 보니… 지자체와 핏을 맞추는 게 가장 큰일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드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떠오르고 수요가 많아야만 비즈니스가 되는 현실도. (먼 산… 이 글은 서비스 현실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안일한 글이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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