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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버터B Sep 04. 2023

5. 알고리즘의 공격

다들 안녕하십니까


알고리즘. 이거 진짜 대박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네이버 최고를 외쳤던 내가 유튜브를 검색하기 시작한 것이. 여전히 블로그를 찾긴 하지만 점점 그 지분이 유튜브에게 넘어가고 있다. 이토록 성의 있고 고급진 영상들이 무료라니. 재미도 있고, 유용도 하고, 이해도 편하고. 그렇게 '나도' 유튜브의 세계로 발을 들이기 시작한다.


"오늘도 알 수 없는 Youtube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이끌었다."는 말이 내게도 통하기 시작했다. 분명 영상 하나만 찾아서 보려고 한 것뿐인데. 어라. 어라. 어라라라라. 알고리즘이 대체 무엇이길래 한 번 들인 발을 도통 빼낼 수가 없다. 궁금하니까 "유튜브 알고리즘"도 검색해 볼까. 아. 아아아아악.






인스타그램은 또 어떻고. 블로그의 광고들로 신물이 날 무렵이었던가. "진짜 정보를 줄게." 하며 인스타그램이 등장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자신이 산 물건과 방문한 공간을 올렸다. 실시간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특히나 도움이 되었다. 주르륵주르륵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게시물들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지난여름. 우리 가족은 나른한 일요일 낮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더위엔 집이 최고라던 남편이 갑자기 계곡을 가자고 한다.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건 가까운 계곡뿐. 가까운 계곡들은 모두 낮은 산들의 계곡들 뿐이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아예 물이 없는 계곡이라는 것. 남편의 제안에 바로 오케이 할 수는 없었다.


어쩌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인스타그램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와. 감사합니다. 그날 아침에 올라온 계곡의 사진들과 동영상들엔 시원한 계곡물 에서 시원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이렇게 편리한 세상이라니. 이렇게 대단한 기술이라니.


그날 이후부터였을까. 인스타그램들을 통해 세상에 계곡이 이렇게 많다는 것. 서울 근교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들 또한 많고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리즘. 그것이 무엇이길래 나에게 필요하기도 하지만, 필요 이상이기도 한 정보들을 자꾸 내어 주는 것일까.







우리는 알고리즘에 대해 너무나도 모른다


"페이스북이 우리 이야기를 엿들은 다음 정확히 겨냥해서 광고를 띄우는 게 아닙니다. 우리를 본떠 만든 모델이 너무 정확해서, 마술이라 생각할 만큼 정확하게 우리를 예측하고 있는 겁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 P197)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를 "내침"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이들은 우리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무엇을 즐겨 보고, 무엇에 흥하고 무엇에 화를 내고, 무엇에 격노하는지를 배운다. 우리의 개인적 트리거를, 구체적으로 무엇이 우리를 어지럽힐지를 배운다.
(도둑맞은 집중력 / P207)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선조들의 진리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통하는 중이다. 무료로 이용하는 많은 것들에서 우리의 니즈와 욕망이 수집된다.


지금 마시는 검은콩가루를 탄 우유도. 아이가 입고 들어 오는 트레이닝복 세트도. 그저 한 번 검색해서 봤을 뿐인데. 검색한 곳이 아닌 다른 사이트에서 등장하여 나에게 영업을 하고 있다. "이거 잊으신 거 아니죠?" 하고 말이다. 내가 나에게 소비하라고 영업하고 있는 꼴이 이런 건가.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이용하고 있는 주체는 분명 나였고. 그것을 수단 삼아 삶의 편리성도 즐거움도 얻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오는 반작용들도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부작용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광고 5초 정도 보는 건데 뭐. 검색했던 상품이 다른 사이트에서도 뜨는 게 뭐. 비슷하면서 새로운 상품들을 추가로 소개해 주는 게 뭐.


그런데 이제는 안다. 어느 순간 불필요한 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사지 않아도 됐을 물건들을 사고 있다는 것을.


가랑비에 옷이 젖고 있다. 마를 날이 없다.








Photograph source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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