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겨울밤, 하나의 망령"

실패한 내란(12.3)은 성공한 반란(12.12)의 사생아다

by 박온유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됐다

오늘은 12월 12일이다. 46년 전 오늘 밤, 서울의 차가운 공기는 전차의 캐터필러 소리에 찢겨 나갔다.

탐욕에 눈먼 정치군인들(하나회)은 아군에게 총구를 겨누었고, 국방부 장관을 납치했으며, 헌법을 군홧발로 짓밟았다.


그 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사망했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치욕스러운 판례를 남겼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겨울, 또 하나의 기이한 밤을 목격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이 심야에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 국회의사당 위로 헬기가 뜨고, 무장한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희극으로"라고 말했다.

1979년의 12.12가 압도적인 무력으로 국가를 집어삼킨 참혹한 '비극'이었다면,

2024년의 12.3은 시민과 국회의 저항에 부딪혀 6시간 만에 진압된 촌극 같은 '희극'이었다.


그러나 웃을 수 없다. 이 희극의 본질 역시 헌정을 파괴하려 했던 명백한 '내란(Insurrection)'이기 때문이다.




'국가 예외 상태'의 욕망

12.12의 전두환과 12.3의 윤석열. 두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기제는 '법의 정지'와 '예외 상태(State of Exception)'에 대한 욕망이다.


정치철학자 조르주 아감벤은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선포하는 자"라고 했다.


독재를 꿈꾸는 모든 권력은 헌법과 법률이 작동하지 않는 진공 상태를 갈망한다.

1979년의 신군부는 '10.26 사태 수사'를 명분으로 군권을 불법 장악했고, 2024년의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추상적인 명분으로 입법부와 사법부를 마비시키려 했다.


그들은 법 위에 군림하려 했고, 국가 시스템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셧다운'시키려 했다.

12.3이 12.12와 다른 점은 단 하나, '실패했다'는 것뿐이다. 그 동기(Motive)와 실행(Act)에 담긴 헌정 파괴의 DNA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보복

왜 21세기에 헬기가 국회를 덮치는 초현실적인 일이 벌어졌는가?

그것은 우리가 12.12를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한 쿠데타'라는 궤변 앞에 너무 오랜 시간 침묵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로 처벌받았지만, 사면되었고 천수를 누렸다. 그들에게 부역했던 판사, 검사, 언론인들은 승승장구하여 사회의 기득권이 되었다.


"헌법을 파괴해도 성공하면 권력이 되고, 실패해도 잘 먹고 잘 산다." 이 잘못된 학습 효과가 12.3을 불렀다.


12.3 사태를 주도했던 세력들의 뇌리에 12.12는 경고가 아니라 '성공의 교과서'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친위 쿠데타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그 무모함은, 과거의 반란군들이 제대로 단죄받지 않았다는 역사적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




악의 평범성과 '명령 복종'의 함정

12.3 밤,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했던 군인들을 보자. 그들은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변명했다.

다행히 어떤 군인들은 명백한 위반임을 인지하고 항명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12.3은 실행되었다.

이것은 12.12 당시 반란군에 가담했던 군 수뇌부의 변명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은 여기서도 작동한다.


위법한 명령(Illegal Order) 앞에서 "이것은 헌법 위반이다"라고 사유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복종하는 그 '무사유'가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12.12 때는 사령관의 명령에 복종해 아군을 쏘았고, 12.3 때는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해 국민의 대표기관을 짓밟았다. 군복 입은 자들이 헌법보다 상관의 명령을 우위에 두는 순간, 군대는 국민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권력자의 사병(私兵)이 된다. 우리는 아직도 이 '맹목적 복종'의 문화를 청산하지 못했다.




12.3을 '완벽하게 실패한 반란'으로 만들어야 한다

12.12는 비극이었지만, 12.3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내란을 시도하면 반드시 파멸한다'는 새로운 역사적 판례를 남길 기회다.

첫째, 내란 수괴 및 가담자에 대한 성역 없는 처벌. 12.3은 미수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행에 착수한 기수(旣遂) 사건이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내란죄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가장 엄중한 잣대로 심판해야 한다. "성공하면 대통령, 실패하면 감옥"이 아니라, "헌법을 건드리면 누구든 파멸"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둘째, 위법한 명령에 대한 '거부권' 명문화 및 교육. 군형법과 공무원법을 개정하여, 헌법에 반하는 명백한 불법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을 거부할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군인이 지켜야 할 것은 상관의 기분이 아니라 '국가의 헌법'임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야 한다.


셋째, 역사의 기록과 기억. 12.12가 잊힐 때쯤 12.3이 왔다. 우리는 이 두 날짜를 묶어 기억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한 번 쟁취하면 끝나는 전리품이 아니라, 매일매일 지켜내야 하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임을.




46년 전 오늘, 우리는 군홧발에 짓밟혔다. 그리고 1년 전 그날 밤, 우리는 다시 한번 짓밟힐 뻔했다.

12.12의 망령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12.3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우리 곁에 숨죽이고 있다. 이 망령을 영원히 봉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진상 규명가혹할 만큼 엄정한 처벌뿐이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12.12의 탱크가 다시는 12.3의 헬기로 부활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그날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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