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Sonya Aug 23. 2019

가끔, 나는 귀농을 생각한다.

가끔, 당신의 생각. #3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살면서 나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난 꼭 화려한 도시에서 살아야지!!!

내 아이들에게는 힘든 농사일을 시키지 말아야지!!!


지금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노인이 되면 한가한 시골에 가서 살까??



남편은 자주 나에게 귀농에 대한 말을 한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사는 삶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여전히 짓으면서 70이 넘은 연세에도 돈을 벌고 있는 장인, 장모의 모습이 좋아 보이나 보다.

 

우선 아버지는 벼농사, 유자 농사를 하신다. 그 외에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하시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눈치 보지 않고 하시는 편이다. 유정란을 사다가 부화시켜서 병아리로 키운 후, 닭으로 키우신다. 그러곤 복날에 잡아서 여기저기 파신다. 시골 유자 밭에서 돌아다니며 좋은 것만 먹은 닭이 된 병아리는 그야말로 보양식이 된다.

(그 병아리를 키우고 닭이 된 놈을 잡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봄에는 양봉도 하신다. 어디선가 꿀벌을 사다가 벌집에 키우신다. 아빠 농장에 한 번씩 가면  벌들이 벌집에 우글우글 모여있는데 정말 공포스럽다. 그 벌들은 역시나 유자꽃의 꿀을 모아놓는데, 그 꿀은 정말이지 시중에 파는 꿀과 차원이 달랐다. 꿀에서 향기가 난다고나 할까.... 아빠가 꿀을 따시면 여기저기 팔아버려 금방 바닥이 난다. 미리미리 주문해야 한다. 엄마는 가끔 막내딸을 위해 한 병씩 남겨두곤 했는데, 그 꿀을 못 먹은 지 꽤 되었다.

아빠의 농장에 가면 흑염소와 강아지가 있다. 언젠 한 번은 거위와 오골계도 있었다. 가끔 산속에서 편백나무를 베어와서 직접 뭔가를 만들기도 하신다. 집에 가면 아빠가 만든 완전 자연식 도구들이 놓여있다.

아빠는 언젠가부터 색소폰을 배우고 계신다. 엄마는 그걸 배운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못한다며 우리들에게 아빠 몰래 흉을 보신다.

할아버지 논에서 어린 시절 아이들 ©️sonya

엄마 역시 아빠 못지않게 일을 많이 하신다.

밭에는 온갖 야채가 있다. 배추, 무, 당근, 양파, 대파, 가지, 고추, 감자, 고구마, 호박, 땅콩, 마늘.....

시중에 사 먹는 모든 야채가 엄마 밭에서 나온다. 시골에 가면 엄마 밭에서 나는 야채를 따다가 요리를 바로 해 먹는데, 진짜 맛이 다르다.

한 번은 블루베리를 키우셨는데, 내 두 아이들이 귀한 블루베리를 다 따먹어 버리기도 했다. 콩 종류도 많이 하시는데, 팥, 녹두, 완두콩, 메주콩 할 것 없이 심고 거둔다. 하지만 그걸 수확하는 일은 진짜 힘들다. 뜨거운 햇빛 아래 하나하나 손으로 따야 하는 일은 허리가 빠개질 것 같은 고통이다.


가끔 동네에 채소나 야채를 사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밭에서 난 것들을 팔기도 하고, 읍내 나가 야채상에 팔기도 하고, 도시에 사는 친척들에게 팔기도 한다. 하지만 자식들에게는 정성 들여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주신다. 엄마 택배가 큰언니 집에 도착하면 우리 형제들은 큰언니 집으로 모여 야채를 나눠가지고, 엄마의 김치를 나눠 먹곤 한다.

가을에는 아빠의 논에서 난 유기농 쌀을 나눠먹고, 겨울이면 아빠 유자 밭에서 난 유자차를 나눠 먹는다. 당연히 가족들도 자식들도 공짜로 먹진 않는다. 벼도 유자도 1년 내내 정성 들여 단 한번 수확해 돈을 버는 일이다. 그것들을 가꾸는 일 또한 매우 고되다. 모내기도 해보고, 벼 수확도 해보고, 유자를 가꾸는 일도 해본 나로서는 시골의 일이 생각만 해도 지치는 일이다.

고흥 해창만 ©️sonya

남편은 자주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새소리,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를 틀어놓는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그는 시골의 삶에 대한 로맨스가 있다. 적당한 노동과 자급자족의 삶을 꿈꾼다. 깨끗한 공기, 자연의 풀벌레 소리를 갈망한다.  

나에게 그런 소리는 소음이었다. 시골집에 누워있으면 온갖 벌레들  소리가 들려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이면 밤동안 울어대던 벌레들이 여기저기 죽어있다. 날마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벌레의 사체가 가득 쌓인다. 시골에서 적당한 노동이란,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들에 나가 일을 해야 하고, 해가 질 때 즈음에 다시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일이다. 그와 나의 머릿속에는 시골의 삶은 완전히 정 반대이다. 


남편이 시골 가서 살자고 할 때마다 싫은 소리를 했다. 하지만 내가 부인해도 언젠가는 그의 뜻대로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언제까지 인도에 살지 모르는 일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떠돌아다닐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노후연금을 들고 있고, 적금을 넣고 있지만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수입 없이 그것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60이 넘은 내가 도시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일정한 수입이 있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삶은 극렬하게 다르기에,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과 AI 분야로 20년 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그때가 되면 영화 속의 AI가 현실이 되어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신하고 있을지도.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귀농 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먹을 야채를 심고, 거두고, 먹고사는

자급자족의 삶이 가능할까?





며칠 전,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 요즘 한국이 많이 힘들다고 난리던데. 엄마는

별일 없어? 서울 언니들도 모두 힘들다고 하고, 친구들도 그렇고.”

“힘들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나 힘들지. 여기 시골 사람들은 맨날 노느라 바빠. 뜨거운 여름엔 일하면 일사병 걸린다고 일도 못하게 해. 아빠도 오늘 친구들이랑 농장에서 닭 잡고, 흑염소 잡고 먹고 놀고 있는데 뭐.”


엄마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워라밸의 삶이 저 시골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시골에 땅을 하나 사놔야 하려나......

노후를 시골에서 보내야 하려나.....




가끔, 전 귀농을 생각합니다. 남편과 귀농에 대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뿐이죠. 
제 큰아이는 시골에서 돼지를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돼지를 키워서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해요. 돼지가 너무 귀엽다고 말해요.  아이는 돼지가 삼겹살이 되기 위한 과정을 모릅니다.  
맞아요. 저와 남편도 내 아이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귀농에 대한 로맨스는 있지만,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죠. 꿈만 있을 뿐이에요. 꿈이 현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돼지가 귀여운 동물이 아닌, 뚱뚱하고 밥을 많이 먹고, 똥을 많이 싸는 동물임을 알게 되면, 그 돼지가 삼겹살이 되려면 어떻게 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우리 부부의 귀농에 대한 생각도 현실이 될까요?
당신도 혹시 귀농을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게 차분히 준비해 보세요. 그럼 저희도 당신의 뒤를 밟아가겠습니다. 



이전 02화 가끔, 나는 이혼을 생각한다.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가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