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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an 04. 2024

알베르 카뮈 [이방인] 3

2024 매일 필사 첫 번째

그러자 그는 삶의 변화에 관심이 없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 누구도 결코 삶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이런 삶이나 저런 삶이나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지금 여기의 내 삶이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고, 아마 그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만 언젠가 그 때문에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뫼르소는 마리에게 이러나저러나 거기서 거기라는 듯 선택에 있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본인은 초연한 태도를 지님으로써 속 편할지는 몰라도 곁에 있는 사람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인 거다.

왜 뫼르소가 삶에 대해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태도를 지니게 되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을까.




아직도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머니 문제와 관련하여 평이 안 좋다는 걸 지금까지 알지 못했으나 간병인을 둘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양로원에 넣었다고 대답했다. "더욱이"하고 덧붙였다. "오래전부터 어머니는 제게 하실 말씀이 없었고, 혼자서 쓸쓸해하셨습니다."
그의 삶이 이제 변했고, 그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가 그를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그가 슬그머니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내 손에 비늘 같은 그의 피부가 느껴졌다.

키우던 개, 유일한 반려였던 개를 잃어버린 이웃 노인에게 자신도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도 모르고 위로조차 잘하지 못하는 성격인 뫼르소가 아주 약간은 변한 느낌을 받은 장면이었다.

늘 개를 구박했고 때렸지만 길들여져 버린 노인은 허전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뫼르소는 저 어찌할 바를 경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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