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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an 05. 2024

알베르 카뮈 [이방인] 4

2024 매일 필사 첫 번째 

불타는 태양이 두 뺨을 엄습했고, 땀방울이 눈썹 위에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의 장례식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때처럼 특히 이마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줄이 살갗 밑에서 한꺼번에 뛰었다. 더 이상 불타는 열기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움직인다고 해서 태양을 떨쳐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행동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알고 있었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엄마의 장례식 날과 똑같은 태양. 한 걸음 움직인다고 해서 태양을 떨쳐버릴 수 없음을 알았지만 불타는 열기를 참을 수 없었던 뫼르소. 태양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강렬한 것이고 떨쳐버리고 싶지만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무언가. 


이 눈물과 소금의 장막 뒤에서 내 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제 내 이마 위에서 울리는 태양의 심벌즈와 내 앞의 단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쩍이는 빛의 칼날만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뫼르소는 눈물을 흘렸던 것인가. 뜨거운 태양 때문에 눈에 눈물이 잠시 고였던 것일까. 


바다가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왔다. 하늘이 활짝 열려 불의 비를 쏟아붓는 듯했다. 내 모든 존재가 팽팽히 긴장했고, 나는 권총을 꽉 쥐었다. 

긴장감이 넘쳤고 무언가 결단한 듯 권총을 꽉 쥔 뫼르소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한낮의 균형을, 내가 그토록 행복해했던 바닷가의 기이한 침묵을 깨뜨렸음을 알았다. 그때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에 다시 네 방을 쏘았는데, 총알은 그런 것 같지도 않게 깊이 박혔다. 그것은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결국 태양을 떨쳐버린 뫼르소. 침묵을 깨뜨리고 발사된 권총. 더 이상 움직이지도 않는 몸에 네 방이나 더 쏜 뫼르소. 불행의 시작을 알리듯 불길한 분위기가 맴돈다. 




뫼르소는 뒷 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 이끌려 총을 쏜 것처럼 보인다. 

떨쳐내버리고 싶은 강렬한 태양 빛을 못 견디다가 불행의 문을 열더라도 총을 쏴 균형을 깨뜨린 뫼르소의 앞 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태양이 어떤 의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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