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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an 08. 2024

알베르 카뮈 [이방인] 5

2024 매일 필사 첫 번째

그는 내가 자기를 도와주기를 바랐다. 그는 그날 내가 마음이 아팠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은 나를 몹시 놀라게 했고, 만일 내가 그 질문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면 매우 거북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자문하는 습관을 좀 잃어버렸고, 그래서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나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모름지기 건강한 사람이라면 다소간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바란 적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나는 천성적으로 육체적 욕구가 감정을 방해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그에게 설명했다.

거짓 없이 솔직한 편으로 자신의 말이 아무리 사실일지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공감 능력의 결핍인지 아예 일반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날이 저물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 이름 없는 시간, 저녁의 소리가 감옥 층계 여기저기서 침묵의 행렬을 뚫고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나는 천창으로 다가갔고, 마지막 햇빛 속에서 다시 한번 철제 반합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여전히 심각했지만 놀랄 일이 무엇일까. 그때 나는 실제로 심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내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나는 그것이 오래전부터 내 귀에 울리던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고, 그동안 줄곧 혼자서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엄마의 장례식 날 간호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감옥에서의 저녁나절이 어떤 것인지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저녁이 되기 전 마지막 햇빛으로 얼굴을 비춰보던 그때, 몇 달 만에 듣게 된 자신의 목소리. 귀에 들리던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것이 내면의 소리인지 환청인지 긴가민가했다. 뫼르소의 행동들이 환청을 겪는 환자라면 이해해 볼 법한 수준이기 때문에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뫼르소의 행동을 설명해 줄 실마리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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