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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동윤 Jul 10. 2022

플레이어

1.

혀를 둥글게 말아 침을 뱉으면. 바닥의 검은 점이 흩어지고. 밀보다 작은 수백 알갱이의 개미떼를 보며 기민은 생각했다. 그날 의식 잃기 전 망막에 비친 건 그녀가 아니었다고. 설사 그녀가 맞더라도 차가운 입가에 핀 건 웃음의 형상이 아닐거야.


기민이 다리를 오므려 앉았다. 맑은 침방울 속 허우적대는 검은 개미 한 마리가 보였다. 기민이 검지로 움직이는 검은점을 꾹 눌렀다. 움직임이 멈췄다. 손가락 끝으로 무언가 톡, 하고 터졌다. 검은점을 뚫고 나온 걸쭉한 녹색 기름 때기가 기민의 타액으로 스며들었다. 흙바닥 위로 진갈색 호가 남았다. 살아남은 개미떼는 분주하다.


2.

요즘 일상은 1번 따위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일단 무언가 떠오르면 오롯이 그것만 떠올리고 거칠게 기록한다. 재능은 이곳에 있다.

심장은 이곳에 없다. 플레이어가 되고싶다. 플레이어로 남고싶다. 그래서 글을 쓴다. 그래서 글을 쓴다.


3.

가장 근래에 찍은 영화의 컷편집본을 받았다. 나아진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준비의 마지노선을 올해로 잡았다. 계획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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