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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동윤 Jun 22. 2022

가식적인 인간

나는 사람을 쉽게 넘겨 짚어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모두 경쟁자니까. 빠르게 판단하고 벽을 쌓아 올리는 사람이 위치를 보전할 수 있으니까.


높은 울타리를 세우고나서야 나는 안전함을 느낀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대할 수 있다.


같잖은 순발력으로 사회생활 잘해내고 있다 생각했지만 실은 어금니 씹고 회피하던 나였다. 자의식은 상대를 상대로 보는데 방해한다. 당신을 보고 당신을 듣지만 피부 껍질 속 조악한 진심은 겉과 다르다. 진심은 나를 조종하려든다. 눈을 부라리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한다.


"본심을 읽어.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안돼. 절대로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안돼."


오늘 마이즈너 선생님은 내게 수비적인 사람이라 말했다. 다른 학우가 발표하며 외피를 벗듯이 나의 방어 기제 또한 탄로났을 것이다. 질문 주고 받기 연습도중 '너 혼자 있는 거 좋아하지?'라는 물음에 찔린 내 눈은 달팽이처럼 쪼그라들었다.


괜찮은 척.

어색하지 않은 척.

진심인 척.


듣기 싫으면 귀를 막고 보기 싫으면 눈을 감아 지저분한 내 가면을 본다. 가면을 벗는다. 민낯이 드러난 나는 혼란스러워 얼굴 표정이 무너진다. 상대를 온전히 받지 못해 가면을 만지작거리는 내게, 안쓰런 얼굴로 모든 과정을 마친 5개월 후를 생각해보라 조언하시는 선생님 말씀을, 또 받아들이는 척 손 닿을 거리에 가면을 던져 놓았고, 연습 도중 여유가 바닥나는 찰나의 순간에 나는, 어김없이 가면을 얼굴에 들이밀어 가식을 내뱉는다.


마이즈너 테크닉의 첫 시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공간은 안전해요. 성적, 인격모독적 행위를 제외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곳입니다. 많은 실패를 시도해요. 당신은 안전해요."


운 좋게 촬영 현장을 여럿 경험하며 갈구했던 건 오직 진심으로 연기하는 방법이다. 진심을 대면한다. 연기를 배운지 5년이 다 되어서야. 진심에 닿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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