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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루이스
Jul 21. 2022
#3. 사망 2시간 후, 영안실
사망 판정을 받지 못한 죽은 자의 몸은 증거품 이 되었다
어떤 기억들은 마치 진공관에 있는 것처럼 저장된다.
기억의 장면들은 느릿하게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다.
마치 오래되어 필름이 늘어진 무성영화처럼 말이다.
그날의 영안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코가 시큰거린다.
영안실.
입원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그 유체를 안치하는 방.
차가운 공기, 콧속을 긴장시키는 찌르는듯한 소독약 냄새
스테인리스 선반 위 아직 따뜻한 몸의 엄마가 누워있다.
엄마를 올려놓은 곳은 침대라고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스테인리스 선반에 바퀴가 달린 기괴한 모습이다.
급식실이나 식당에서 봤던 음식 카트를 길게 늘여놓은 모습이다.
그 위에 있는 엄마의 모습이 몹시 불편해 보였다. 아니, 내 마음이 불편한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나 봤을까, 한눈에도 이곳은 시체를 보관하는 곳임을 알면서도 모든 게 너무 비현실적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흐릿한 영상 안에서 딸 셋이 엄마의 몸을 흔들고 만지고 주저앉고 가슴을 치는데
절규도 흐느낌도 들리지 않는다.
살짝 감은 눈두덩이 아래로 길고 촘촘히 박힌 속눈썹이 가지런히 떨리는듯했다.
입술은 아직 붉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더욱 슬펐다.
엄마는 커다란 눈이 참 예뻤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크게 입을 벌려 잘 웃던 입술이다.
골목 어귀서부터 들리던 엄마의 웃음소리는 어디 갔는가.
엄마의 빛나던 눈 빛. 엄마의 따뜻한 숨. 엄마의 성대를 차고 울렸던 높은 목 소리.
모두 저 감은 눈안으로 닫은 입안으로 함몰되어 나올 기세가 없었다.
가슴께로 온지구상의 통증이 한데 몰려오고 있었다.
쥐어짜듯이 옥죄어오는 통증에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
눈물만 하염없이 볼을 타고 목을 타고 옷 섭으로 굴러떨여져 들어갔다.
동생은 엄마의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세 살 때 잠든 엄마를 깨울 때처럼 서른이 넘은 딸이 엄마의 눈꺼풀을 제친다. 세 살 때처럼 엄마가 까르륵 거리며 몸을 일으키면 좋겠다.
엄마가 늘 막내딸이라고 부르던 사촌동생의 몸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벽면 가득한 네모반듯한 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안에 또 다른 죽음을 맞은 시신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내 머릿속을 저주하고 싶어졌다.
영안실 문이 열렸다.
하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두 명의 남자를 데려왔다.
커다란 카메라와 가방을 들고 온 한 남자가 몸을 돌리자 등에 '과학수사'라고 적혀있었다.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119 구급대원이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을 하신 이후라고 했다.
병원에 치료와 입원을 하지 않았고, 특별한 병원 이력이 없는 죽음은 수사 대상이라 했다.
그들은 우리를 문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영안실 문안에서는 연방 셔터 소리가 울렸다.
사망 판정을 받지 못한 죽은 자의 몸은 풀어헤쳐지고 증거품의 사진으로 남겨질 터였다.
나는 가족으로서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몸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단단한 힘이 허우적대는 내 두 팔을 제압하며 법적인 절차라고 했다.
가족의 동의나 허락이 필요한 절차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른 설명이나 절차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만, 죽은 자의 가족에게 터무니없이 부족한 설명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죽은 당사자의 허락도 가족의 동의도 없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진이었다.
엄마가 벌떡 일어나 사진을 찍는 그의 뺨을 갈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슬픔도 눈물도 무기력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난 여전히 지독히 슬픕니다.
'엄마를 잊기 위해, 엄마를 잃지 않기 위해' 엄마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게워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당신에게 죽음이 불편한 키워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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