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수업 기록.
공격을 피한 뒤 반격하는 연습을 했다.
어쩐 일인지 이번 수업은
천천히 습득하는 시간이어서
좀 더 연습할 수 있었다.
지난 수업은 속도도 강도도 세서
울면서 나머지 연습을 했더란다.
어찌나 벅차던지.
몸이 진짜 안 좋아도 빼지 않고
주에 1~2회를 꼭 나가서 수업을 들었는데.
어느새 마우스피스를 구매한 회원님들도 생겼다.
세상에, 마우스피스라니.
마우스피스를 낀 회원님과
스파링 연습을 하면서
마우스피스의 존재에 놀라고,
단단한 주먹에 놀라고,
아파서 놀라고,
기운이 쭉 빠져서는
마우스피스를 나도 사게 될까, 하는 잡생각을 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은 정말 지양하며 사는데,
잘하고 싶어서 더 그런지
복싱에 관해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될까, 되려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복싱에서는 다리를 재게 움직이는 게 핵심인데,
다리를 재게 움직일 수 없는 게 나의 핵심이다.
그래서 골반 스트레칭과
다리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리가 정말 잘 부어서
온갖 방법을 찾아다니며 따라 한다.
이 와중에 너무 웃긴 것은,
옷맵시가 달라졌다는 사실.
이렇게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되는지도 모르겠는 채로도
뭔가를 해도 되는 건지.
즐기고 싶은 마음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하나는
중도 하차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
뭐가 되려는 미래도 생각 말고,
그저 하루하루 쌓아가기.
그래도 작은 바람은,
다음 수업의 속도도 오늘처럼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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