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현우 Jul 14. 2018

몽골에 가면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

우리가 몽골에 가는 이유

수테차와 양고기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 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했던 적은 없다. 나폴리에서 멋모르고 시켰던 엔초비 피자 정도? (멸치가 페페로니처럼 박혀있었다) 그래도 워낙 미지의 세계였던 터라 블로그를 뒤져봤다. 전반적으로 육류 위주여서 좀 기름질 거라는 조언이 있었다. 그 말이 딱 맞았다. 조금 덧붙이자면 꽤 맛있고 가끔 기름졌다.

수테차. 사진은 좀 아쉬운 감이 있는데.. 참 맛있었다.

 시작은 수테차였다. 몽골 어느 곳에 가든 수테차가 있다. 인도의 짜이 같은 느낌. 우유를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한 차인데 정확한 맛은 우유에 물탄 맛?이라고 하면 너무 맛없는 표현이고 마셔보면 구수한 밀크티 맛이 난다. 물론 이것도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서 어떤 집은 조금 비리고 어떤 곳은 더 진하기기도 또 어디서는 밍밍하기도 했다.


 나는 수테차가 잘 맞았다. 아 인도 = 짜이, 몽골 = 수테차 라는 인식이 들다 보니 몽골에 왔으니 매일 수테차를 마시는 거야 하면서 의무적으로 마신 감도 있지만 애초에 입에 잘맞았다. 신박했던 건 몽골 사람들이 수테차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전날 먹다 남아서 식어버린 볶음밥이나 볶음면을 아침에 끓인 수테차에 넣어서 먹는 것. 면에 남아있던 기름기가 차에 베면서 자연스럽게 수테차가 육수가 된다. 아침에 그렇게 먹으면 시리얼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샤브샤브 같기도 하고. (시리얼과 샤브샤브는 많이 다르지만 어찌 됐든 결론은)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됐다.  

 

양고기 죽, 양고기 제육, 양고기 한상차림



 수테차만큼 많이 접할 수 있는 건 양고기다. 몽골엔 양이 정말 많다. 한국의 닭 이상으로 많았던 것 같다. 몽골 5대 가축이 있다고 하는데 양, 말, 염소, 소, 낙타가 그것이며 양은 그중에서도 아주 돋보적이다.   거의 모든 요리에 양이 들어간다. 양고기 구이, 양고기 찜, 양고기 볶음밥, 양고기 스테이크.. 막상 적어보니 몇 개 안되지만 체감은 훨씬 더하다. 식당에 들어가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 볶음밥과 국수, 수프를 시킨다. 막상 음식이 나와보면 세 가지 모두 양고기가 들어가 있는, 그런 식이다. 사실 처음엔 언제 또 이렇게 양고기를 먹어보겠어하면서 즐겁게 먹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조금 물렸고 닭고기가 그리워졌다. (양이 흔한 만큼 닭이 귀했다) 그리고 시골 식당에서 나오는 양고기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너무 강했다. 손질을 완전히 깨끗하게 안 한 탓이라고 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보나마나 양고기.
 몽골 전통 요리 허르헉. 우리나라 갈비찜 느낌. 맛있었다. 물론 양이다.


 우리는 아미가 있었던 탓에 음식을 고르느라 크게 고민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보통 도시에 들르면 마트에 가서 장을 봤고 아미와 아무라가 오늘 점심은 ~로 해줄게! 하고 요리를 해줬다. 그리고 재료가 떨어지거나 물리면 우리 오늘은 ~ 먹을까? 하고 로컬 식당에서 가서 밥을 먹었다. 자유로운 여행이었다.  


장보는 애들
요리하는 아무라
늘 양고기만 먹은건 아니고 아침엔 이렇게 나름 브런치를 차려먹기도 했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인도에 갔을 때 가장 내 발목을 잡았던 건 릭샤의 매연과 집집마다 끊임없이 피우는 향이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찌어찌 또 해결이 돼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몽골의 어려움은 날씨였다. 날씨는 피할 방법이 없다.

  내가 몽골에 갔던 건 정확히 7월 말이었고 한국은 막 무더위가 시작될 쯤이었다. 몽골도 여름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낮엔 반팔을 입어야 했고 차에선 에어컨을 틀기도 했다. 그런데 해가 지면 급속도로 온도가 낮아지더니 겨울이나 다름없는 날씨가 됐다. 정말 추웠다. 밤에 자리 깔고 누워서 별 좀 보려는데 추워서 제대로 못 볼 정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량 패딩을 하나 가져갔었는데 없었으면 진짜 ㅈ될뻔했구나 싶었다. 아침에도 마찬가지였고 잘 때도 추웠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던 것이다. 그런 식의 일교차는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홉스골에 도착했을 땐 지금이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가 됐다. 혹시나 홉스골을 가는 분들에겐 짐이 좀 늘어나더라도 경량 패딩과 더불어 후리스같이 보온이 잘되는 긴팔 옷을 추천한다.    



바이ㄹthㅏ

살면서 한국어, 영어, 중국어 , 일본어, 프랑스, 독일, 러시아어 등등 다양한 언어를 접해봤지만 몽골어는 독특한 언어는 처음이었다. 일단 발음부터가 이상하다. 후두음이라는 게 단어 곳곳에 들어가 있는데 영어로 치면 th 발음? 센 베노 (안녕)까지는 할만했는데 바이륵사 (고마워)부터가 고난도다. 한글로 쓰면 바이륵사이긴 한데 실제 발음은 바이ㄹthㅏ 이런 느낌? 끝까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 사람은 일행 중 아무도 없었다. 억양이 세다 보니 몽골 사람들끼리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어째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독일어랑 느낌이 비슷했던 것 같다)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 칭기즈칸 시절 말 탄 전사들이 피정복민들에게 이렇게 몽골말로 지시하고 윽박질렀으면 정말 오줌이라도 지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왕좌의 게임>을 보면 "도트락어가 후두음이 강해서 배우기 어렵다"는 내용의 대사가 나오는데 혹시 몽골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 아닌지..? 추측이다.



Nature calls me

몽골엔 물이 없다. 없다, 까지는 좀 과장이지만 다니다 보면 참 물이 귀한 나라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도시에 가면 수로가 깔려있으니 물이 나오긴 하는데 어째 시원스레 콸콸 나오지는 않았다. 시골로 가면 점점 심각해져서 물을 틀어도 쫄쫄쫄 겨우 나온다던가 수도가 아예 없는 곳도 간혹 있었다. 그나마 물이 잘 나왔던 홉스골에서도 온수 샤워는 유료였고 정해진 타이밍을 놓치면 물이 끊겼다.. (옛날 훈련소 느낌 ㅋ)

 물이 없다 보니 화장실도 없다. 게르촌에 가면 구역별로 칸막이를 세워놓고 화장실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겉보기엔 시골 화장실 느낌이지만 들어가 보면 정말 칸막이다. 그래도 몽골 화장실에 대한 얘기는 워낙 말을 많이 듣고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한 편 이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내 경우 저런 간이 칸막이보다 그냥 초원에서 노상 방뇨하는 게 편했다. 몇 시간 초원을 달리다 보니 몇 번은 초원에서 바지를 내려야 하는 경우가 온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망망 대초원에서 바지를 내리는 건 아니고.. 가다 보면 적당히 숨을 곳이 있는 지형이 나오는데 나무라던가 바위라던가 그런 곳이 나오면 아무라가 그때그때 판단해 차를 세우고 휴식을 가졌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셈이다. 그러면 각자 차에서 내려 으슥한 공간을 찾아 흩어지는 것이다. 적당히 보호가 되면서도 전망은 탁 트인 곳을 찾아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볼일을 볼 때면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랄까.. 원시에서부터 올라온 어떤 희열이 있었다. 이 또한 몽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내리면 포토타임이 시작됐다
화장실 ;;





그러고보니 우유가 참 맛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몽골, 여행의 시작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