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위험한 각색에 관해
장면 하나
피난길, 가마가 뒤집히며 진창에 중전이 얼굴을 박는다. 아내의 안위를 걱정하기는커녕 진작 말을 탔어야 했다며 핀잔을 주는 선조 임금. 힘겹게 고개를 든 중전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꽂힌다.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중전의 모습에 왕도 그 방향을 바라보는데, 불타는 수도 한양과 궁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왜군은 아직 수도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선의 백성과 노비가 불을 질렀다는 보고를 받은 선조는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장면은 바로 경복궁과 광화문에 불을 지르는 백성들에게로 이어진다.
장면 둘
나루터에서 선조는 부실한 수라상을 받아 든다. 보잘것없는 식사에 왕이 반찬 투정을 부리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돌덩이가 날아와 밥상을 덮친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 왕실의 행태에 분노한 백성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국왕에게 달려들자, 호위군은 칼을 빼들고 다가오는 자국 백성들을 무참히 베어내기 시작한다.
선조는 어렵사리 나룻배에 오르고, 배를 향해 몰드는 백성들도 무참히 베임을 당한다. 배에 매달린 자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칼질에 손목과 손가락이 잘려나가며 배 안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적이 이용할 수도 있다는 염려에 선조는 자신이 강을 건너고 나면 나루터뿐만 아니라 주변 민가까지 모두 불태워 없애라는 지시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