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밤 9시가 되면 집에 돌아갔었다. 그 시간이면 아버지께서 가게 앞을 긴 빗자루로 청소하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말이 가게 앞이지 한참 위에서 저 아래 큰 길까지 청소하시는 모습이며, 당시 내 키보다 길다란 빗자루까지 기억에 선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님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 일찍 일어나신다. 그 때문에 나도 10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고 6시가 되면 일어났다. 잠자는 시간은 고등학교 때는 늦으면 새벽 2시까지 안 자기도 했고, 이후에는 대체로 12시 정도에 잠이 들었지만,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6시 조금 넘은 시간으로 얼마 전까지도 일정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미라클 모닝이란 거창한 이름은 아니지만, 새벽에 글 쓰는 시간을 갖고자 해서 12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고 5시 30분에 일어나고 있다. 요즘엔 실제로 새벽에 무언가를 하지는 않지만, 일찍 일어나서 긴 아침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 누구보다 빨리 출근하는 것이 좋아서 10개월 가까이 5시 30분에 일어나는 중이다. 사실 작년에 처음 일찍 일어나려고 할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났었는데, 피곤한 이유에선지 내 건강이 안 좋아선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멍하거나 어지러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6시에 일어나기도 하다가 5시 30분 정도로 타협했다.
어릴 적에는 10시가 되면 잠이 들어선지 늦은 시간에 하던 X파일이나 토요 명화, 주말의 명화 등은 오프닝 장면과 음악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데 반해 정작 드라마 장면이나 영화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도 그 시간대에 하던 영화는 13일의 금요일이라든지 오만, 죠스 등 무서운 영화라는 기억이 있다. 당연히 공포영화만을 방송하지는 않았겠지만, 내 기억에 남은 이미지는 그러하다. 찔끔찔끔 보다가 잠이 들곤 했다. X파일은 조금 더 늦은 시간에 했던지 오프닝 음악 외에 드라마 장면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오프닝 음악에 대한 느낌은 꽤나 강렬하다. 오프닝 음악 그 자체로도 무서움과 미스테리함이 느껴진다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X파일을 시즌1부터 보게 된 것 때문이다. 이제는 상당히 오래된 드라마이긴 하지만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외국 드라마를 참 재미있게 봤다. 말괄량이 삐삐에서부터 천사들의 합창, 맥가미버, 육백만불의 사나이, 케빈은 12살, 천재소년 두기, 플래쉬, 환상특급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외국 드라마를 상당히 많이 봤다. 어느 것 하나가 다른 것보다 좋았다고 하기 힘들 만큼 재미있게 봤다. 특히 V는 상당히 임팩트가 강했는데, 당시 내가 어려서 제대로 본 적은 없었기에 직접 본 장면보다는 누나에게 들은 다소 충격적인 장면 설명 정도가 더 기억에 남는다.
거제에 신규 발령을 받은 후 함께 시간을 보낼만한 사람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곳에 홀로 지내다 보니 혼자 영화관을 찾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시작된 혼자 영화보기는 코로나 이전까지 15년 가까이 이어졌고 코로나 이후에는 OTT를 이용하여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요즘 엑스파일을 보고 있노라면 옛 시절이 떠오른다. 화질이 그리 좋지 못하고 다소 엉성한 면도 없진 않지만, 지금의 드라마를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옛 시절의 향수를 경험할 수 있어 좋다. 생각해보면 아주 집중해서 보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많은 사람들이 걸린 일종의 난치병일 것이다. 집중하지 못하고, 때로 술 한잔하며 보노라면 졸다가 놓치는 장면도 많다. 그런데 그것도 그 시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띄엄띄엄 보던 그 경험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항상 모든 스토리를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 시절의 감성을 느끼고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