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정리

by jk

사람들은 외로움이 오면 급히 무언가를 더한다. 더 큰 음악을 틀고, 약속을 만들고, 불빛 많은 곳으로 나간다. 감정을 흩어놓으면 조금은 옅어질 거라고 믿으면서. 나는 가끔 반대로 해본다. 조용한 방 안에 남아 그날의 마음과 닮은 노래를 천천히 듣는다. 더 선명해질지도 모를 감정을 굳이 피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외로움은 사라진다기보다 모양을 갖춘다. 막연했던 것이 또렷해지고, 또렷해진 감정은 덜 불안하다.타인의 위로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든 온기를 닫아두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감정을 급히 밀어내기보다, 잠시 제자리에 두는 쪽을 택할 뿐이다. 어쩌면 그건 고립이 아니라 정리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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