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같은 향수를 써왔다. 내가 나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며칠 전에 뿌리고 잔향이 남은 티셔츠를 목에 넣을 때 스치는 순간이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꽤 무감각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머물렀던, 스쳐 지나갔던 자리들마다 나를 생각한다. 누군가는 또 나에게 향기롭다 말하며 취하기도 했다. 향기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나는 향기에게 나의 일부를 의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곁을 오래 지키고 있었던 연인들도 처음엔 향기로움이 풍성했다. 그래서 좋아하고 사랑하고 취했다. 하지만 지루한 구름의 모양이, 날카롭던 바다의 물결이 수만 번 쳤던 세월 속에서 그 진했던 향기들이 날아가 버렸다. 잔향으로 남아 그렇게 미미해져 무덤덤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풍성한 구름이고, 아름다운 여름의 바다와 같이 향기로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사람을 향기롭다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사람은 내게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중 유독 나만 그를 점점 희미한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