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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윤 Jul 28. 2022

출판 프로젝트에 꼭 도전하세요

브런치 대상은 참 좋다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모든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a.k.a 마케팅)을 업으로 하다보면, 늘 무대 뒤편에 서 있는 기분을 느낀다. '무대 뒤 편'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달리, 그 곳은 무대에 서는  것 만큼이나 희열이 넘치는 곳이다. 내가 이끌어가는 방향에 따라 무대 주인공이 따라와주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있고, 무대 주인공이 사랑까지 받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브런치 대상으로 출간을 하고나니, 잠시나마 상황이 바뀌었다. 팔자에 없던 주인공 역할이 된 기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나의 책이 주인공이지만. 


가장 감사했던 변화는, 귀인같은 편집자님의 등장이었다. 브런치북이 아니었어도, 책을 낼 때 편집자는 매우 감사하고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수백 개의 브런치북을 예민하게 읽어보고 그 중에서 나의 글을 골라준 편집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의 글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해준 사람이고, 내가 계속 글을 써갈 '신인'이라고 여겨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들의 경우, 강렬하고 독보적인 차원의 주제와 소재를 담은 작품이 많았다. '일본 콜센터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나, '인권위 조사관'이라는 직업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 혹은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처럼 평소에는 접해보기 힘든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나의 경우, 다소 일상적인 산문집으로 수상한터라 초반에는 스스로 왜 채택이 됐는지 의문이 많았다. 게다가 내가 잘나가는 유튜버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데! 에세이 시장에서 나와 한 배를 탈 생각을 한 편집자의 용기가 자꾸 의아해졌다.


그래서 편집자님께도 불안과 의문을 자꾸 털어놨고, 편집자님은 (분명 지쳤을텐데) 계속해서 본인이 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해주려고 노력했다. 달리 말하면, 나의 자신감을 높여주기 애썼다. 그녀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 말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나는... 자꾸 칭찬이 듣고싶어서, 철없는 애인이 "나, 어디가 좋아?" "나 정말 좋아하는거 맞아?"라고 계속 물어보듯이 편집자를 괴롭히게 되었다. 


반면, 브런치팀은 이 프로젝트에 정말 진심이었다. 어제, 오랫동안 연락 없던 후배가 갑자기 카톡이 왔다. 카카오 T 택시를 이용하던 후배가 손님용 LED에 뜬 내 책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브런치가 할 수 있는 모든 인프라를 동원해서 대상 수상작들을 홍보해주고 계심에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 교보에 대상 수상작들이 전시되고, 닥독 진열대가 마련되는 등 단순히 책을 내는 것만으로는 겪어보기 힘든 특별한 경험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벌써 내 영혼은 1년뒤 여름을 맞으며, 지금을 회상하고 있다. 아, 그 때 참 좋았는데. 참 설레는 여름이었는데. 1년 뒤의 그리움이 벌써 몰려오는 걸 보니, 나 지금 행복함이 분명하다. 


얼마전, 출간 2주만에 2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브런치 담당자님께 먼저 들었다. 출판사와도 아직 연락하기 전이었는데, 담당자분도 너무 기쁜 나머지 내게 소식을 전해주셨다. 열 자식을 길러낸 어버이의 마음, 그 비슷한 걸 느끼고 계신 것 같았다. 




물론, 브런치 대상에 선택이 안될수도 있다. 나도 지난 몇 번을 탈락했다. 네팔에 다녀와서 쓴 여행기로 공모했을 때였는데, 그 때는 제목도 자극적으로 지었다. "나는 살인자가 될 수도 있었다"라는 브런치북이었다. 한국어 선생님으로 네팔 청년들을 가르쳤었는데, 정말 그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노동자로 일했다면, 뉴스에 나오는 슬픈 소식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에서 쓴 글의 제목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상을 타게된 <작고 기특한 불행>은 일상에서 묵묵히 하고 싶은 말을 쓴 책이었다. 진심이란 참 탁월하다. 신기한 일이다. 


브런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글을 계속 쓰다보면 많은 기회가 온다. 글쓰기 모임을 하게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기회가 오기도 한다. <요즘.광주.생각>이라는 다큐에세이는 브런치를 통해 모은 글을 출판사에 투고해서 내게된 책이었다. 아무도 내 글을 못알아본다면, 내가 보내보지 뭐. 나는 출판사 20군데에 메일을 보냈다. 어떤 곳은 내게 전화를해서 '왜 이 책이 세상에 나오면 안되는지'에 대해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알아봐주는 출판사 한 군데를 만났다.


꼭 특별한 직업이 아니어도, 특별한 경험이 없어도 꾸준히 묵묵히 쓴 글을 모아놓고 보면, 나도 몰랐던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게 그 동안의 나다. '나'를 알아봐주는 편집자가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고, 아니면 그 운을 다른 곳에 썼을 뿐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빛나는 사람들이 꼭 비슷한 결의 편집자와 눈 맞기를. 그런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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