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르르르르르릉-'
오전 5시 10분. 시계가 운다. 손바닥에 올려 꽉 쥐면 감춰질 작은 시계가, 하루를 깨운다. 언제쯤 속 끓이지 않고 눈을 뜰 수 있을까. 눈을 떠 첫 숨이, 고작 한숨이다.
뻣뻣한 어깨를 들어 스위치를 내린다. 심장이 뛰쳐나올 듯하다. 건넛방 가족들이 놀라진 않았을까. 신경을 세워 가만히 기다린다. 희뿌옇게 퍼런 새벽의 초침소리만 들려온다. 밤의 온기가 남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온몸을 흔드는 진동을 덮는다.
화장실의 불을 켜고 발끝을 가볍게 돌려 슬리퍼를 신는다. 퉁퉁 부은 얼굴. 미간 사이엔 깊은 골이 그어졌다. 벅벅 문질러보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있을까. 치약을 정확히 칫솔의 반만 짠다. 굳이 밝힐 건 없지만, 나는 이 닦는 걸 좋아한다. 간지러운 거품이 바글바글 입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좋다. 입가로 흰 거품이 흘러내린다.
냉장고를 열고 생수 한 병을 꺼내어 쥐었다. 물기 어린 투명한 표면이 남은 졸음을 깨운다. 인스턴트 커피스틱도 두어 개 챙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전반적으로 미묘한 옷차림은 아닌지 신발을 신으며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느덧 시곗바늘은 곧게 뻗어 6시를 가리키고, 동시에 나는 인생을 지옥으로 만드는 지각 그 자체를 떠올리며 까칠하게 숨이 차오름을 느낀다.
'지각하면 어때, 그게 죽을 죄야?’ 너의 메시지에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뒷덜미가 떨린다.
'자기는 판사가 없으면 법도 없어져? 나는 나와의 약속도 중요해서 그래.’ 약간은 축 늘어진 손가락으로 전송을 누른다.
기타에 새 줄을 매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때가 묻어 윤기를 잃은 줄을 풀 때와는 딴판이다. 팽팽한 철현을 감아쥐는 손이 조급했다가는 강한 탄성에 끊어져 휘감기는 줄에 얼굴이 다치기 딱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라면 끊어지면 끊어지는 것이라며 네 속도대로겠지.
그러니까, 나는 너로 숨 쉰다.
버스 창 밖, 흐릿한 풍경 위로 초점을 내린다. 너를 사랑한다. 마구잡이로 풀어놓은 실타래처럼 한눈에 이해할 수 없어도, 손끝을 깨우고 따라가면 한 감각으로 네가 존재한다. 침몰하는 나의 섬에 고요한 공기처럼 떠오르는 너. 숨이 튼다. 너를 깊이 들이켠다.
지독하게 복잡한 사당역을 지나, 7호선으로 갈아탄다. 어두운 터널을 달리던 열차는 ‘화-’ 소리와 함께 파아란 넓은 강을 보여준다. 손안에 쥔 작은 흔들림에 의지하던 이들은 빛을 따라 물 밖으로 나오 듯, 고개를 들어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곧 사라질 풍경, 하지만 아침을 시작하게 하는 위로.
한참 후 목적지에 도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오늘도 연습실 예약에 성공했다.
미지근해진 생수에 인스턴트커피를 붓는다. 뚜껑을 닫고 흔들며 뚜껑 밖으로 새는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보글보글하게 올라오는 거품. 부드럽게 입속을 구르는 거품. 시계는 이제 7시 50분을 가리킨다.
제대로 겉옷을 벗고는 긴장한 어깨를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