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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Dec 15. 2021

추운 날 먹는 붕어빵이 더 맛있다는 착각

추운 날씨와 붕어빵 판매량과의 상관관계


단골 붕어빵집이 있다.

길가에 오토바이와 연결된 작은 붕어빵집.

빵은 매우 얇고 바삭하면서, 안에는 달달한 팥이 한가득인 붕어빵 맛집이다. 부부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데 주로 바깥분께서 붕어빵을 굽고 판매하신다. 몇 년 지켜본 바에 의하면 붕어빵을 판매하지 않는 여름엔 사모님께서 옥수수와 감자떡 등을 준비해서 함께 나와 일을 하신다.


항상 안에 앉아서 붕어빵을 구우셨기 때문에 몰랐던 사실을 한참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사장님께서 한쪽 다리가 불편하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내가 사 먹는 붕어빵의 개수와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늦여름쯤, ‘빨리 날씨가 선선해져서 붕어빵 판매가 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을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일찍 붕어빵 판매가 시작되어 기쁘기까지 했었다. 작년까진 1,000원에 3마리나 주셔서 오지라퍼는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올 해부터 1,000원에 2마리로 가격이 인상되었다.


퇴근길, 열 마리 이상 구매할 때 가끔 한 마리씩 서비스로 받는 따끈한 붕어빵 단팥의 달달함은 운전하고 집에 가는 길을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지지난주 날씨가 엄청 추웠던 날, 큰 아이 학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붕어빵집 앞에 차를 대고 후다닥 뛰어가서 5,000원어치를 주문했다. 구워둔 빵이라도 따뜻하고 바삭하게 유지하는 사장님만의 노하우가 있는, 동네에서 유명한 붕어빵집이라 어떤 것을 담아주셔도 다 맛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담아주시는 동안 사장님께 나름의 인사말을 하고 싶어졌다.


"어후~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붕어빵이 더 맛있는 날씨예요! 요 며칠 더 바쁘셨겠어요!"라고 오지랖을 부렸는데 차디차게 불어 회색빛이 느껴지는 바람 못지않게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추운 날 붕어빵이 더 많이 팔릴 것 같지만, 추우면 주민분들이 잘 나오지 않으시고 지나가는 분도 많지 않아 오늘은 어제보다 절반도 못 팔았어요. 요 며칠 계속 추워서..."


'으이그... 내가 안 해도 되는 말을 했네 또...'




나는 분명 추운 날 따끈한 붕어빵이 더 맛있게 느껴졌기 때문에 평소에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 생각만 하고 사장님의 고충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되어 버렸다. 뭐 그런 것까지 다 신경 쓰며 사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그냥 내 태생이 이런 것을.


이렇듯 살면서 본의 아니게 나의 말 한마디로 찬물이 끼얹어지는 상황이나 칭찬이라고 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멋있다, 예쁘다, 날씬하다, 꼼꼼하다, 재미있다, 듬직하다, 색다르다 등의 여러 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표현하는 정말 멋진 말들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멋진 말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개인이 대화의 감수성을 키우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빛내는 아주 작은 단위의 촛불을 켜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수록 붕어빵 판매량도 감소한다는 사실이 각인되다 보니 추운 날 붕어빵이 더 맛있다고 느꼈던 생각이 착각처럼 느껴진다. 그때 다른 말 다 필요 없이 “사장님 붕어빵 정말 맛있어요!”라는 한 마디였다면 어땠을까? 판매량이 줄었어도 나의 말 그대로 사장님께 힘이 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더더욱 동네 붕어빵집을 찾아주신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소한 일상에서 깨우친 경험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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