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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휘 Mar 29. 2018

합성의 역사

사진의 사소한 상식 -07-


믿기 힘든 내용이 담긴 사진에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의혹은 ‘합성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합성은 서로 다른 사진 여러 장을 합치거나 보기 좋게 수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가장 흔한 합성은 통통해 보이는 모델의 몸매를 조정하거나 등장하면 안될 인물을 지우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합성한 사진은 사람들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의도를 강조하거나 혹은 알려지면 안될 것을 숨기기 위한 작업인 만큼 전문가의 합성은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종종 어설프게 수정된 사진이 공개되곤 한다. 차후에 사진을 합성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면치 못한 사진가도 많다.


흔히 합성을 디지털 사진이 보편화 되고 난 후 발전한 기술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진 역사 초창기부터 등장했다. 초창기 합성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 잉크와 붓으로 필름이나 인화지 위에 필요한 대상을 그려 넣었다. 필름을 오려 풀로 붙이는 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합성 기술은 점차 발전해 역사적인 사진 중에도 합성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 많다.


사진 합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예시가 스탈린의 사진이다. 주변 인물과 함께 촬영한 스탈린의 사진은 후에 정치적 원수를 지우는 수정이 이뤄진다. 사진 역사 초창기에 일어난 합성이자 역사적으로도 비중 있는 장면이기에 합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합성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거짓말이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합성으로 사실과 다른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예술에 대한 담론이 심화되면서 사진은 본래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첫 번째로 사진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가의 주관적인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은 신뢰를 잃는다. 두 번째로 광학 특성에 의해 충분히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가는 광각 렌즈가 만드는 웅장함과 망원 렌즈가 만드는 절제된 감정을 알고 있다. 색과 음영으로도 감상자의 판단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진 예술을 다루는 평론가들은 다양한 예를 들어 사진의 허구성을 증명한다. 하지만 사진이 허구성을 가진 매체라고 해서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목적을 위해 악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합성을 향한 비판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아닌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에게 향해야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합성이 쉽고 정교해진 시대다. 그렇기에 사진을 볼 때 그 장면 자체보다 촬영한 사람 혹은 그것을 실은 미디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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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사소한 상식>은 사진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입니다. 관련된 일러스트와 약 한 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기사는 디지털카메라매거진에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연재했으며 추후 브런치에서 비정기적으로 지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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