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심장부

by 최하루



작전은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성공 확률은 희박했으나, 한결의 존재는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마스터키였다. 이든은 CMA 본부의 3D 설계도와 실시간 보안 시스템 로그를 여러 모니터에 띄워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푸른빛이 명멸하는 화면 위로 데이터의 폭포가 쏟아졌다.



"목표는 지하 7층, 리포지토리입니다. 지상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유일한 루트는 도시 기반 시설 관리용 지하 서비스 터널입니다. 문제는 이 터널 자체가 CMA의 감시망 아래 있다는 겁니다."



이든이 화면의 특정 지점을 확대하자, 붉은색 감지 센서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나타났다.



"터널 곳곳에 동작 감지 센서, 음향 센서, 열 감지 센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0분 간격으로 순찰 드론이 터널 전체를 스캔합니다. 제가 실시간으로 센서 데이터를 교란하고 드론의 순찰 경로를 수정하겠지만, 오차 범위는 플러스 마이너스 5초 정도입니다."



서진이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겁게 공간을 눌렀다.



"터널을 통과해도 중앙 서버 구역까지 최소 4개의 보안 게이트를 더 통과해야 합니다. 각 게이트마다 레이저 그리드, 압력 감지 플로어, 홍채 및 정맥 인식 스캐너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시스템이 여러분의 뇌파 상태를 이상 징후로 판단하면 즉시 봉쇄 절차가 시작될 겁니다."



한결은 마른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옥탑방에서 느꼈던 그 지독한 공포를 뚫고 나와 기이할 정도로 투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든은 소형 이어 피스와 특수 제작된 콘택트렌즈형 디스플레이를 한결, 윤하, 서진에게 건넸다. 차가운 렌즈가 눈동자에 닿는 순간, 시야 위로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증강현실처럼 떠올랐다. 세 사람은 검은색 전술복으로 갈아입고 최소한의 장비만을 챙겼다. 윤하는 작은 의료 키트를, 서진은 EMP*와 소형 절단기를 챙겼다. 한결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 자체가 이번 작전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자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폭탄이었다.



"행운을 빕니다."



이든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CMA 중앙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지하 서비스 터널은 거대 도시의 비릿한 내장과 같았다. 전력선, 통신 케이블, 상하수도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어둡고 축축한 터널 안에는 기계 오일과 먼지, 그리고 정체 모를 폐수가 뒤섞인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낮은 기계 작동음과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도시의 진동이 그들의 유일한 길잡이였다.



"전방 10미터, 모션 센서 필드 진입. 유효 스캔 범위 1.5미터. 벽면 사각 이용하십시오."



이든의 차분하지만 긴장된 목소리가 이어 피스를 통해 들려왔다.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몸을 밀착시킨 채 옆걸음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한결의 렌즈 디스플레이에 붉은색 감지 범위가 격자 형태로 표시되었다 사라졌다. 발밑의 작은 자갈 하나라도 잘못 밟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었다.



"모션 클리어. 다음 섹터, 음향 감지 활성화. 마이크로폰 감도 최상. 5분간 절대 침묵 유지."



그들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거의 기어가다시피 이동했다. 한결은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가 터널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아 숨을 참았다. 바로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유리 파열음이 날카롭게 울렸다. 악몽의 잔재였다. 한결은 비명을 지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차가운 땀방울이 렌즈를 타고 내려와 시야를 흐렸지만 닦아낼 여유조차 없었다.



"순찰 드론 현재 15초 내 접근 중. 우측 처리관 외 은폐 지점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든의 외침에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악취가 진동하는 거대한 폐기물 처리관 안으로 몸을 숨겼다. 바로 위 터널 천장에서 드론의 낮은 비행음과 함께 푸른 스캔 라이트가 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차갑고 미끌거리는 처리관 벽에 등을 기댄 채, 한결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드론의 센서에 잡힐까 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옆에 붙어 있는 윤하의 가늘게 떨리는 어깨가 느껴졌다. 그녀의 체온이 차가운 폐기물 관 안에서 유일한 현실의 온기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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