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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Feb 11. 2020

전원주택 마당 활용법

라면만 먹어도 좋아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아니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마당은 좋다. 모든 전원주택마다 도시를 떠나온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겐 나만의 정원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마당을 갖고 싶었던 게 가장 크다.



우리에겐 아이가 없고, 아직 커밍아웃하진 못했지만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 전원주택에서는 아주 희귀한 아이 없는 젊은 부부이기에 동네에서 눈에 띄기도 하는데, 심지어 우리 집은 바로 앞이 나름 유명한 초등학교라 학군이 형성되어 있어서 아이 없는 집은 아예 없다. 보통 셋이 기본이라고. (일곱인 집도 봤다. 세상에.) 가까이 좋은 학교가 있고, 아이를 마당에서 맘껏 놀게 하고 층간소음 걱정 없다는 전원주택의 보편적 장점까지 더하면 정말 우리 동네만큼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끼리 사니까 마당에서 뛰어놀 일은 없겠지만, 라면만 끓여먹을 수만 있어도 마당은 충분한 행복이 된다.




얼마 전 벼르고 벼르던 반합을 샀다. 정말 이게 뭐라고 얼마나 고민을 했던지! 기분 내키는 대로 샀다가 한 두 번 쓰고 창고에 박힌 물건이 너무 많아서 신중한 고민 끝에 구입했는데, 딱 한 번 썼지만 너무 맘에 들어.. 날씨가 따뜻했던 낮에 불을 피우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는 것으로 반합 첫 개시. 얼른 캠핑 가서 여기에 냄비밥도 하고 어묵탕도 끓이고 해야지.




저 사랑스러운 땅콩모양의 통에 물이 보글보글 끓는 걸 보면서, 반으로 뽀갠 라면을 반합에 넣으면서 완전 사랑에 빠졌다. 이런 게 로망이라고 하면 어이없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로망 하나 실현. 반합 하나에 세상 행복해진다.


다 끓인 라면은 벽돌 위에 올려놓고 캠핑의자에 앉아서 먹는다. 캠핑을 좋아하지만 이사를 오고 이래저래 한 번도 캠핑을 못 가서 어쩐지 욕구불만이었던 것 같다. 조금만 따뜻해지면 마당으로 나가서 불 피우는 게 일상이 된 요즘.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모닥불의 위력은 강력하다. 속을 따뜻하게 달래줄 뜨거운 라면에 모닥불을 쬐는 오후. 실컷 찬바람을 쬐며 낭만을 즐기다가 집에 들어가서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올 수 있는 건 마당의 특권이다. 비록 집을 떠난 일탈감은 없지만.


최근 종이필터 대신 융으로 된 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드립 커피는 늘 바디감이 가벼운 점이 아쉬웠는데, 융드립으로 더 고소하고 매끄러운 질감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물론 큰 장점이다. 보관이 번거로울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아직까진 괜찮다. 융 필터는 언제나 젖어있어야 해서 깨끗이 세척한 후 물에 담가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마지막으로 요구르트까지 먹으면 오늘의 야외활동은 끝.

어느 평범한 전원주택의 마당 활용법.






https://youtu.be/xCJzJbPMP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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