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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 손현주 Mar 14. 2017

영화 <보통사람>을 만든
'보통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배우 손현주가 이야기하는 '보통사람'

작은 것 하나하나 모두 인생의 의미


영화가 무대로 한 1980년대 당시 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빠듯한 촬영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땐 이랬지, 저땐 저랬지 하면서. 또, 의상과 작은 소품들의 디테일에 관해 그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해보자는 욕심이 있었고, 그 결과 슛이 들어가는 순간, 오롯이 1987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소품 가운데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은 담뱃갑이다. 솔, 한산도, 은하수, 청자 등 이런 담배들이 있었는데 지금 이 글을 보며 '맞아, 그때 있었지.' 하는 분들은 나와 비슷한 것을 추억하고 있지 않을까? 담배 이외에도 그 당시 권력의 상징이었던 라이방 선글라스 (레이벤, Ray-Ban)와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쉽게 사 먹을 수 없던 과일인 바나나까지... 촬영 현장의 사소한 소품, 장신구에 그대로 담겨있던 그때 그 시절은 누군가에게는 눈물을,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주었던 모두의 인생이었다.




보통의 계절을 거쳐


영화 <보통사람> 속에서 나는 평범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형사이자 나의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성진'이라는 인물로 작년 여름부터 가을, 겨울이 들어서는 길목까지 세 계절을 살았다. 늘 그렇지만, 촬영을 할 때면 항상 힘이 든다. 몸이 힘들 때도 있고, 캐릭터에 이입하다 보면 마음이 힘들 때도 많다.




특히나 이번에는 형사 역할이기에 불가피하게 액션을 선보이는 장면이 많이 있었는데, 전문적 기술이 아닌 보통 사람이 할 법한, 생활 액션을 해내는 것이 은근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렇게 주문을 걸다 보면 '앞으로 짜인 일정대로 차근차근해나가다 보면 금방 끝나는 시점이 있겠지. 그리고 그 시간들을 아쉬워하겠지...'라는 생각이 바로 밀려온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사는 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려가는 사람들


나는 성진을 비롯해 <보통사람>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관객들에게 빨리 이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아직 개봉 전이긴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 곳을 통해서 <보통사람> 속의 인물들을 몇 자 소개하고자 한다.



극 중에서 내가 맡은 성진은 '규남'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 잔혹한 냉혈한, 규남을 연기한 장혁씨가 촬영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많은 연기자들이 긴장을 했다. 차마 이 공간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동료이자 사랑하는 동생임에도 냉혈한 규남을 연기하는 장혁 씨를 보며 나 역시 굉장한 두려움을 느꼈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왠지 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재진' 역을 맡은 김상호씨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에서도 함께하고 싶은 배우이다. 그는 이번에 영화 <보통사람>을 통해서 지금까지 대중들이 생각하고 있는 김상호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김상호 씨와 함께 촬영하며 '이 사람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에게서 본 매력을 관객들도 볼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성진의 아내 '정숙' 역을 맡은 라미란씨. 천의 얼굴을 가진 라미란씨는 연기자로서 수많은 장점을 가진 상당히 좋은 배우다. 사실 라미란 씨에게는 내가 직접 <보통사람>을 같이 하면 어떻겠냐 제안했었다. 다행히 흔쾌히 응해주셨고. 라미란씨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하면서 이 작품을 같이 하면 내가 현장에서 재미있게 해주겠다, 정말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렇게 못해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 외에도 함께한 정만식씨, 지승현씨, 조달환씨, 오연아씨도 모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또 배우들 뿐만 아니라 제작진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130%씩 채워주었고, 그 노력은 영화 <보통사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촬영할 때는 항상 힘들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계속 영화를 하는 것 같다. 영화 <보통사람>은 촬영 회차와 비례해, 나의 추억도 차곡차곡 쌓여간 정말 뜻깊은 작업이었다.








수많은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 간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영화 <보통사람>. 시작이 반이라더니 어느덧 이렇게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든 이 영화가 마치 추억이 담긴 앨범을 뒤적거리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그리고 극장을 나설 때는
가슴속에 깊은 울림이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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