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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Sep 29. 2015

유연한 만남과 이별

내 인생을 바꾼 요가



     

미국 생활을 할 때 만난 Tom은 내 인생의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며 겪는 수많은 일들에 도움을 주던 나이 차이가 스무 살이 넘지만,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탐에게 한국에 꼭! 오라고, 내가 받은 만큼은 다 해줄 수 없겠지만,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탐은 붉어진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심장수술을 크게 받아서 비행기를 탈 수가 없으니, 한국에 돌아가 주변에 한국이란 새로운 나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을 도와준다면, 나에게 갚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잊지 말고, 늘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 란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도 일 년에 두 번쯤은 화상전화로 그와 그의 아내와 인사를 하곤 합니다. 그의 말을 마음에 묻고 늘 잊지 않고 살았지만, 막상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잡고 내가 받은 만큼 베풀기도 쉽지 않은 일임을 시간이 지나며 알아갔습니다.   

   

올 초 겨울, 운전 중에, 한 겨울 짧은 반바지를 입고 뛰는 헤어컬러가 노란 친구를 보았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누가 시킨 것처럼 저는 반대편에서 뛰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위해  마땅한 장소를 찾아 차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차를 돌려 그 장소를 왔을 때 그녀는 주변을 다 찾아보아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홀린듯한 기분으로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러고 삼 개월쯤 지난 따뜻한 봄, 나는 운명처럼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한 눈에도 한 겨울 반바지를 입고 뛰던 그녀임을 알아보았고, 그 일을 이야기하며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나이는 꽃다운 24살, 미국에서 사립대학을 다녔기에 은행에 빌린 학자금을 갚기 위해 한국에 일 년 계약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왔다고 했습니다.  다른 환경에 적응도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어 아침이면 두 세 시간 씩 뛰고, 오후에는 수업을 하고 피로함에 지쳐 쓰러져 자며 생활을 하고 있단 말을 듣고, 아! Tom 은 남의 나라에 사는 외로움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었고, 나에게 그런 사람을 알아 볼 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깊은 고마움이 밀려왔습니다.  

   

친구도 없고, 차도 없고, 학원과 바로 옆 골목에 학원에서 얻어준 원룸을 왔다 갔다 하며 젊은 친구가 얼마나 답답할까! 우리는 가까운 바다로 달렸습니다. 사진을 찍고, 웃고, 맛있는 걸 먹으며 Tom과 보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나는 그 순간 Tom도 나를 도와주며 도움만이 아니라, 지금의 나처럼 행복하고 즐거웠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같이 즐겁고 행복했으니 그건 갚아야하는 빚이 아니었구나! Tom은 아마도 나에게 마음에 빚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행복하다고 소리치는 그녀.


시간이 지나며 그녀는 나에게 요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내가 일하는 곳에 한번 와봐도 되겠냐는 말에 흔쾌히 오케이를 했는데, 그녀는 그 날로 요가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수업 전 , 명상 중인 Ali.

요가 시작 두 번째 날, 한 달 후 비교를 위한 Before 사진.

몸은 이십대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성이 떨어졌지만, 열정만큼은 내가 가르친 어떤 누구보다 제일이었습니다. 명상을 하고, 마음이 편해졌고, 잠을 자기 위해 끼였던 안대도 벗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요가 수업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몸이 변해갔습니다, 그 이유는 집에서도 틈이 나면,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그녀의 무한반복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시간만 되면, 우리 집에 마라톤으로 뛰어옵니다. 13KM 되는 거리를 나와 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뛴다는 그녀의 허벅지가 유난히 튼튼해 보입니다.    

  

한 달 후,  After 사진.
마라톤으로 다져진 허벅지

그녀가 한국을 떠날 날이 2주 정도 남았네요.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고 간다는 그녀에게 카드를 썼습니다. 매 번 새로운 음식을 먹으면, 배 아파하고, 다음 날, 토를 하는 그녀. 술을 많이는 못 마시지만, 마시면 핸드폰부터 지갑까지 다 잃어버리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잔소리는 한국을 비롯 세계 어느 누구도 싫겠지만, 혹시 나의 카드의 한 문구가 그녀가 낯선 곳에서 아픈 걸 막고, 중요한 걸 잃어버리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이 나에게 해 준 한 마디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Meeting you made me happy from spring to fall. Be always careful when you travel and don't eat too much of something that you're trying for the first time and don't drink too much. It's sad to say goodbye but let's meet again.     


호흡에 들숨과 날숨이 있어  생명을 보존하고, 요가의 동작에는 이완과 수축이 있어 몸을 지탱해줍니다. 이처럼  만났으니 헤어짐이 당연한거죠? 그런데 많이 아쉽습니다.  어쩌면 헤어지는 당일에는 Tom이 날 떠나보낼 때처럼 흰자위가 붉어질지도 모릅니다.  만났으니 헤어지고, 헤어지니 다시 만나겠죠!  이런 유연한 마음으로 그녀를  보내고 이 글과 함께  마음에 간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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