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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Aug 11. 2023

소환사

현호의 모습 #3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는 인물을 소환하고, 어둠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표면을 소환한다. 그는 소환의 과정에 집중한다. 찾고 싶은 대상을 위해 대화와 기억을 추적하는 일이 일상에 깔리고, 이를 위해 참여자들과 수없이 이야기한다. 이 모든 과정은 기록되어 전시장에 놓인다. 이 과정은 누군가의 이야기와 기억의 대상을 교환하는 일종의 물물교환이 수반되는  물물교환으로써의 소환이다. 어쩌면 관객이 될 수도 있었던 참여자들은 그와 소통하고 결과를 만들어 가면서 기억 속 누군가와 소중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최근 그의 작업은 모두 검은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것을 어둠이라 말한다. 회화, 그림의 영역에서 만들어진 작업이지만, 얇은 면에서 올라온 붓의 굴곡은 조각의 범주에 있는 부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으로 잘 담기지 않고 작품이 걸려있는 현장에서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화면이다. 그는 이것을 소환이라 부른다. 재현이라기보다는 오브제를 만들어 내는 일, 그리고 스스로 소환의 대상이 되어 보는 각도와 현장에 따라 변화되는 장면을 불러낸다. 



  이번 고인돌 연구 답사에서 채집한 이미지들은 머지않아 소환의 대상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수많은 시간 간직해 왔던 말을 건넬 것이다. 현호는 질문하는 사람, 호기심 많은 사람, 호방한 목소리와 울림을 가진 사람이며, 더불어 호소력이 짙은 있는 나의 동료다. 그가 오랫동안 질문해 왔던 그리기에 대한 방법과 그 결과로 얻은 새로운 오브제들이 늘어놓는 새로운 방식의 언어들은 겨울이 시작될 무렵 예술공간 의식주에서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 낼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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