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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가닉씨 Aug 22. 2017

1인 1닭 시대에게 묻습니다.
살충제 달걀이란...?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것이 꼭 냉소만은 아닙니다



터질 것이 터졌다

‘살충제 달걀 파동’때문에 떠들썩한 한 주였다. 정확히는 달걀에서 피프로닐 외 각종 농약 및 살충제가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생산, 유통된 사건이다.

사실 지난 8월 초, 처음 유럽발 살충제 달걀 기사를 보고는 터질 게 터졌다 싶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건과 같은 맥락으로, 지금처럼 밀집사육 즉, 케이지 사육의 사슬이 끊어지지 않는 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닭은 대개 슬프지만 두 가지 목적으로 키워진다. 흔히 치킨이나 백숙용으로 먹는 육계, 그리고 달걀을 생산하기 위한 산란계로 나눠진다. 이 외에는 개인적으로 혹은 시골집에서 키우는 정도.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이 바로 달걀을 낳는 산란계이며, 이 문제를 제대로 보고자 하면 달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알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기사 '밀집사육'의 경고 사진 발췌

사진출처 및 참고 기사) 밀집사육의 경고

지금 당장 A4용지를 찾아 삼등분하고 그중에 한 칸을 접어보자. 그렇게 남은 두 칸이 바로 산란계가 사는 공간이다. 높이는 닭이 간신히 고개를 들 정도. 이 공간에서 닭은 오로지 달걀을 낳기 위해 살아간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달걀과 닭고기의 99%는 이런 환경의 공장식 축사로부터 생산된다고 한다.  


물론 전부가 이런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동물복지를 화두로 닭을 풀 위에 풀어놓는 자연 방목, 모래에 풀어 키우는 평사 사육 등의 다양한 대안 양계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2년 전 방문했던 어느 양계는 최대한 사람의 손을 타지 않게 하고, 닭의 습성에 딱 맞는 소규모 양계인 ‘야마기시’ 형 계사에서 닭을 키우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산란계 농가의 달걀은 일정 기간 달걀 생산량이 뚝 떨어진다. 이를 고지하고 서로 이해하는 경우가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참고기사) 가족노동으로 가꾸는 자연 양계(야마기시 형 양계)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나쁜 놈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늘 총구는 생산자를 향해 겨눠진다. 물론 일차적인 잘못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전후 사정 하나 따지지 않고 무작정 그들을 싸잡아 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빠지지 않는 예나 프레임이다. 설상가상으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의 농가 49개 중(전체 산란계 농장의 4%), 31곳은 ‘친환경’ 딱지가 붙은 농가라니(8월 18일 기준). 소비자 입장에선 미치고 펄쩍 뛸 일이다. 친환경이라 믿고, 웃돈 주고 샀더니 결국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하는 반응은 순식간에 번졌다. 쏟아지는 기사와 뉴스는 사건이 발생하고 한동안 ‘또 속았다’는 울분을 토해냈다.     


*‘친환경’ 달걀 등급에 대해

현재 HACCP 등에서 발행하는 달걀 등급 체계는 일반/무항생제/유기축산물 3등급으로 나누어짐. 공장식 축산이라도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않으면 친환경으로 인증 받음. 즉, 동물과 생산자는 무관하게 소비자에게 위해한가 여부만이 관건. 동물에게 직접 투여하는 항생제 등의 약품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독성물질인 농약은 관리 체계가 따로 없음. 따라서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친환경 농가는 정확히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가로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닭이 ‘친환경’적으로 뛰어노는 것과는 무관한 농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생산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먹을거리 정의를 말하는 단체나 유통 업체, 농민신문 등이 목소릴 내긴 하지만 묻히기 일쑤다. 사건이 터진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공장식 축산 문제, 동물복지, 우리나라 양계의 현실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중이긴 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왜?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해보는 건 문제 해결을 위한 당연한 의식의 흐름이다. 언론에서 무작정 몰아간 대로 몸에 좋지고 않은 살충제를 뿌려거 생산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리고 있기는 한 건지.    

사진출처 및 해당 기사) 농가의 닭 진드기 전쟁은 어떻게 외면당했나

2016년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는 7억 3천만 마리의 닭을, 1인당 평균 286개(연 135억 6천 만 개)의 달걀을 먹었다고 한다. 몇억 몇천, 와 닿지도 이 숫자가 정말 사실일까. 삶은 달걀이나 달걀 프라이가 아니더라도 과자와 빵, 반찬, 분유나 이유식 등에도 쓰이는 걸 감안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여기에 최근 어느 배달 대행사에서 치른 ‘치믈리에 시험’이라는 이벤트와 급기야 치킨은 살이 찌지 않고 내가 찐다니까 많이들 시켜 먹어라는 슬로건은 1인1닭러에게 쾌재를 안겨주었다. 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인 ‘치느님’이 매일 밤 찾아온다며 치맥을 너도 나도 권하는(심지어 수출까지) 우리나라다. 대단한 민족이다. ‘단백질의 보고’라는 달걀과 닭고기는 사람들의 단백질까지 챙기느라 열일 중이다. 하다 하다 닭찌찌살이라는 말은 정말 그렇게 우리는 1인 1 닭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계장은 빠른 회전율이 중요해진다. 평균 수명이 약 20년이라는 닭은 육계가 40일, 산란계는 20개월 남짓 정도만 살아 줘야역할을 해줘야 저 수억, 수천의 숫자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항생제를 맞아가며 사는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없다. 오히려 다닥다닥 붙어 있어 서로에게 옮기기 일쑤다. 몇 년 새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진드기, 기생충을 비롯한 각종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환경 앞에 꼼짝할 수 없는 건 다닥다닥 붙은 닭들 뿐 아니라, 생산자도 마찬가지다. 양계장 전체를 비워서 방역과 세척 작업 후에 며칠간 비워두면 진드기를 없앨 수는 있으나, 수천수억 마리의 닭을 찾는 우리나라에서 잠시 생산을 멈출 수는 없다.(이분들이 투잡을 하거나, 건물주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이런 이유로 생산을 잠시 멈춰, 소위 펑크를 냈다간 공급 계약을 맺은 기업과는 영원히 이별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이 대안을 실행하는 소수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동물복지농장이다. 달걀 등급 체계로는 유기축산 인증을 받은 달걀일 터. 이곳의 닭은 케이지가 아닌 흙이나 모래 바닥에서 자라기 때문에 일광욕을 하거나 직접 흑에 몸을 문지르면서 진드기나 기생충을 없앤다. 이런 ‘친환경’적이고, ‘손쉬운’ 대안이 고작 전체 산란계 1% 수준에 못 미친다니 안타깝다. 이참에 모든 농가와 정부가 의기투합해서 실행에 옮겨보면 어떨까. 단, 두 가지만 감내한다는 조건이 붙기만 한다면.

먼저 소비자는 두 배가 넘는 달걀 가격을 이해(마진을 최소화하고 떨어지는 생산량과 생산자의 품을 감안하면 달걀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하고, 산란 시기가 아닐 때에는 잠시 달걀과 멀리하는 인내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생산자 또한 케이지 사육 산란계의 10분의 1 수준에 못 미치는 생산량(출하량)에도 넉넉한 살림을 해야 한다.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농가에서 주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값싸고 큰 고기만을 바란다. 그것도 아주 많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을 내봐야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기 때문에 농가도 쉽게 시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즉, 그 수요와 공급 체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찾는 사람이 없는데 그런 생고생을 감당하겠다는 생산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지금처럼 ‘달걀은 원래 싼 것’이라는 생각이 지속되면 위의 상황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참고 기사) 동물복지가 정답은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이건 모든 먹을거리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인증’의 한계에 갇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인증을 위한 인증이랄까. 어딜 가나 마피아는 다 있으니.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서,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어떻게든 수요-공급의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 근본적인 원인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우선순위는 ‘국민의 밥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상화, 일상화’한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또한, 당장 내 밥상에 오를 것만이 걱정이다(당연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문제는 늘 소비자 중심적으로 귀결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달걀은 폐기하고, 동물은 생매장시킨 후에 손을 뗀다. 정신적, 금전적 피해의 몫은 고스란히 생산자가 물려받는다.  

   

오늘은 또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 생협의 일부 재래닭의 유정란에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검출된 두 생산지 모두 각 0.028mg/kg, 0.047mg/kg으로 검출 허용기준치(0.1mg/kg) 이하이지만, 이 생협을 최후의 보루로 믿고 응원해 온 조합원들에게 적잖이 충격을 주었다(참고로 이 2개 농가를 포함한 36개 생산지 모두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음).      

DDT는 1960~70년대 광범위하게 쓰이다가 79년 이후에는 국내 판매가 금지된 것으로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반감기가 2~15년 이상이라고 한다. 아마 양계농장 이전에 과수원 었던 땅이라 토양에 미량 남아있던 DDT가 풀어서 키우는 닭에 생물농축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사를 읽으면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며 고군분투 한 세월을 억울해하는 생산자의 얼굴이 그려졌다. 값이 높은 편이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한알 한 알 소중히 여기며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한 누군가의 일그러진 얼굴도 그려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답글에 달린 반응이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건강한 양계를 위해 애쓴 것 같은데 안타깝다, 응원한다, 일단 믿고 기다려본다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그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나로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먹을거리 전반의 생태계에 대해 재고해보아야 한다. 당장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소비자 중심 해결책을 내놓는 정도로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증 체계를 바로 세우고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완전 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원가 상승과 실행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생산자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머리를 맞대고 동물복지 방안을 확장할 수 있는 장기적 플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즉, 소비자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먹을거리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1인 1닭 시대가 사람이라면 묻고 싶다. 네게 살충제 달걀은 어떤 의미냐고.


                     



우중충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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