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만국 공통어
맛집이나 근사한 식당에서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지만, 현지 가정에서 소담한 한 끼 식사를 먹는 것도 여행지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탈리아의 소도시 여행은 더없이 좋았다. 산지와 구릉으로 둘러싸인 토스카나는 잘 알려진 것처럼 와인이 유명하다. 게다가 올리브, 토마토, 육류 등 신선한 식재료가 풍부해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토스카나를 여행할 때 와이너리 근처 숙소에서 지내면서 와인과 소박한 요리 한 접시를 즐길 수 있는 ‘농가 민박’을 한다거나 차를 빌려 곳곳을 누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이라니 이 이상 우리 부부에게 좋을 것이 있을까.
특히,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시에나(Siena)에의 저녁 식사는 여행 중 가장 가까이 이탈리아 사람을 만난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실 낯선 나라, 낯선 집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건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일이다. 약속이 다가오기 전날부터 남편은 내심 들떠 보였다.
피렌체에서부터 토스카나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드디어 시에나에 도착했다. 저녁 만찬을 위해 점심을 가볍게 먹는 만반의 준비까지 해두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우리는 시에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올랐다. 오랜 벽돌과 지붕 위엔 형형색색 하늘이 켜켜이 쌓여 장관을 이루었다. 꼭 중세 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모습은 마치 유럽판 대하드라마의 거대한 세트장 같기도 했다. 문화유산을 가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지만 그래도 천 년이 넘은 건물에 압도되는 건 늘 마찬가지.
이날의 호스트인 아나스타샤, 피에로와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어색함 그 자체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다른 문화를 누리며 각자 살아온 지라 우리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어지간한 관계가 아니고서야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닌데, 남편은 저녁 식사까지 해야 하냐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그래도 '시에나'와 '요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고 생각하니 내심 설레는 마음도 숨길 수 없었다.
이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옷을 걸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 사이, 어느새 테이블엔 햄과 치즈가 잔뜩 놓인 접시와 샴페인이 놓여있었다.
“이 햄과 치즈는 모두 여기 시에나 아니면 이 근방인 토스카나 지역에서 만든 것들이야. 그리고 이건 네가 소와 돼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준비한 닭가슴살과 칠면조 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돼지와 소보단 닭을, 이보다 해산물을 선호한다는 나를 위한 배려가 담긴 접시였다. 농사가 주업인 토스카나는 가축이 많아서 일찍이 햄, 치즈 등 육류 가공 기술이 발달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식사를 앞두고 이들은 전채 요리로 가볍게 햄과 치즈에 와인을 곁들여 먹는다고 했다. 아나스타샤의 말이 끝나자마자 뻥-하고 샴페인 터지는 소리가 났다. 샴페인 한 모금에 치즈 한 입을 번갈아 입에 넣어 보았다. 약간의 취기가 오르자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각 햄의 맛과 특징, 맛있는 치즈를 고르는 방법 등에 관한 아나스타샤의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샴페인 한 병을 다 비웠다.
"햇와인 맛볼 사람?”
부엌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던 피에로가 우리를 향해 잔을 들어 보였다. 그런데 잠깐 ‘햇’ 와인이라니. 아무리 와인에 대해 문외한이어도. 와인이라면 오래될수록 비싸고 맛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말보다 손이 빠른 남편이 재빨리 손을 들었다. 이내 피에로는 매끈한 와인병이 아닌 페트병을 들고 나왔다.
“햇와인이라고? 처음 들어봐. 와인은 오래된 게 좋은 것인 줄 알았거든.”
“이건 지난 11월에 생산된 거야. 근처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건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와인이야. 와인이라면 브랜드, 포도의 품종, 생산연도 등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겐 그냥 이게 최고야. 혹시 이 지역 와인 마셔봤니? 다 괜찮지 않았어? 와이너리에 따라 맛도 달라서 그걸 즐기는 것도 참 재미있어."
멋모르긴 해도 철석같이 믿어온 '와인=숙성'이라는 공식이 깨져버렸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에게 좋은 와인이란 무엇일까.
"와인은 고유의 개성을 담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야. 게다가 이런 와인에는 첨가물이 전혀 들지 않았어. 이건 오로지 포도로만 맛을 내. 다음 날 숙취도 없는 참 좋은 와인이야. 비록 라벨은 없지만!”
와인을 잘 모르긴 해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매 끼니마다 와인을 곁들였다. 대개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는데 맛이 튀지 않고 무난했던 것 같다. 명확히 무슨 차이라고는 말하긴 어렵지만 식당마다 내어주는 하우스 와인은 분명 다른 맛임이 확실했다.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기도 했는데 유독 음식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한국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서 더 좋았다.
“이탈리아에 와인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소주와 막걸리라는 술이 있어 지금 당장 마시고 싶네. 그래서 와인을 접할 기회가 적고 잘 알지도 못해. 물론 한국에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우리는 특별한 날에 가끔 마시는 정도랄까. 그래서 와인은 오래되고 비싼 것이 좋은 건 줄만 알았어.”
“와인은 그냥 와인일 뿐이야. 개중에 물론 품질이 뛰어나고 비싼 것이 해도, 우리에겐 와인은 음식의 맛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야.”
언젠가 우연히 TV에서 ‘와인을 맛있게, 매너 있게 즐기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으로 와인을 따를 땐 잔의 1/3만 채워야 하며, 마시기 전에는 산소와 접촉시키는 스월링(swirling)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와인을 바로 삼키지 말고 입안에 굴려 음미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맛에 대한 탐구심이 많은 편이지만 어렵고 직관적이지 않은 건 흥미가 생기지 않는 성향이라 그 이후로 와인은 나의 마실 리스트에서 우선순위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먼 곳의 와인을 마치 내 집 뒤뜰에서 나는 것 마냥 매일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와이너리가 널린 곳에 살아서 그런지 ‘와인은 그냥 와인’이라는 피에로의 말이 재미있게 들렸다. 그래도 이 나라에 왔으니 배워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왠지 뻔한 대답이 돌아줄 알았지만 그들에게 와인 매너에 관해 물었다.
“하하. 그런 거 우린 잘 몰라!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매너가 있지. 웨이터는 반드시 라벨이 보이도록 하고 한 손으로 와인병을 잡고 또르르 조심스레 따라준다거나, 시음을 권한다거나, 마지막엔 흐르지 않도록 살살 돌려서 빼는. 그런데 이거 말이야. 숙련자가 아니면 특히 나 같은 덜렁이들은 이 모든 걸 깨버리고 말걸. 이건 너무 무겁잖아! 집에서도 이런다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아나스타샤가 서빙 흉내를 내며 매너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말했다. 그리고 선물용 추천을 해달라고 하니 그냥 인근 마트에서 12유로 이상의 와인 정도면 훌륭할 거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와인이 뭔 줄 알아?”
“그게 뭔데?”
“그건 바로 요리하면서 마시는 와인!”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편은 나를 쳐다봤다.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내가 요리하면서 마신 맥주캔을 헤아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역시나 사람 사는 건 다 같은 모양새에, 특별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기쁨의 취기가 오를 무렵, 아나스타샤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파스타를 만들어볼까?”
그녀는 앞치마를 건네주며 우리를 부엌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테이블엔 밀가루와 달걀, 그리고 연장에 가까운 정체 모를 도구가 있었다. 설마 했는데 면을 직접 만들어볼 거라고 했다. 어쩐지 오늘의 메인 메뉴가 라고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라고 했을 때 좀 심심하다 싶었다.
“자, 계량은 한 명 당 밀가루 100g에 달걀 한 알이라고 생각하면 돼. 어때, 외우기 쉽지? 우리는 넷이지만 더 넉넉하게 만들자! 그리고 이 방법은 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노하우인데…. 처음부터 뭉칠 필요는 없고 자! 이렇게 포크를 동그랗게 굴려봐.”
어렸을 때부터 파스타를 만들어왔다는 그녀의 손놀림은 확실히 달랐다. 그녀는 반죽이 매끈해지고 약간의 탄력이 생기고 나면 숙성을 위해 삼십 분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 사이 피에로는 라구 소스를 만들기 위한 세팅을 마쳤다. 시에나는 본래 멧돼지와 산토끼를 토마토소스에 졸여 먹는 음식이 유명한 지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멧돼지 대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은 라구 소스를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나스타샤가 자주 만들던 ‘피치(Pich)’라는 면에 시에나만의 소스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멜리아를 위해서 베샤멜소스 라자냐를 만들 거야. 이곳은 해산물보단 육류가 많아서 대안이 많지 않더라고. 그래서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한지만 맛은 최고인 라자냐를 만들어볼 거야. 라쟈냐, 베샤멜소스, 치즈, 그리고 루콜라를 켜켜이 쌓아서 말이야.”
서양 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베샤멜소스는 동량의 버터와 밀가루를 볶은 ‘루’에 차가운 우유를 천천히 풀어가며 만드는 화이트소스이다. 맛에 비해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하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우유를 섞다가 루가 덩어리질 것을 주의해야 하고, 크림화하기까지 오랫동안 저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름 이론에는 빠삭하지만 사실 집에서 만들어본 적은 없어서 막상 남의 집 부엌에서 만들어 보다니 이 요리가 뭔가 새롭게 느껴졌다.
그 사이 주방은 라구소스가 뿜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당근, 셀러리, 양파 등 채소와 돼지와 소고기 그리고 와인과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푹 끓이면 완성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요리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잠시 쉬려는데, 아나스타샤는 이제 정말 중요한 일이 남았다며 우리를 재촉했다.
“우리 집은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날에 가족끼리 모여서 이렇게 파스타면을 뽑았어. 지금은 이렇게 소량으로 하지만 식구가 다 모이면 10kg의 밀가루를 쓰는 건 우스운 일이야. 워낙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해. 나와 형제들이 파스타면을 뽑으면 다른 어른들은 소스를 만든다거나 또 누구는 테이블을 세팅하거나 하는.”
마트에만 가도 파스타 생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 이젠 흔한 일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나스타샤는 되도록이면 직접 면을 만든다고 했다. 그녀의 진두지휘 아래 파스타 면을 뽑는 남편의 모습이 서툴러도 사뭇 진지해 보였다. 남편은 몇 번이고 반죽을 말아먹는(?) 실수를 할 때마다 아나스타샤는 괜찮다며 남편을 다독였다.
파스타 기계에 몇 번 들어갔다 나오면서 얇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반죽은 두 가지 형태로 재탄생했다. 칼국수 면보다는 두꺼운 ‘딸리아뗄레(tagliatelle)’와 넓고 얇은 사각형의 '라자냐(lasagna)'로 말이다. 그사이 나는 베샤멜소스를 완성하고, 라자냐, 소스, 치즈, 루콜라 순으로 켜켜이 쌓아 오븐에 넣는 작업까지 마쳤다. 고작 파스타면과 소스를 만들었을 뿐인데 우리는 햇와인이 든 통과 더 높은 도수의 와인 한 통, 총 두 통의 페트병을 비웠다. 미쳤다.
장장 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식탁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라구 소스 파스타와 베샤멜소스 라자냐가 각자의 앞에 놓였다.
“그동안 몇 번이나 건배를 하긴 했지만 이제 진짜 건배를 해볼까?”
어색했던 우리는 지지고 볶으며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니 한 식탁에 둘러앉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시에나라는 도시에 대해, 여행에 대해, 그간 만나온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다녀온 여행에 대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여행의 밤은 영원할 리 없다.
접시를 비우기가 무섭게 아나스타샤는 다시 부엌으로 갔다.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아침부터 만들었다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 피에로는 디저트와 함께 마무리용으로 먹는다는 도수가 높은 술을 내왔다. 어느덧 우리에게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유재석이야 아주 걍나는 그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요리 그리고 이탈리아 음식은 네게 어떤 의미야?”
“오늘 봤듯이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자체는 단순해. 단순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야 하니까 오히려 요리를 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식을 대하는 태도야. 태도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배웠는데 그때 할머니에게, 엄마에게 배운 게 바로 이거였어. 단순히 끼니를 때운다는 생각으로만 요리하면 재료가 단순한 이곳의 음식은 맛이 없을지도 몰라.”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 사실 젊은 그들이, 그것도 요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요리를 해줄지 약간은 의심도 했었다. 하지만 네모난 라자냐 팟의 모서리까지 꼼꼼히 채우는 아나스타샤의 손에서,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피에로의 얼굴에서, 그리고 파스타 면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자부심에서 나는 그들이 요리를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아쉽지만 이제 진짜 그들과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분명 네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어색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제법 가까워진 모양이다.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피에로가 잠깐 기다리라더니 급히 주방에 뛰어들어갔다.
“숙소에 전자레인지는 있을 거잖아. 라구소스는 데워먹어. 그리고 이 티라미수는 내일 더 맛있어질 거야.”
국이나 수프, 카레 등 대부분 음식은 하루가 더 지나면 더 맛있어진다는 건 분명 진리가 틀림없다. 이쯤 되면 이젠 요리 자체가 만국 공통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갑자기 김치찌개가 떠올랐다. 적당한 취기에 해장으로 흰 밥에 얹어 먹이면 딱이겠다 싶었다.
천 년은 넘었다는 이 집의 커다란 문을 여는 순간, 왜인지 마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탈리아에서 배우고
우리 집에서 만들어본
라구 소스(ragu sauce)
토마토소스에 고기를 넣어 푹 끓이는 소스의 일종인 '라구'소스는 그 종류만 열네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이날 아나스타샤에게 배운 방법은 물을 거의 넣지 않고 고기와 토마토 본연의 맛을 살린 방식입니다. 생각보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이탈리아 토마토 품종이 우리나라의 것과는 달라서 맛의 차이는 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들이 추천해 준 이탈리아의 토마토 페이스트와 우리나라의 100% 토마토 농축액을 썼습니다. 오히려 쨍한 이탈리아 페이스트 토마토의 맛을 잡아주어서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간 돼지고기와 소고기 반반,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 그리고 토마토 페이스트(없으면 진한 토마토소스), 와인을 준비합니다.
채소류는 잘게 썰어서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볶아줍니다. 채소의 맛있는 향이 나기 시작하면 고기를 넣어 계속 끓여줍니다.
고기가 익으면 와인을 부어서 알코올이 날아갈 때까지 졸여줍니다. 이때 더 부드러운 맛을 위해 우유를 넣기도 하는데, 우린 넣지 않았습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다시 휘릭 볶아 줍니다. 그리고 토마토소스를 넣는데 남은 통에 물을 넣고 흔들어서 버리는 소스 없이 몽땅 사용합니다. 약간의 물을 넣은 셈이기도 합니다. *저는 소스 대신 우리나라 토마토 농축액을 사용했습니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저는 고기를 넣기 전에 다른 냄비에 몇 국자를 따로 담아서 좋아하는 새우와 애매하게 남은 방울토마토를 넣어 또 다른 맛의 소스를 완성했습니다.
지글지글 끓이면 완성. 오래 끓일수록, 그리고 다음 날 먹을수록 맛있다고 합니다.
라구 소스는 대개 딸리아뗄레에 비벼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무 채소도 넣지 않고 소스로만 찬밥에 넣어 볶으면 간단하기도 하고 맛도 참 좋습니다.
지난 1월, 약 열흘 간 이탈리아에 다녀왔습니다. 이탈리아는 미식의 천국인 동시에 인류의 역사를 품은 유적이 많은 곳이라 이 둘 중 어떤 것에 비중을 실어 즐겨야 할지 가기 전까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뭐든 좋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새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여기저기 난리입니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면역력에 좋은 음식 많이 드시길 바라요. 사실 면역력에 제일 좋은 건 제철 음식이 다 입니다만, 이런 겨울엔 파릇한 녹색 채소보다 땅부터 영근 뿌리채소가 좋다고 해요.
부디 오늘도 맛있는 하루를 보내시길!
+ 그리고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준 시에나의 피에로와 아나스타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