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피터팬, 동심에 대한 어른들의 욕구

어른이 되면 날 수 없다. 왜?

by 오리

피터팬의 내용을 모르거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경우는 흔치 않다. 어릴 적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짧고 간단한 동화이다. 그러나 긴 300쪽가량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 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어렸기에, 축약되어야만 하는 부분도 많았다. 또한 그 악당 후크에 본질적인 책의 핵심이 숨어져 있는 것도 알지 못한다. 나는 오늘 이 영국의 동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목을 이렇게 적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피터팬은 자라지 않는 아이이다. 그는 12살 정도의 아직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나이대에 걸맞은 소년이다. 그의 행동과 이야기는 어린이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면모가 많다.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가 문을 두드리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다.’

피터는 웬디와 날면서 고작 몇 분이 지났을 뿐인데도 그녀를 까먹는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을 반복해서 웬디의 화를 산다. 또한 팅커밸을 서랍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찾고, 나중에 팅커밸이 죽은 후 그녀를 영원히 잊어버린다.


피터팬은 정의롭고 책임감 넘치는 영웅이 아니다. 그저 눈앞의 유혹에 빠지기 좋아하고, 합리화하기 좋아하며, 곧 유혹에 빠졌던 것조차 까먹는 그저 한 무책임한 아이이다. 이는 무정하게 보일 수도 있다. 잃어버린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면, 피터팬을 그들을 처단한다. 또한 그저 싸움에서 승리했단 이유로 후크의 피가 철철 나는 팔을 배어서, 그것도 악어에게 던져 먹인 것도 피터팬이다. 만약 웬디가 팅커벨의 꾀에 의해 활에 맞아 죽었다면 그는 웬디를 그대로 버리고, 다른 어머니를 찾았을 거라는 묘사도 있다.


따라서 피터팬은 사랑을 한 종류밖에 알지 못한다. 바로, 모성애이다. 남녀 간의 사랑은 끝까지 이해 못 하고 그저 이상하다고만 생각한다. 만약 그가 멀쩡한 청년이었다면, 웬디를 데려와 아내로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랑을 모르기에 웬디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엄마가 되어줄 수 없냐는 요청뿐이다. 웬디, 팅커밸, 타이거 릴리 모두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끝내 그 모두를 거부한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이라면, 그건 동심일 것이다.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는 마땅히 공정한 대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훗날 다시 사랑하게 되어도 처음으로 돌아가진 못한다.‘

이는 동심의 정의를 길게 써놓은 것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순간은,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피터팬은 동심을 지닌 자이고, 후크는 그렇지 않은 자이다.


후크는 디즈니 만화가 그려낸 괴팍하고 못생긴 남자가 아니다. 그는 멀쩡한 영국의 신사이고, 그저 자유로움을 추구할 뿐 매 순간 품위를 생각한다. 후크가 말하는 품위는 오늘날 사회의 어른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다. 동심과 반대되며, 어른들만이 지닐 수 있다.

‘명성, 겉만 번쩍이는 싸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끝에 남보다 더 튀면 과연 품위를 얻었다 할 수 있는가.‘

’누군가 품위를 갖추었다는 이유로 쇠갈고리질을 하는 게 도대체 사람이 할 짓인가?‘

후크가 생각하는 품위는 현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 후크는 자신이 해적이지만 품위를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피터팬을 보았다. 그는 피터팬에게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그가 품위를 가졌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영국의 오랜 예법과 예의에 어긋나는 신사답지 않은 그를 보며 후크는 갈등한다.

만약 그가 진정 품위를 지닌 자면, 나는 품위를 가지지 못한 자일까?

피터팬과 같은 품위를 지닌 사람 입장에서 나는 대체 무엇일까?

이 갈등은 후크가 죽음 앞에 와서야 해결된다. 피터팬은 당당하게 자신을 정의 내린다.

‘나는 젊음, 나는 기쁨이다.’

피터팬은 자신 스스로가 누구인지, 어떤 됨됨이를 갖추었는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피터팬은 품위를 지녔다. 하지만, 후크는 자신을 단 한 번도 정의 내리지 못했다. 그는 항상 조끼, 넥타이, 양말 모두 품위에 맞게 걸쳤다. 하지만 이것은 후크가 말한 ‘겉만 번쩍이는 싸구려’에 가깝다.


그럼, 책에서 이야기하는 피터팬이 가진 품위, 진정한 품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피터팬의 동심이다. 오직 내면이 맑고 깨끗한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아름답고 진정 번쩍이는 품위이다. 나쁘게 말한다면 후크가 말했던 ‘건들건들한 매력’이며, 좋게 말한다면 우정, 용기, 명랑함, 순수함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피터팬 자체가 동심을 앞세워 만들어낸 문제 또한 많다. 하지만 동심은 아이들을 날게 하고, 싸우지 않게 하며, 끝끝내 올바른 선택으로 이끈다. 웬디는 마지막에 되어서야 피터팬의 진정한 매력을 깨닫고, 자신의 동심을 추억한다. 또한 ‘난다’라는 행위가 나타내는 동심을 부러워한다. 책은 아이들이 동심을 지니다면, 피터팬을 계속해서 이 모험을 반복할 거란 암시와 함께 끝난다.




피터팬은 단지 단순한 판타지 그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연 이 순간, 동심을 잘 쥐고 품위를 잘 지키고 있는가. 그저 겉만 번쩍이게 자신을 치장하는 것은 아닌가. 수많은 봄맞이 대청소 철을 잊은 피터처럼, 우리의 동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