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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별 May 08. 2024

힘이 솟아나는 부적

회사가, 동료가 있어서 다행이야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하루하루가 때론 쉽지 않지만

회사를 다녀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날이 있다.


업무 성과로 인정받을 때,

회의를 좋은 분위기로 리드했을 때,

지금까지 못해 본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동료들과의 교류로 정보의 범위가 넓어질 때,

회식으로 맛있는 걸 먹을 때 등.


회사에 대체로 만족하는 나로서는

일을 해서 다행이다 싶은

복 받은 날들이 많은 편이지만

오늘 아침은 유독 더 그랬다.


어제 나는 퇴근 한 시간 전쯤부터

집에 일이 생겨 멘붕 상태가 되어 있었다.

흔들거리는 멘탈을 부여잡고

퇴근까지 어떻게든 태연한 척하려고 애썼다.


‘ 나는 프로직장인이야. 사회생활 몇 년 차인데.

정신 차려.’ 반복해서 곱씹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잘 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친한 동료가 퇴근 직전 슬며시 물었다

“대리님, 괜찮으세요?”


나는 나의 놀라운 포커페이스 실력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감추지 못하다니.


조금 화끈거렸고, 민망했지만

반쯤 나간 정신을 붙잡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는 못다 한 업무 좀 더 마무리하고 갈게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내일 만나요~“


동료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따뜻한 위로를 남겨놓고 먼저 일어섰다.


그날을 어찌어찌 잘 수습하고

다음날 일찍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동료가 갑자기 커피를 내밀었다.


“스타벅스 신메뉴예요.”


두-근.

순간 드라마 남자주인공을 만난 것 같은

설렘을 느꼈다.


아침부터 여자에게 설레기는 참 오랜만이다.

내 옆자리에 이렇게나 스윗한 동료라니.

나에게 이토록 멋진 동료가 있다니.


아침부터 마음이 참 든든하다.

커피에 따라온 스티커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힘이 솟아나는 부적’






#디자이너 #내향적 #에세이 #하루의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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