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이 쓰고 싶었는데.....
마흔이 넘고 마지막 두근거림이 언제였던가 생각도 나지 않을 즈음.
20년 회사생활을 청산하겠다 무턱대고 퇴사해서 사무실까지 얻어 시간밖에 없던 나는 몇백짜리 구매대행 강의를 결제해 놓고 오픈일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몇만 원짜리 브런치 도전 챌린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브런치는 내 인생에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물론 처음엔 브런치에 글 쓰면 책도 내고 돈도 벌 수 있을 거라 막연한 기대감에 시작한 것도 있지만...)
돈 벌게 해 준다는 몇백만 원짜리 강의보다 몇만 원짜리 챌린지에 목숨을 걸며 브런치 첫 승인을 받고 밤새브런치에 첫 글을 등록했을 때가 떠오른다.
글이 올라가고 첫 글빨(?)로 조회수 5천까지 찍으니 어디서 상이라도 받은 것 마냥 설레었던 날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무슨 말을 쓰고 있는 건지 알지도 못한 채 머릿속에 맴돌던 단어를 툭툭 잡으면 나도 모르게 글이 막 써졌었다.
앞뒤 문맥이 어떻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드센스 글쓰기는 키워드를 알아도 그렇게도 써지질 않는데, 브런치만 열면 단어들이 문장들이 날뛰었다.
그렇게 오랫만에 정신이 팔려 좋아하던 글쓰기였건만 생계가 조급해지니 글 쓰고 앉아 있는 내가 한심한 느낌이였다. 돈버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새로움에 새로움을 더해 알고 있던걸 뒤엎고 배우고 테스트하고 또 실행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잠을 줄여서라도 한 시간, 아니 삼십 분은 낼 수 있었을 테니.)
2023년 PDS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단톡방 챌린지를 함께하면서 매월 그 달을 돌아보며 나에게 중요한 키워드 몇 개에 대해 얼마나 진행됐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갈 것인가 체크를 했었는데 브런치, 글쓰기 칸은 항상 키워드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 비워져 있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브런치 알림을 눌렀다. 내 글이 조회수 2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였다.
'???'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내가 쓴 글을 보다 보니 작년 이맘때쯤 브런치승인을 받고 첫 글을 쓰고 며칠 설레어했던 그때가 떠오르면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일이 손에 안 잡혔다.
그렇다.. 뭐 대단한 글을 쓰는것도 아닌데 글이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오랜만에 숲 속 아무도 모르는 내 아지트에 돌아온 것 마냥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젠 켜켜이 앉은 먼지를 좀 털어내면서 지난 1년을 틈틈이 돌아보기도 하고 현재의 나를 정리하며 여기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게 뭐라고.. 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