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 <두번째 이야기>

숲으로의 추방 : 순수한 감정이 현실로 떨어지다

by 오로보이

감정을 통제하려는 왕비

순수한 감정이 의식되자, 왕비는 불안해졌다.
백설공주를 단순히 무시하던 그는 이제 그 감정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
그건 우리가 진짜 감정을 느꼈을 때,

그 강도와 생생함이 너무 커서 나를 무너뜨릴까 봐 두려워 스스로 감정을 눌러버리는 순간과 닮아 있다.

“울면 약해 보여.”
“그래도 좋은 사람처럼 보여야지.”
“나는 어른이니까, 참아야지.”

이건 모두 왕비의 언어다.
감정을 다루는 대신, 감정을 통제하고 꾸미려는 자아의 목소리.


그녀는 공작새 왕좌에 앉아 있다.
공작새는 화려하지만 가짜로 꾸민 미의 상징이다.
왕비의 왕좌는 곧 가짜 감정의 왕국,
‘괜찮은 척’하는 나의 왕국이다.


심장을 노리는 명령

왕비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그 아이를 숲으로 데려가 죽이고,
심장을 가져오거라.”


심장은 감정의 본질이다.
왕비는 내 안의 감정을 완전히 가두고 통제하려 한다.
사냥꾼은 명령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백설공주를 데리고 숲으로 향한다.

그는 말한다.

“꽃을 따러 가자.”


꽃을 딴다는 건 찰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생명을 끊는 일이다.
즉, 감정을 잠시 예쁘게 포장해 지워버리려는 시도다.


드레스와 파란새 — 감정의 색이 바뀌다

이때 백설공주는 누더기 대신 드레스를 입고 있다.
왕자의 옷과 닮은 빨간, 파란색이다.
감정이 인식되어, 조금은 성숙해진 상태다.
그러나 그 인식은 아직 연약하고 불안정하다.

숲에서 백설공주는 부모를 잃은 아기 파란 새를 만난다. 그 새는 예전 성에서 그녀 곁을 지키던 하얀 비둘기와는 달랐다.


비둘기는 하늘의 순수함이었다면,

파란 새는 그 순수가 현실로 내려온 감정이었다.


파란색은 하늘과 물의 중간색 —

즉, 감정이 이상에서 현실로 스며드는 빛이다.

순수한 영혼이 이제 세상 속에서 ‘느끼는 존재’가 되는 과정이다.

“순수함이 현실을 만나면, 하늘빛이 된다.”

슬픈새.png

백설공주는 그 새를 품에 안고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아, 나도 네 마음이 어떤지 알아.”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이 명확히 자리 잡는다.

감정이 하늘의 이상에서 인간의 심장으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사냥꾼의 양심

왕비의 명령를 지키기 위해 사냥꾼은 칼을 꺼내 들지만, 손이 떨린다.
그는 자연의 본능과 사회의 명령 사이에 선 존재,
즉, 내면의 양심이다.


결국 그는 백설공주를 죽이지 못하고 속삭인다.

“도망쳐라.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 것 같아.”

그는 백설공주를 숲속으로 도망치게 하고,
대신 돼지의 심장을 꺼내 왕비에게 바친다.
돼지는 본능의 상징이다.


즉, 사냥꾼은 슬픔을 죽이지 못한 대신
그 감정을 본능적인 화와 짜증, 분노로 바꾸어 버린다.

그리고 순수한 감정 (백설공주)은 무의식 (숲)으로 숨어 들어간다.


예를 들면, 우리 안에서도

누군가와의 관계가 끊기면 처음엔 그냥 슬프다.
그건 백설공주처럼, 순수하고 진짜 감정이다.


하지만 곧 왕비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슬프면 약해 보여.”


그 순간, 감정은 더 이상 슬픔으로 남지 못한다.
사냥꾼이 돼지의 심장을 바친 것처럼,
그 슬픔은 분노나 짜증으로 형태를 바꾼다.

그래서 결국 진짜 슬픔은 사라지지 못한 채,
숲속 어딘가 — 내 무의식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다.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으로.

숲으로 도망.png

감정은 죽지 않는다.
다만, 다른 얼굴로 숨어버릴 뿐이다.


무의식의 숲으로

백설공주는 왕비의 악의에 놀라 숲속으로 달아난다.
숲은 무의식이다.
그녀는 그 안으로 깊숙이 내려간다.
부엉이가 튀어 나온다 — 어둠 속을 보는 새.
부엉이는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숲은 무섭다. 나무들이 괴물처럼 보이고,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 느껴진다.

그건 두려움의 투사,
즉, 내 안의 불안과 죄책감, 분노가 외부 풍경으로 비춰지는 순간이다.

백설공주는 달리고 또 달린다.
길을 잃고, 결국 쓰러져 울기 시작한다.
감정은 그렇게 도망치다 결국 울음으로 돌아온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다.
백설공주는 왕비의 악의에 놀라 숲속으로 달아난다.

숲은 무의식이다.

그녀는 그 안으로 깊숙이 내려간다.

감정을 억누르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얼굴로 변해 나를 괴롭히고, 세상을 왜곡시킨다.
그리고 도망치던 마음이 마침내 멈추고 울기 시작할 때 —
그제야 감정은 다시 나를 품는다.

“감정을 죽이려 하면,
감정은 형태를 바꾸어 우리를 쫓아온다.
그리고 울음이 터질 때,
감정은 비로소 다시 나를 품는다.”

회복의 시작

이게 바로 감정의 추방이자 회복의 시작이다.
백설공주는 숲속 어둠 속에서 울고 있지만,
그 울음은 이미 새로운 생명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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