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딥페이크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감수성
최근에 소개된 저의 두 번째, 책『속이는 미디어, 분별하는 사고력』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번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나누고자 합니다. 왜 지금 시대에 미디어 분별력이 필요한지, 일명 가짜뉴스 라고 불리는 것들이 어떻게 빠르게 퍼지는지, 알고리즘이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감수성이 필요한 지 등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주제들을 Q&A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건가요?
저는 이 책에서 미디어 분별력을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너 자신을 알라'입니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얼마나 모르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죠.
둘째, '의도를 파악하라'입니다.
모든 콘텐츠에는 크고 작은 제작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을 살펴봐야 합니다.
셋째, '기대지 말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거나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검증하고 분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사회에서 ‘미디어 분별력’이 왜 필요한가요?
『선택의 심리학』(티모시 옌)에서는 '좋은 선택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처럼 나의 선택이 나의 인생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면 (그동안 쉽고 빠른 게 결정했던 것들이) 신중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가 대표성을 띠듯,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빠른 결정과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론 일상에서 즉시 판단해야 할 때도 많지만, 때로는 잠시 멈추는 시간이 더 큰 안전을 보장해 주기도 합니다.
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성인들 역시 긴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며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죠. 이런 환경에서는 무엇보다도 정보를 분별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이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를 신호등 비유로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달려가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초록불에 건너는 것이 맞지만, 그 순간에도 좌우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길입니다. 미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에 들어온 정보에 곧바로 반응하기보다, 잠깐 멈추고 다시 확인하는 '타임아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 분별력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미디어의 파급력, 왜 주의가 필요할까요?
제가 요즘 아이들과 수업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어릴 적에 본 광고 중에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 그런데 지금은 그 의미를 절실히 느끼고 있어. 왜냐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때문이야."
이처럼 우리의 문화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음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미디어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하루 인터넷 사용 시간도 길다 보니 누구나 미디어의 생산자이자 전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보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그중에는 사실과 다른 정보, 부정확한 정보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내용들도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전 연령대에 걸쳐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가짜 뉴스(부정확한 정보)에 쉽게 속아 넘어갈까?
댄 애리얼리 교수님의 책 『미스빌리프』에서는, 그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믿고 서로 동조하는 현상을 연구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제 책에서 강조한 ‘기대지 않기’와 연결해 설명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뉴스에서 봤다”, “전문가가 말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시선에서 확인하는 절차 없이 그 내용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정적으로 믿는 순간 위험이 생깁니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시기에는 사람들의 판단력이 약해져, 댄 애리얼리 교수의 말처럼 쉽게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당시 무분별한 정보성 문구들이 넘쳐났고,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왜 '당연함'이 우리의 생각을 제한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디어를 통한 반복 학습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익숙한 장면이나 반복되는 정보들은 어느 순간 우리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어요. 오랜 시간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학습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익숙한 정보나 장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제, ‘당연함’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알고리즘, 정말 우리의 생각을 한쪽으로 몰아갈까?
이 책에서는 알고리즘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명절날 친척들이 많이 모여있고, 큰 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고 생각 해보세요. 그런데 손주들이 특정 음식만 계속 먹고 있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실까요? 아마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큰다”라고 하실 겁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정반대의 말을 합니다. “네 건강이나 균형은 중요하지 않아. 나는 네가 좋아하는 것만 계속 줄게.” 이렇게 되면 결국 다양한 경험은 차단되고, 한쪽으로만 치우친 시각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핵심 목표는 사용자를 오래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이 바로 '필터버블'입니다. 수많은 색깔이 있지만, 알고리즘은 그중 일부 색만 반복해서 보여주어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 아무런 노력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스스로 다른 시선과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 미디어를 볼 때 감정까지 체크해야 할까?
감정은 원래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독일의 신경학자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은 저서『이모션』에서 감정을 ‘중요도 탐지기’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감정이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생존을 위한 감정보다 미디어가 우리의 감정을 흔들고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픈 장면, 안타까운 모습, 분노하게 만드는 영상, 웃음을 유발하는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우리의 감정을 빠르게 변화시키죠. 특히 우리는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감정이 어느 순간 콘텐츠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밀 때는 잠시 멈추고 이 정보가 왜 나에게 보이는지, 출처는 어디인지, 의도는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를 볼 때, 단순히 ‘무엇을 봤는가’에 그치지 않고 그때 느낀 감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한 ‘팩트 체크’를 넘어선 분별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팩트체크는 중요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정보를 일일이 검증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삼기를 권합니다. ‘나를 알자, 의도 찾기, 기대지 않기’입니다.
특히 익숙한 정보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많이 보거나 들어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그것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수학자와 과학자의 태도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들은 1+1=2조차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즉,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아닐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 분별력을 기르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다르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시니어 분들 강연을 시작할 때 꼭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오늘 강연에는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깨끗한 렌즈와 말랑말랑한 뇌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험과 습관을 통해 자신만의 굳어진 틀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 틀이 때로는 확증편향으로 이어져서, 다른 관점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제 역할은 바로 그 ‘다른 가능성’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여러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목발을 짚고 뛰었지만 FIFA가 올해의 골로 선정한 장면, 기린이 그린 그림, 그리고 ‘정(情)’이라는 글자를 ‘아홉(九)’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사례들이죠. 이런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도 시선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랑말랑한 뇌, 즉 호기심입니다. 기존 생각과 다르게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상황, 잘 모르는 분야의 정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책에서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말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 개념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직접 경험한 익숙한 일은 빠르게 판단하는 시스템 1을 쓰지만, 경험하지 못한 낯선 상황에서는 느리게 사고하는 시스템 2가 작동합니다. 이때 우리는 잠시 ‘버퍼링’이 생기듯 망설이게 되고, 그 틈에 쉽게 다른 사람의 말이나 익숙한 정보에 기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ChatGPT도 화면 하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하듯, 어떤 정보든 무조건 기대지 않고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예시가 있습니다. 교실 뒤쪽에서 사진을 찍으면 제 얼굴은 나오지만 학생들은 뒷모습만 나옵니다. 제가 이 사진을 회사에 가져가면 동료들은 뒷모습만 보고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즉, 알면 보이고, 알면 들립니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겸손한 태도로 질문하고, 특정 정보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인 제럴드 잘트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과 낙서의 차이는 훈련된 상상력과 허황된 사고만큼의 차이다.”
낙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떠오르는 대로 그릴 수 있어요. 반면 피카소의 <황소>라는 작품은 오랜 시간 그림에 대해 고민하며, 작가의 의도를 담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고 노력한 결과물이에요. 겉보기에는 낙서와 작품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작품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깊은 탐구와 고민을 통해 다듬어진 ‘훈련된 상상력’의 결과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예술과 낙서를 구분 짓는 경계죠.
이런 점에서 우리가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도 낙서와 작품의 차이처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단순히 미디어를 ‘보는 것’과, 그 안에 담긴 의도와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미디어에 담긴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저는 여러분의 '미디어 도슨트'처럼 그 역할을 맡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의 미디어 도슨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를 안전하게 보는 것에 대해서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은 보이는 것이 곧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 내가 보고 있는 건 카메라 렌즈에 담긴 일부라는 점, 그리고 누군가의 의도를 담아 만든 것을 우리가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사실은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교육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직접 글을 써보게 하고, 스스로를 점검하게 합니다. 즉 ‘나를 알자’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직 완벽하지 않고,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지휘자 장한나 씨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말을 이렇게 소개했어요.
“나는 90세가 되어서도 계속 연습을 한다. 내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블로 카잘스-
미디어 리터러시도 마찬가지예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여러분은 더 나은 미디어 사용자가 될 거예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곧 ‘미디어’입니다. ‘미디어 도슨트’의 마음으로,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와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는 ‘Good 미디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