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책. 지식인들의 극찬을 받은 책.
큰 마음 먹고 구입하고, 1년간 읽은 책.
내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 인기 교양과목.
매일 지하철 9호선 급행을 타고 출근한다.
알 사람은 알 것이다. 출근길 9호선 급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어 E-Book Reader 를 구입했다.
맥북으로는 E-Book 을 많이 봤지만, 리더기로 읽은 첫 책.
구입 후 너무 오래 묵혀 둔 책이라 후딱 읽어보려 했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한 책.
사피엔스다.
우리는 누구인가?
꽤 긴 시간동안 이 책을 읽었기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까지 '교양/인문' 카테고리에 이 책이 들어가는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역사나 과학 혹은 미래학 카테고리에 넣어도 될지도 잘 모르겠다.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정치문제는 물론 전쟁 이야기도 다루고 있으니 그야말로 인류에 대한 '교양' 을 모두 다룬 책이다.
보통 별점에 대한 이야기는 서평의 끝에 하지만, 이 책은 서평의 시작에 적어두고 싶다.
사피엔스를 일회독 했지만,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에 별점 5개의 만점을 준 이유는
그래, 잘 쓴 책이어서가 아니라 알아야 할 '교양' 이기 때문이랄까?
올해 읽은 책들은 특히나 내 '시야' 를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해줬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과연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토록 방대한 이야기를 설명해준 책은 처음이었다.
흔히 사피엔스를 소개하는 설명들은 '인지혁명' 에 대해서 많이 다뤘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책의 주된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협동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
'상상' 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은 사피엔스 종이 협동하게 만들었고, 종교, 국가 등 하나의 정의 아래에 수많은 개체가 협동할 수 있는 종은 사피엔스가 유일하다고 한다.
난 이 설명에서 '자본주의' 에 대한 설명이 가장 충격이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살 때 내미는 '카드' 또한 마찬가지다. '카드' 는 곧 '돈' 을 의미하고, '돈' 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살 수 있는 무언가다. 우리는 '돈' 을 보며 이것을 '상상' 하고, 모두가 같은 것을 '상상' 하기에 '자본주의' 라는 것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 사피엔스이기에 '자본주의' 가 가능한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까지의 일들을 핵심만 뽑아서 훑어준다.
마치 시험 전 핵심 키워드를 훑어주는 느낌이랄까? 이거 시험에 나와! 외워! 하는 느낌으로 어쩜 이리 설명을 잘 해뒀는지 모르겠다.
지하철 내 스마트폰 만을 쳐다보는 콩나무들 사이에서 유발 하라리의 역사 수업을 들으며, 참 묘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사피엔스도 지구의 종 중의 하나이고, 저자의 주장대로 '상상' 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종과 사피엔스의 가장 큰 차이라면... 만일 이 '상상' 하는 능력이 개나 고양이, 사자 등에게 갔더라면.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고, 다른 이들과 같은 것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사피엔스의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현재의 발걸음 속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위치인가? 나는 누구인가 등의 원천적인 질문을 땅을 쳐다보다 다음 정차역에서 우루루 움직이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던지며.
내가 하는 모든 일과 생각들이 하찮아짐을 느끼며.
스스로의 보잘 것 없음을 느끼며.
눈 앞의 사료를 먹어치우는 돼지 우리 속의 돼지와 나와의 차이점을 애써 찾아보며.
그저 본능만 남아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와 나와의 차이점을 애써 찾아보며.
어디서 생겨난지도 모르겠는 하루살이와 나와의 차이점을 애써 찾아보며.
내가 꼭 필요하다는 사람들과 내 덕이라는 사회의 사탕발린 정치 사이에서
과연 이 시점에 내게 이런 내용의 책이 찾아온 것은 어떤 이유일지 생각해보며.
나는, 우리는 누구인지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아니, 어디로 가고 싶은가?
지난 6년간 360여개의 사색노트와 함께 나름의 사색을 즐긴 편이라 생각했다.
6년간의 커리어 뒤 새로운 커리어로의 변경을 고민하며 참 많은 생각들을 해왔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등의 질문보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에 대한 답이 훨씬 어려운 스스로를 보면서.
도대체 언제쯤 성숙한 스스로가 될지 고민하면서.
유발 하라리와의 대화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개발자로 일하면서. 수만, 수십만의 사용자들의 시간을 아끼는 일을 하면서 처음엔 꽤나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수만, 수십만의 사용자가 아닌 내 고용주와 특정 고객들을 위한 일임을 깨달으면서.
결국 내가 하는 일도 상사를 위한 '일을 위한 일' 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많이 일할 수록 더 많이 일하게 된다는 경험을 유발 하라리식 논리에서 발견하면서.
아니길 바랬던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이, 결국은 역사의 흐름에서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피엔스의 역사가 굉장히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지금처럼 해가는 것이 맞을까?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하긴, 유발 하라리가 이야기하는 역사조차 결국 '승자' 의 기록들이 아니던가?
결국은 행복.
우리는 왜 살까?
과연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가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커리어적 갈림길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결국 우리네 인생이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태어날때부터 인생이 정해져있다면.
그것보다 재미없는 삶이 어디있을까?
개인이 각자의 삶의 길을 결정하는 데 전례 없이 큰 힘을 누리게 되면서, 우리는 남에게 헌신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와 가족이 해체되고 다들 점점 더 외로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동시대에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혼자서 행복을 느낄 수 없고, 특히 나는 그렇다.
하지만, 요즘의 세상은 너무도 생각없이 움직이는 행위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내뱉는 말은 참 책임없는 행동들이 많은데, 이는 스스로의 업에 회의감을 줄 때도 있다.
사람과 사람을 편하게 연결하는 것에 큰 의미를 느꼈던 내게 하찮고 무의미한 연결을 만들어대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연 그들은 그 행위들에서 행복을 느끼는걸까?
아니, 행복을 원하는 욕구가 잘못 표출된걸까?
행복은 정말로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일까?
행복을 찾는 과정은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기억되려면 행복하지 않은 것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은 상대적이니 말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읽으며,
그 안에 담긴 거대한 이야기를 내 삶에 빗대어 보며.
어쨌든, 별 5개의 이 책을 제대로 뽕 뽑지 않았나 싶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다음이다.
결국 사피엔스는 '상상' 하며 '다음' 을 만들어왔다.
'상상' 하지 못하면, '상상' 하지 않으면 '사피엔스' 가 아니다.
우리는 결국 그 힘으로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다.
나를 '상상' 하고 이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내가 아니고 내 인생이 아니다.
결국은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사피엔스임을 증명하는 길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