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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Feb 25. 2018

배움의 조건

도밍고컴퍼니(25화)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쓴다. 무려 6개월만이다.


나는 지난 2년간 25개의 칼럼을 통해 도밍고컴퍼니의 이야기를 전했다.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그 모든 순간을 담아두고 싶었다. 2016년 일년간은 그 결심을 잘 지켰다. 아쉽게도 2017년에는 많은 이야기를 적지 못했다. 도밍고컴퍼니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2년간의 내 도전이 자랑스럽다.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경험들은 물론이고, 혼자 가졌던 무수히 많은 사색의 시간은 나를 정말 단단히 만들어줬다.


내 20대의 마지막을 이 글과 함께 보낸다. 2월 25일 내 생일을 기다리며, 지난 2년간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 글을 여러분께 알리고자 한다. 


스타트업의 자격 


나는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 배우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굉장히 큰 즐거움이다. 이런 내 성향을 보자면, 역시 난 코드를 주로 쳐다보는 개발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2011년 입사 후 부터 나는 늘 더 나은 삶을 살아왔다. 시간이 흐를 수록 스스로가 성장하는 것이 느껴졌고, 주위의 환경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4년간 8번의 이사를 했으니, 물리적인 환경도 참 많이 바뀐 셈이다.


그렇게 4년여 조직 내에서 지내보니 정체된 스스로를 느꼈다. 도밍고컴퍼니 칼럼의 첫 내용에서 말했듯,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더 배우기 위해 조직을 나와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스타트업의 자격’을 논한다. 누군가는 꼭 풀타임을 해야만 스타트업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팀과 아이템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배고파야만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글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도밍고컴퍼니도 스타트업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난 돈이 없어 배고팠지만, 조직생활을 할 때처럼 삶의 질을 유지했다. 딱히 과소비를 하거나 유흥을 즐기지 않기에 가능하기도 했겠지만, 스타트업을 한다며 과도하게 허리띠를 졸라 매진 않았다. 늘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게 대표자로서 적합한 자세인지는 모르겠다.


내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었지만, 돈을 벌지는 못했다. 스스로도 내가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도밍고컴퍼니를 스펙삼아 재취업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 활동을 인정받아 지금의 포지션에 오게 됐지만, 딱히 이 포지션을 목표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 


비록 대단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나는 도밍고컴퍼니를 내 사업이라 생각했다. 나는 진심이었고, 사업의 대표자로서 생각하고 행동했다. 스타트업의 자격? 글쎄, 누군가에게 평가 받는다면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묻는다면 지난 2년간 도밍고컴퍼니 대표로서 부끄러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겠다. 나는 내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지난 2년이 자랑스럽다. 


배움의 조건 


어떤 일을 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현재 파악’이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엇이 남았는지, 누가 할 것인지.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 함에 있어,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도대체 내가 누군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과 성향이 맞는지, 어떤 것을 취할지, 무엇을 버릴 것인지. 2년 간의 사색을 통해, 2년 간의 도전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세웠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친절하지 않다. 친절한 자는 그저 내게 얻을 것이 있는 사람이다. 학교의 선생님은 보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런 사람 없다. 즉,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조직생활을 처음 할 때는 조직이 정글이라 생각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일이 어색하고 말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조직 내의 동료들은 내게 매우 친절했다. 함께 일하려 했고, 도와주려 했다. 그리고 누군가처럼 하면 된다는 내부의 지향점도 있었다. 배움의 방향과 종착지가 있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스스로 배워야 했다. 배우고자 뛰어 들었는데, 어떻게 배워야 한다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 과정 자체가 배움인 것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도밍고컴퍼니 초기엔 도움을 주는 사람을 붙잡고 매달렸다. 마치 선생님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학생처럼, 어떻게 할까요? 를 연발하며 정답을 찾아다녔다. 그때의 행동이 내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제는 안다. 당시 그들은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스스로의 위치와 배움에 대한 갈증을 조직 내에서 느꼈다면, 조직 밖에서는 원하는 위치를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배움을 설계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어쩌면, 배움은 이제 시작이다. 


조직 속으로 


우연히 SWIKI 와 도밍고뉴스를 보던 고객을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라는 소프트웨어 전문지의 팀장이었고, 그는 내게 함께 일하자 말했다. 2017년 하반기의 일이다.


고민 끝에 지난 프로젝트를 마치고, 2018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합류했다. 도밍고컴퍼니는 이제 한동안 멈추게 됐다. 

4년간 개발자로, 2년간 대표자와 개발자. 그리고 지금은 기자가 됐다.


포지션을 옮기고 심지어 분야를 바꾸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나는 지난 6년여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꽤 자주 스스로가 바보 같을 때가 있다. 스스로도 일을 자꾸 벌려대는게 싫다. 


그럼에도 지금의 위치까지 오는데 그 성향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기에, 사실 이 괴로움을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아마도 나는 계속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 것 같다.


다시 조직 속에 들어와 여유가 없다. 마치 신입이 된양 모든 것이 새롭고,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다행히 이 조직도 조직 밖에 비하면 친절한 편이다. 한동안은 닥치는대로 배우며 살 것 같다. 


2년간의 도밍고컴퍼니 칼럼을 엮어 브런치 POD 북으로 내고자 한다.

그동안의 내용을 다듬고, 마무리 글을 추가할 계획이다. 혹, 도밍고컴퍼니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반영할테니 알려주기 바란다.


아… 이 글을 쓰다보니 이제 만 30세가 됐다. 이제 정말 30대구나. 


안녕 내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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