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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Mar 03. 2018

개발자, 기자가 되다. 2탄.

안녕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오세용 기자입니다.


지난 주 스팀잇을 본격 시작하고, 글을 두 개 썼는데요.
6년간 개발자로 살다가 기자가 된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쓴 글에...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받았습니다 ㅜㅜ


개발자, 기자가 되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오세용 기자의 입사 한 달 후기(1)

제가 좋아하는 코딩이랑 무관합니다만, 그룹에서는 100개가 넘는 좋아요와 20회가 넘는 공유가...


ㅜㅜ 반응에 감사드리면서도, 조금의 부담감과 이 글을 왜 좋아해주실까... 하는 의문이 ㅋㅋ 들었습니다.

연휴 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보며 조금은 체계적으로 글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글의 기대감에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재미나게 전해보겠습니다 :D


기자가 됐지만, 제 6년간의 커리어는 개발자였기에 아직 기자보다는 개발자에 더 가까운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기자 입사 한 달 후기 연재글은 7개의 글로 구상했으며, 독자 타깃은 개발자입니다.


개발자로 시작해 기자에 도전하는 제 이야기가, 새로운 커리어를 꿈꾸는 개발자분들께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

개발자에게 기자란?


개발자로 살면서 기자와 마주칠 일은 없었습니다.


기자가 쓴 기사를 네이버 뉴스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만나는게 유일한 접점이었죠.

기사는 제게 다른 개발자들과 같이 가십거리와 정치 기사, 스포츠 기사, 사회 기사 등 그저 세상의 정보를 만나는 창구 중 하나였습니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이었죠.


눈사람이 된 박대기 기자(출처 - 유튜브)


박대기 기자처럼 SNS 상에서 이슈가 된 기자를 제외하곤, 개발자였던 제게 기자는 그저 먼 존재였습니다.

출퇴근 길, 점심시간 등 틈틈히 시간이 나면 네이버 뉴스를 보는 일반적인 뉴스 소비자로, 어떤 매체를 팔로우 하며 챙겨보지도 않았습니다.


입사 후 2년 간 그랬습니다.

매너리즘. 시야 확장의 욕구. 스타트업.


주변의 어른들은 말씀하셨죠.


"3년은 버텨라"


많은 초년생들이 이 말을 들었을겁니다.


2~3년이 지나자 제가 맡은 안드로이드 파트의 일을 어느정도 처리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에서는 중요한 일들을 맡게 됐습니다. 그쯤 회사에 후배들도 생기고, 막내를 벗어나게 됐죠.


스스로의 포지션이 명확해지자,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게 됐습니다.


다른 개발자들은 어떻게 일할까? 서버 개발자들은 무슨 고민을 할까? 대학원을 가야하나? 다른 직업은 무슨 일을 할까? 일을 안하고 살 수는 없을까?


주위 인맥을 통해 물어보기도 하고, 여러 컨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죠. 틈틈히 주말 스타트업에 참여해 다른 회사 사람들과 협업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다른 업계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저는 주로 은행SI를 했는데, B2C 비즈니스를 하는 개발자 업무가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은행SI는 오픈을 하면 해당 은행에서 철수 합니다. SI 개발자의 업무는 거기까지가 끝이죠. 그 뒤가 궁금해도 알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전화해서 '우리 앱 몇 명 다운 받았어요?' 라고 물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ㅜㅜ


B2C 개발자들은 리텐션(retention)이 몇이니, 어제 새벽에 서버가 폭파됐느니 재미난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앱 내 메인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적용 됐다고도 하고, A/B 테스트를 통해 디자인을 바꾼다고 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으로 개발한다고 했고, 칸반보드로 프로젝트 관리를 한다고 했죠.


친구를 통해서, 컨퍼런스에서 만난 그들은 자신의 회사를 '스타트업' 이라고 했습니다.


그게 뭔데? 회사가 기사에 나왔다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야만 기사에 나오고,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해야 뉴스에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기사에,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인줄만 알았습니다.


페이스북을 본격 사용하며, 주변 개발자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선망의 대상이던 창업자들의 인터뷰 기사도 보게 됐죠. 링크를 따라가다보니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기사, 비즈니스를 분석한 기사, 기술 동향을 정리한 기사 등. 다양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런 기사들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제가 관심이 없던 것 뿐이었죠.


기사를 찾아 읽다보니 관심있는 기사들이 생겼습니다. 관심있는 기사가 생기니, 그런 기사를 주로 생산하는 매체들도 찾게 됐죠.


RSS를 구독하는 Feedly 애플리케이션으로 여러 매체를 구독했습니다. 주로 스타트업 매체였고,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블로그와 기술 블로그도 구독했죠.


은행SI도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수십 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죠. 물론, 제가 기획한 서비스가 아니고 스토어에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 어쨌든 서비스가 오픈되면 매우 뿌듯했습니다. 고객은 모르지만, 프로젝트를 거듭할 수록 스스로는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기도 해보고, 전보다 나은 코드를 짜기 위해 노력했죠. 그 결과물들이 무사히 오픈되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서비스를 만드는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주말 스타트업을 통해 틈틈히 하는 것은 팀 빌딩도 아쉬웠고, 시간의 제약도 있었죠.


마침 프로젝트가 끝났고, 다음 프로젝트까지 시간이 조금 있었습니다. 두 명의 신입사원도 교육시켜야 했는데, 역시 개발자는 만들어봐야 늘죠?


팀장님을 설득해 조금의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제 시간과 팀원을 얻었습니다. 기한은 2-3개월. 딱히 돈을 벌지 않아도 됐기에, 그동안 생각해둔 아이디어를 꺼내 기획했습니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SWIKI의 시작입니다.


기사, 읽을 줄 알아? 큐레이션 해줄게!


2015년. 서비스 기획부터 설계, 개발, 운영까지. 개발자였던 제가 처음으로 B2C 서비스를 총괄해 만들게 됐습니다.


그동안 스타트업 기사로만 접했던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죠. Trello 를 활용해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틈틈히 스터디해둔 덕분에 리눅스 서버에 서비스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2달여 짧지만, 총 4명의 멤버로 SWIKI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SWIKI를 만들던 팀 하이에나의 개발기는 제 블로그에 적어뒀습니다.)



SWIKI는 매일 아침 주요 기사를 현업 개발자의 코멘트를 더해 푸시로 발송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당시 매일 아침 2시간씩 RSS로 구독한 기사를 읽고, 약 5개 기사를 추려 코멘트를 달아 푸시로 발송했습니다. 총 3명의 개발자가 10개 내외의 기사를 큐레이션 했죠. (현재는 서비스 종료)


왜 사람들이 기사를 읽는지 이때 알았습니다. 세상의 이야기를 읽는다는게 매우 재미났어요. 기사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적혀있었습니다.


제가 관심있었던, 창업자 이야기, 스타트업 투자 이야기, 서비스 개발기, 비즈니스 분석, 신기술 발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SWIKI는 약 1천명의 유저가 다운 받았고, 구글 아날리틱스를 통해 유저들의 활동을 보며 마구 흥분하곤 했습니다. 정말 너무 재밌었어요.


돈은 못벌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벌어야 할지 몰랐어요.

이 프로젝트를 무려 1년간 운영했습니다. 주변 팀원들은 물론, 스스로도 놀랐죠. 매일 아침 2시간씩 기사를 읽고 큐레이션 하는 것을 1년간 지속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기사를 계속 읽다보니, 기사를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쯤 스타트업 매체로 이직을 해볼까 생각도 잠깐 했었죠. 스타트업 이야기를 기사로만 읽어도 좋은데, 직접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SWIKI 프로젝트에서는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PM으로 프로젝트를 리딩했고, 서버 운영과 홍보 등 개발 외적인 부문을 모두 제가 했죠. 정말, 재밌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님이 SWIKI의 유저였습니다 ^^;;


4년차 개발자.
매너리즘에 빠졌던 제가 회사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해보자. 스타트업


아쉽지만 제가 속했던 회사의 본업은 SWIKI가 아니었습니다.
또 다시 SI 프로젝트를 나가게 됐죠.


게다가 프로젝트 장소는 대구였습니다. 저는 파견을 나가서도 홀로 큐레이션을 했습니다. 점점 스스로가 놀라웠습니다. 근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하게 되더라고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큐레이션은 출근 전에 일어나 새벽에 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록 점점 퇴근이 늦어졌습니다. 본업에 지장을 주면 안되기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감기 등 자주 아프게 됐죠. 결국 새벽에 일어나지 못해 큐레이션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큐레이션만 겨우 했을 뿐 서비스 업데이트는 손도 델 수 없었습니다. 댓글 기능도 추가하고 싶고, RSS구독 기능도 추가 하고 싶고... 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1년간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기사를 매일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했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퇴사를 했습니다!!!!


출처 - 스브스뉴스


4년간 SI 개발자로 살아온 제가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퇴사했습니다.

아이템은 역시 1년간 해온 큐레이션이었죠.

저는 아이디어를 실체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미 시장에서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혼자만의 생각...)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창업하지 않으면 누가 창업을 하나!? 하는 생각...(역시 혼자만의 생각...)


그렇게 미디어 스타트업 도밍고컴퍼니의 대표가 됐습니다.


4년간 개발자로 살다가 도밍고컴퍼니를 만든 오세용 대표는 어떻게 됐을까요? 어떤 경험을 했을까요?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는... 어찌 됐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오세용 기자의 입사 한 달 후기!!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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