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스포일러 및 영화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독점적으로 개봉한 영화 대홍수를 봤다. 사실, 보기 전부터 어마어마한 악평이 가득해서 긴장을 하고 봤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나 괜찮은 영화였다. 사람들이 화가 난 포인트는 나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아역 주인공의 화와 짜증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특히 안 좋게 보였던 것 같다. 사실 감독이 원한 건 급박한 순간에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아이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장면들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면 '의도대로' 잘 된 것이 맞다.
물론 주인공을 비호감으로 만드는 건 큰 리스크다.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아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결말을 보기 전에 중도 하차시켜 버린 경우도 많을 듯싶다. 더군다나, 떼쓰고 발암적인 역할로 소비되는 비슷한 캐릭터들이 한국 영화사에 많은 편이었기에 이러한 불평이 나오는 듯싶기도 하다. 감독의 선택을 무조건 감싸고 싶은 마음은 없고, 나 역시 답답해 죽을 뻔한 건 안 비밀이다.
물론, 영화가 안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자연재해 영화라는 장르적 유사성을 따르지 않고 중간에 강력한 트위스트를 줬기 때문에 영화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운명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변화구를 즐기는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오뎅탕에 소주를 팔 것 같은 노포에 들어갔는데 와인과 파스타를 제공한다면 재밌고 신선하게 느낄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곧장 나가버릴 사람도 있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모험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홍수로부터 살아남아 희생하여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스토리로 갔다면 되려 실망했을 것 같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우주로 보내는 것도, 3D 프린터와 AI학습을 활용해 인간을 복제, 다시 행성으로 보낸다는 내용도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다움'을 학습하고 재현하기 위해, 그 모든 시도들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단순히 자연재해로부터 살아남는 이야기보다는 입체적이고 창의적이라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감하기 힘들었던 주제는 바로 그 '인간성'이었다.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싶었던 그 인간다움은 과연 어떤 지점인가? 그 메시지를 완벽하고 간결하게 엔딩 부근에서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해한 게 맞다면, 주인공은 AI 학습을 위해 아이를 복제했지만 정말 자신의 아이처럼 키워낸다. 운석 충돌 이후, 우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폐기된다. 하지만 우주에서 사고를 겪게 된 주인공은 죽음 직전에 자신을 데이터화하는 데 성공하고, 우리가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보던 장면들은 그녀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정말 자신의 아이처럼 끝까지 지키려 노력하는 과정이고 결국 아이를 장롱에 숨기며 인간성을 발현시킨다.
동시에 영화는 박해수 배우의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이기성, 즉 자신부터 살고자 하는 본능도 존재함을 상기시킨다. 그는 주인공이 결국 아이를 포기하는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 함께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지키는 과정에 합류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 박해수와 주인공이 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몇 천 번의 죽음을 감수하게 된 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아이가 생물적 아이와 동등한 존재로 격상하게 될 동기가 강력했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두고 헬리콥터를 타는 장면이 더욱 '인간적'이라고 느껴졌다.
아이들은 영화에서 아주 강력한 감정의 매개체이다. 관객들은 아이가 죽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을 소비하려 하지 않으며 증오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극단적 선택에 공감한 이후에, 아이를 구하기 위해 두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몇 천 번이나 버리는 장면이 매끄러운 전환인지는 의문이다. 동기가 모호한데 급박한 연출을 위해 아이까지 비호감으로 만들었으니 사람들은 더욱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만약 모성애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아이를 조금 더 사랑스럽고 협조적이며 덜 밉상으로 연출했을 것 같다.
비슷하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가족과의 연결과 구조라는 훌륭한 플롯을 가진 영화로 '인터스텔라'가 있다. 대홍수는 아마도 사람들이 이 영화가 끝났을 때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면 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은 부실한 감정적 연결, 과도한 밉상 연출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가가 과하게 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쓰레기'라고 불릴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좋은 아이디어와 참신함을 가진, 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나처럼 회의저인 마음가짐으로 리뷰부터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넷플릭스를 구독 중이라면 한 번쯤 꼭 보길 바란다. 보고 나서 나에게 욕해도 좋다.